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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우리집 ‘룽지’는 낯선 곳에 가면 바들바들 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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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의 ‘사회화 교육’

경향신문

지난 8월28일 서울 구로구 서울반려동물교육센터에서 열린 반려동물 행동교육에서 수강생들이 반려견에게 올바른 산책 예절을 가르치고 있다. 동물권행동 카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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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더불어 살기 위해서는

사람과 사물에 적응·대처해야

외국선 입양 전 교육 의무화도

산책에 어려움 등 문제부터

공격성 보여 ‘개물림’ 사고도

생후 3개월~12주가 교육 적기

성견도 교육은 가능하나 더뎌

간식·칭찬 등 보상해 주면서

목표 정하고 단계별 학습 중요


“‘토리’는 산책을 나가서는 괜찮은데 나가기 위해 가슴줄을 맬 때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아요. 몸을 털거나 아예 도망을 가기도 해요. 토리가 불안감을 느끼지 않도록 해주기 위해 교육을 받게 됐어요.”

지난 13일 저녁 서울 구로구 서울반려동물교육센터에서 이뤄진 반려견 사회화 교육에서 만난 황다혜씨는 반려견 토리 때문에 고민하다 반려견 사회화 교육에 참석하게 됐다. 토리가 가슴줄 때문에 느끼는 불안감과 스트레스를 해소해주기 위해서였다. 반려견의 사회화란 인간사회에서 생활할 수밖에 없는 반려견들이 집 밖에서 접하게 되는 반려인 외의 사람이나 다른 동물, 자동차 같은 인공물에 적응하고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 것을 말한다.

국내에는 반려견의 사회화라는 말 자체를 생소하게 여기는 이들이 많지만 해외에서는 반려견을 입양하기 전 사회화 관련 내용을 포함한 교육과정이 필수인 곳들도 있다. 예컨대 스위스에서는 개를 입양하기 전 10주 동안 의무적으로 교육을 받아야 하고 독일의 일부 지자체에서는 자격증 취득을 요구한다. 국내에서는 서울시가 지자체 가운데 유일하게 사회화 교육을 실시하고 있고, 동물권행동 카라가 이 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제대로 사회화 과정을 거치지 않은 반려견들은 육체적, 정신적 에너지를 소모하기 위해 꼭 필요한 산책에도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있다. 규칙적인 산책과 외부활동은 반려견의 문제행동 상당 부분을 예방해주지만 아예 산책 자체를 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경향신문

반려동물 사회화 교육 중 수강생들이 주변 소음으로 자극을 받은 반려견을 반려인에게 집중시키는 훈련을 하고 있다. 동물권행동 카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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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화 교육 강사인 서지형 반려견행동트레이너는 “산책 나갔을 때 반려견이 반려인 발 근처에 딱 붙어 맴돌거나 더운 것도 아닌데 헉헉거리며 숨을 쉬는 것, 지나치게 두리번거리는 것 등은 모두 반려견이 불안해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행동들”이라며 “계속 집으로 가려 하거나, 차를 타고 나간 경우 차 쪽으로 돌아가려 하는 것 역시 밖에 나와서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적절한 사회화 과정을 거치지 못해 반려견이 계속 문제행동을 하면 반려견은 물론 반려인의 삶의 질도 낮아질 수밖에 없고, 이런 상황이 심각해지면 반려견 유기로 이어지기도 한다. 반려견을 사회화하는 데 가장 좋은 시기는 생후 3~12주이고 생후 1년까지도 학습이 가능하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사회화 교육의 필요성을 모른 채 이 시기를 지나쳐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성견이 된 후에도 사회화는 가능하지만 강아지 때보다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반려견들이 사회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보이는 문제행동은 다양하다. 낯선 사람, 사물, 동물에게 과잉 반응을 하거나 공격성을 드러내기도 하고, 심하게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지난 5~6월 반려동물교육센터에서 행동교육을 받은 김해주씨의 반려견 ‘룽지’는 낯선 곳에 가거나 낯선 사람을 만나는 것을 두려워하는 경우였다. 밖에 나가기만 하면 바들바들 떨었고, 집 안에서 살기 위해 필수적인 발톱 깎는 것도 무서워했다. 미용실에 가서는 긴장한 나머지 직원에게 공격성을 보인 적이 있고, 집에서도 발톱깎이를 꺼내기만 해도 구석에 숨어버릴 정도였다.

다행히 룽지는 반려인과 함께 교육을 받는 과정에서 발톱깎이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고, 발톱깎이와 접촉하면 간식을 받는 식의 훈련을 통해 오히려 발톱깎이를 보면 신난 모습을 보일 정도가 됐다. 발톱을 깎는 동안 얌전히 기다릴 줄도 알게 된 것은 물론 반려인과 함께 지하철을 타고 교육을 받으러 다니면서 낯선 사람들에 대한 경계심도 많이 사라졌다.

카라에서 사회화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손소영 강사는 “황다혜씨의 반려견 토리의 경우도 가슴줄에 대한 거부감을 줄여주기 위한 둔감화 교육이 필요하다”며 “이미 부정적인 인식을 갖게 된 줄은 버리고, 다른 줄을 사서 그 줄과 접촉할 때마다 칭찬, 간식 등 보상을 주면서 긍정적인 인식을 갖게 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반려견 훈련에서 중요한 것은 최종 목표까지의 과정을 작은 단계들로 나눠서 천천히 하나씩 이뤄 나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산책을 못하고 불안해하는 것도 문제지만, 다른 개나 사람에게 공격성을 보이는 것은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최근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개물림 사고 역시 반려견의 사회화가 중요하다는 인식이 부족한 탓이 크다.

개들이 이웃이나 산책 중에 만난 낯선 사람에게 공격성을 보이는 것도 강아지 때 사회화 훈련을 제대로 실시했다면 예방이 가능했다는 얘기다.

손 강사는 “국내에선 반려견에게 사회화 교육을 해야 한다는 것 자체를 모르는 경우가 아직 많다”며 “최적의 시기에 사회화 과정을 거치지 않은 개들은 낯선 장소, 사람, 동물, 차 등에 대해 무서워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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