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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이해진·손정의 ‘한·일 동맹’…구글 제국에 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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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야후재팬 경영 통합 승부수

야후재팬, 점유율 22%에 위기감

네이버 AI·빅데이터 역량 노려

사용자 1억, 동남아 진출 교두보

중앙일보

이해진(左), 손정의(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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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52)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한 승부수를 던졌다. 네이버의 일본 자회사인 라인(LINE)과 일본 인터넷 업계 강자인 야후재팬이 경영 통합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14일 확인됐다.

네이버의 해외 사업은 이해진 GIO가 총괄하고 있으며, 야후재팬은 손정의(62) 회장이 이끄는 일본 소프트뱅크의 손자 회사다. 글로벌 강자 구글에 대항하기 위한 이해진-손정의 동맹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라인과 소프트뱅크 측은 전날 나온 닛케이 등 일본 언론의 두 회사 경영 통합 보도와 관련, 14일 “검토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시장은 이를 기정사실로 보고 있다.

전날 닛케이 등은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두 회사가 각각 50%의 지분을 보유한 새 법인을 설립한 뒤 이 회사 아래에 야후재팬 운영사인 Z홀딩스를 두고, 그 아래에 야후재팬과 네이버 라인을 두는 통합안에 상당한 합의를 이뤘다고 보도했다. 닛케이는 “다음 달 내 통합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라인은 일본·태국·대만 내 메신저 1위 업체다. 일본에만 8200만 명의 이용자를 거느리고 있다. 구글에 이어 일본 포털 2위인 야후재팬 이용자는 4839만 명 선. 두 회사를 합치면 월간 활성 이용자(MAU) 수는 가볍게 1억 명을 넘어선다. 한·일 양국의 최대 IT 업체간 통합이라는 점에서 사상 첫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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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과 야후재팬.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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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이해진 GIO가 지난 7월4일 한국을 찾은 손 회장을 만난 지 4개월 만이다. 당시 손 회장은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첫째도 인공지능, 둘째도 인공지능, 셋째도 인공지능”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 GIO는 이후 일본에 머물며 관련 작업을 진두지휘했다.

두 회사의 동맹은 몇 년 전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네이버는 2000년 ‘네이버재팬’을 설립한 이래 일본 시장 진출을 꿈꿔왔지만, 당시 검색 시장의 절대 강자 야후재팬에 막혀 고배를 마셨다. 네이버가 존재감을 드러낸 건 2011년 출시된 라인이 성공한 이후의 일이다. 그사이 80%대를 넘나들던 야후재팬의 검색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22%대까지 쪼그라들었다. 구글의 점유율은 75% 선이다.

손 회장은 최근 들어 자신이 주도한 비전펀드가 미 오피스 공유업체 위워크의 실적 악화 등으로 어려움을 겪어왔다. 여기에 야후재팬의 인공지능(AI)이나 빅데이터 관련 역량이 밀린다는 인식에, 이 분야 경쟁력이 있는 네이버와 손잡는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협력을 두고 “이해진 판 ‘조선책략(구한말 외교지침서)’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평도 나온다. 이 GIO는 “유럽 등 국가와 연합해 인터넷의 다양성을 끝까지 지켜내고, 지키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라고 강조해왔다. 이 GIO의 이런 복안에 따라 네이버는 2017년 프랑스 소재 제록스리서치센터유럽(XRCE·현 네이버랩스)을 인수했다. 미국 세(勢)가 약한 프랑스에 유럽 진출 교두보를 만든 것이다. 네이버랩스의 석상옥 대표도 최근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글로벌 AI 연구 벨트’ 구축 계획을 밝혔다.

경영 통합이 성사되면 두 회사는 재무적 부담도 덜 수 있다. 페이페이(야후재팬)와 라인페이는 라쿠텐페이에 이어 일본 간편결제 시장의 2·3위 서비스인데, 두 회사 모두 시장 선점을 위해 천문학적인 비용을 쏟아붓고 있다. 라인페이의 공격적 마케팅으로 네이버는 올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48.8% 감소한 1283억원에 그치기도 했다.

이동륜 KB증권 애널리스트는 “두 공룡의 합병은 일본·동남아시아에서의 시장지배력 강화로 이어질 것”이라며 “e커머스·핀테크 등 결제와 연계된 영역에서 서비스를 강화하는 동시에 고객의 락인(Lock in·소비자를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에 묶어둠)도 가능해졌다”고 평가했다.

이수기 기자 retal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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