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06 (월)

[황종택의신온고지신] 침과대단(枕戈待旦)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어려움을 극복하려는 의지가 담긴 말은 적지 않다. ‘배수진(背水陣)’을 보자. 물을 등지고 진을 친다는 뜻이다. 등 뒤에 강물이 흐르니 싸움에 져서 죽든지 강물에 빠져 죽든지 죽는 것은 마찬가지이므로 죽기 아니면 살기로 싸움에 임한다는 것이다. 한나라 유방이 제위에 오르기에 앞서 기원전 204년, 명장 한신이 1만2000여 군사로 조나라 20만 대군을 물리친 데서 유래한다.

같은 시기에 생성된 ‘파부침주(破釜沈舟)’도 있다. 밥 지을 솥을 부수고 돌아올 배를 가라앉힌다는 뜻으로 결사적으로 싸우겠다는 자세를 비유하는 말이다. 항우가 진나라를 치러 가는 길에 장하를 건넌 후 배를 부수고 솥을 깨뜨렸다는 데에 근거하고 있다.

‘승풍파랑(乘風破浪)’. 바람을 타고 파도를 헤쳐 나간다는 의미다. 벼랑 끝에 내몰린 처지를 고뇌하면서 강한 극복 의지를 표현하고 있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 어록 ‘필사즉생 필생즉사(必死卽生 必生卽死)’도 빼놓을 수 없다. 죽기를 각오하고 맞서면 오히려 살길이 열린다는 역설이다. 분발과 노력을 촉구하는 관용적 표현으로 자리를 잡았다.

방문규 신임 수출입은행장이 “침과대단(枕戈待旦)의 각오로 직을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창을 베고 누운 채로 아침을 맞는다’는 내용으로서 군무(軍務)에 전념해 편안히 잠을 자지 못하는 경우나 항상 전투태세를 갖추고 있는 군인의 자세를 비유하는 고사성어로 사용된다. 중국 남북조시대 진(晉)나라의 유곤과 조적의 고사에서 유래됐다.

유곤은 조적이 조정에 중용돼 외적을 물리치는 공을 세웠다는 소식을 들었다. 유곤은 친구에게 편지를 써서 “나는 창을 베개 삼아 잠을 자며 아침이 되기를 기다리면서 오랑캐 무리를 몰아내는 데 뜻을 두었으며, 늘 조적 선생이 나보다 먼저 공을 세우게 될까 염려했다(吾枕戈待旦 志梟逆虜 常恐祖生先吾着鞭).”고 밝혔다. 먼저 공을 세우는 것을 비유하는 ‘선착편(先着鞭)’이라는 고사성어도 여기서 유래됐다. 고사성어를 현실 극복의 좌우명으로 삼아 밝은 미래를 열길 바란다.

황종택 녹명문화연구원장

枕戈待旦 : ‘무기를 베고 자면서 날 밝기를 기다린다는 내용으로 항상 전투 준비태세를 갖추고 경계를 늦추지 않는다’는 뜻.

枕 벨 침, 戈 창 과, 待 기다릴 대, 旦 아침 단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