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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사설] 금융당국의 DLF 뒷북 처방… 시장규율 세우는 일 화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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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어제 해외금리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 등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종합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은행과 보험사가 파생상품처럼 원금을 까먹을 수 있는 ‘고난도’ 사모펀드를 판매할 수 없도록 하고, 불완전판매 때 수입의 최대 50%까지 징벌적 과징금을 물리는 게 골자다. 금융사고가 발생하면 경영진의 책임을 강도 높게 추궁한다고 한다. DLF 손실 사태와 라임자산운용의 환매중단 등 사모펀드 관련 금융사고가 꼬리를 무는 데 따른 대응조치다.

금융당국은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화를 키웠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2015년 개인투자자의 사모펀드 최소투자금액을 5억원에서 1억원으로 낮췄다가 이번에 다시 3억원으로 올렸다. 정책 실패를 자인한 셈이다. 이제 일반투자자에게 사모펀드 투자는 그림의 떡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모펀드 투자를 부자의 전유물로 인식해 온 문재인정부는 사모펀드를 대중화해야 한다는 착각에 빠져 규제를 확 풀어왔다. 심지어 사모펀드를 편입하는 공모펀드까지 허용할 정도였다. 그 결과 은행을 비롯한 금융회사들은 규제와 제약이 많은 공모펀드 대신 수수료가 높은 사모펀드 판매에 열을 올렸다. 사모펀드 순자산은 9월 말 현재 400조5000억원으로 공모펀드(252조원)를 압도하고 있다. 사모펀드가 전체 금융시장을 교란할 정도로 규모가 급팽창한 상황이다.

문제는 금융당국이 관리·감독에 소홀해 사모펀드의 위험에 눈감았다는 점이다. 규제를 풀면 사후관리를 강화해 시장 충격에 대비해야 하는 법이다. 감독과 감시가 허술하면 시장에는 불법과 비리가 판을 칠 수밖에 없다. 이러니 은행의 불완전판매와 깜깜이 투자 탓에 원금까지 까먹는 DLF가 속출한 게 아닌가. 은행들은 DLF를 판매하면서 원금손실 위험을 알리지 않고 오히려 원금손실 확률 0%라는 허위 정보를 내세운 경우가 적지 않았다. 국내 최대 사모펀드 업체인 라임자산운용은 무리한 코스닥 투자로 유동성 위기에 빠져 환매를 중단하기도 했다. 환매 차질액이 무려 1조5000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이런 사고들은 금융당국의 부실한 관리·감독과 수수료에 눈먼 금융회사의 탐욕이 빚어낸 참사다.

금융당국은 사모펀드의 실상을 전면 재점검해 관리·감독과 규제 체계를 정비하고 투자자 보호에도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세상에 공짜가 없다’는 시장 규율을 세우는 일이 화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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