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04 (토)

[사설] ‘검찰 무력화’ 법무부案으론 권력형 비리 못 막는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검찰총장, 장관에 사전 수사 보고 / 직접 수사 부서 추가 폐지 논란 / 조국 소환한 檢, 진상 다 밝혀야

세계일보

부인의 차명 주식투자와 자녀 입시비리 등에 연루된 의혹을 받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어제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중앙지검에 비공개 소환됐다. 장관직에서 물러난 지 한 달, 검찰이 본격수사에 착수한 지 79일 만이다. 법무장관을 지낸 사람이 검찰 조사를 받는 건 국가적 망신이 아닐 수 없다. 장관 재임 시절 그가 만든 ‘공개소환 금지’ 혜택을 자신이 받은 데 이어 검찰 조사에서 진술 거부권을 행사했다니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공교롭게도 법무부는 지난 12일 ‘검찰 직제개편안 및 사무 보고 규칙 개정안’을 검찰에 통보했다고 한다. 검찰총장이 법무장관에게 단계별로 사전에 수사 보고를 하도록 하고, 공공수사부·외사부 등 직접 인지 수사 부서 37곳을 추가로 폐지한다는 내용이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조 전 장관 일가 수사와 같은 권력형 범죄 수사는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검찰이 “부정부패 수사를 포기하라는 것”이라고 반발하는 이유다. 검찰의 중립성·독립성을 훼손하는 사안이라 일선 검사들의 집단행동 조짐이 일고 있다. 자칫 검란(檢亂)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이런 중차대한 문제를 법무부 차관이 검찰과 협의 없이 독단으로 처리했다니 어이가 없다.

더불어민주당은 어제 검찰개혁 추진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검찰을 압박했다.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검찰개혁은 시위를 떠난 화살과 같다. 돌이킬 수도, 방향을 바꿀 수도, 속도를 늦출 수도 없다”고 했다. 물론 검찰개혁은 필요하다. 하지만 수사 시스템의 큰 변화를 가져올 사안을 법이 아닌 시행령으로 고치겠다는 것은 절차적 합법성을 인정받기 어렵다. 임기 후반부에 터져 나올 정권 비리에 대한 검찰의 직접 수사를 막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국민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추진되는 검찰개혁이 정권 보호용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조 전 장관은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15개 혐의 중 상당 부분에 연루된 의혹을 받고 있다. 정 교수의 공소장에 그의 이름이 11번 등장한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이 재산등록 및 백지신탁 의무를 회피하기 위해 정 교수를 통해 차명거래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뇌물죄 혐의 적용을 저울질하는 이유다. 그런데도 조 전 장관은 진술거부에 대해 “일일이 답변하고 해명하는 것이 구차하고 불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아직도 부끄러운 줄 모른다. 검찰은 외압에 굴하지 말고 끝까지 수사해 조 전 장관의 위선 행태를 낱낱이 밝혀야 한다.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