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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사설]정부와 정치권의 주52시간 ‘허물기’ 어디까지 갈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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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여야 간사가 14일 주 52시간제 보완입법 심의 일정을 논의했다. 환노위는 향후 탄력근로제 이외에 선택근로제와 특별연장근로 인가제도 도입 등을 다룬다. 당초 경사노위가 합의한 탄력근로제 확대 이외에는 더 이상 양보하지 않겠다던 더불어민주당이 재계의 요구에 응하는 모양새를 취하면서 정치권이 52시간제 손질에 나선 것이다. ‘보완’이라지만 자칫 주 52시간의 근간을 후퇴시킬 수 있다. 벌써 노동계의 반발이 심상치 않다.

민주당의 입장 선회는 전날 고용노동부가 특별연장근로 인가제도 확대방안을 국회에 보고한 것이 계기가 됐다. 노동부는 야당이 탄력근로제 이외에 선택적 근로시간 확대를 강하게 주장해 대신 특별연장근로 완화 방안을 보고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노동 주무부처가 나서서 국회에 특별연장근로 완화안을 보고한 게 적절한 일인지 묻고 싶다. 노사정의 탄력근로제 합의안이 시행되는 것을 봐가며 추진해도 늦지 않다. 민주당은 현행 3개월에서 6개월로 확대한다는 탄력근로제 합의안의 범위에서 선택근로제와 특별연장근로 확대를 수용하겠다는 입장이지만, ‘1년 확대안’을 요구해온 자유한국당에 맞서 ‘6개월안’을 지켜낼지도 의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주 52시간 보완입법 논의에 불을 붙인 장본인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이후 국회에 탄력근로제 보완입법을 촉구하고 노동계의 협조를 당부했다. 13일에는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주 52시간제가 경직됐다면서 보완 필요성을 제기했다. 기업들이 경기 침체를 호소하며 주 52시간제 시행 연기를 계속 주장하고 있는 속에서 정부의 고충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정부의 지나친 재계 옹호는 곧 노동정책의 후퇴임을 알아야 한다.

2018년 7월 도입된 주 52시간제는 문재인 정부가 워라밸(일·생활 균형) 실현을 위해 야심차게 추진한 국정과제다.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시행 유예기간과 탄력근무제 도입 등을 노동법에 규정했다. 300인 이상 사업장은 도입 1년이 지나면서 52시간제가 정착돼 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내년 1월에는 50~300인 사업장이 적용대상이다. 주 52시간제와 탄력근로제는 이제 시작이다. 확대시행에 앞서 보완입법을 논의하는 일은 시기상조다. 정부가 앞장서 보완입법을 촉구할 일은 더욱 아니다. 주 52시간제가 정착해도 한국은 여전히 ‘세계 최장시간 노동 국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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