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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사설] ‘지소미아 종료’ 코앞인데 원칙론만 고집해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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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어제 서울에서 제44차 한·미 군사위원회(MCM) 회의가 열렸다. 연합 방위태세를 점검하고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등을 논의하는 자리이지만 이번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과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 인상 문제가 뜨거운 쟁점이 됐다고 한다. 회의에 참석한 마크 밀리 합참의장, 필립 데이비슨 인도태평양사령관,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령관이 두 현안과 관련한 미국 측 입장을 강도 높게 제기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부와 의회는 한목소리로 23일 0시에 종료될 예정인 지소미아를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오늘 열리는 한·미 안보협의회의(SCM) 참석차 방한한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은 13일 “지소미아는 유지돼야 한다”며 “어떤 종류의 북한 행동에 관해 시의적절한 방식으로 정보를 공유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했다. 에스퍼 장관은 오늘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하는 자리에서도 지소미아 연장과 방위비분담금 인상을 강력히 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애덤 스미스 하원 군사위원장은 “한국과 일본이 지소미아를 갱신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일본 정부의 태도 변화 없이는 지소미아 연장이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일본이 수출규제 조치를 철회하지 않는 한 지소미아를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만 한·미관계 등에 미칠 후폭풍을 최소화하기 위해 고심하는 모습이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다음주 미국을 찾아 지소미아 종료에 대한 정부 입장을 설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22∼23일 일본 나고야에서 열리는 G20(주요 20개국) 외교장관회의 참석도 검토 중이다.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과 막판 타협을 시도할 가능성은 열어둔 셈이다. 정경두 국방장관이 17∼18일 태국 방콕에서 개최되는 아세안 확대 국방장관회의에서 고노 다로 일본 방위상과의 회담을 조율 중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상황이 녹록지 않지만 정부는 외교를 통한 지소미아 해법 모색을 끝까지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미국의 압박은 지나치다. 지소미아 종료의 원인을 제공한 일본에는 입을 닫은 채 한국에만 지소미아 연장을 요구하는 건 동맹에 대한 온당한 태도가 아니다. 방위비 압박과 맞물려 우리 국민의 반감만 키울 뿐이다. 하지만 미국의 거듭된 우려에도 이대로 지소미아를 종료하면 미국이 거세게 반발하면서 한·미동맹에 심각한 파장을 초래할 것이다. 이제야말로 정부가 가능한 모든 방안을 놓고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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