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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설왕설래] ‘거짓말’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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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캐나다 정치인 장 크레티앵은 말이 어눌했다. 어린 시절 안면마비증에 걸렸으나 가난으로 치료를 하지 못해 입이 비뚤어진 탓이다. 그가 하원의원 선거에 나섰을 때의 일이다. 누군가 “언어 장애를 가진 사람이 어떻게 국민의 대표가 될 수 있느냐”고 소리쳤다. 그러자 크레티앵이 말했다. “저는 말을 잘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거짓말은 하지 않습니다.” 훗날 그는 열 번의 장관과 세 번의 총리를 지낼 정도로 국민의 사랑을 받았다.

크레티앵처럼 참된 말은 어눌하고 거짓일수록 매끄럽고 화려하다. 진실은 수식어가 필요 없으나 거짓말로 남을 속이려면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해야 하는 까닭이다. 노자가 도덕경에서 “신언불미 미언불신(信言不美 美言不信)”이라고 역설한 것은 이런 이치이다. 미더운 말은 꾸밈이 없어 아름답지 않고, 아름답게 꾸민 말은 미덥지 않다는 뜻이다.

문재인정부의 사람들은 말이 굉장히 화려하다. 그러나 거짓이 많아 미덥지 않다. “사람이 먼저”라는 멋진 깃발을 내걸면서도 자기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에 대해선 함부로 인격을 짓밟는다. 근자엔 자유를 찾아온 북한 선원 2명을 사지로 내치는 일까지 벌어졌다. 논란이 일자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죽더라도 돌아가겠다는 진술도 했다”고 거짓말을 했다. 어제 검찰에 소환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입으로는 정의와 공정을 외쳤으나 실제 삶은 불의와 특권으로 얼룩졌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파기 결정을 놓고 청와대는 “미국도 이해했다”고 둘러댔으나 미국한테서 “거짓말”이라는 항의를 듣는 처지에 놓였다.

정부가 거짓말을 하는 이유는 사람들이 화려한 언변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선동에 능한 히틀러는 “대중은 작은 거짓말보다 큰 거짓말에 더 잘 속는다”고 말했다. 그의 선전장관 요제프 괴벨스는 “대중은 거짓말을 처음에는 부정하고 다음에는 의심하지만 되풀이하면 결국 믿게 된다”고 했다. 그러나 거짓은 생명이 짧다. 에이브러햄 링컨의 어록처럼 모든 사람을 일시적으로 속일 수 있고 일부를 영원히 속일 수 있으나 모든 사람을 영원히 속일 수는 없다. 거짓을 일삼던 나치 정권의 비참한 말로가 증명하고 있지 않는가.

배연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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