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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기자24시] "흑사병 문제없다"는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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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중세 유럽인 3분의 1의 목숨을 앗아간 흑사병(페스트)이 중국에 출몰했다. '기술굴기'를 앞세우며 첨단산업 육성에 나서는 중국이지만 질환 문제는 몇백 년을 거슬러 올라간 것이다. 무엇보다 중국 당국이 이를 쉬쉬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사회 불안을 부추길 수 있다는 이유로 관련 토론을 제한하고 있다. 지난 3일 베이징에 온 환자 두 명이 흑사병 최종 판정을 받는 데 열흘이 소요된 점을 들어 중국 내 누리꾼들은 당국이 관련 사실을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상태다. 이에 대해 중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시민들은 감염 위험에 대해 걱정하지 말고 일상생활을 계속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흑사병 환자 가운데 1명이 중태에 빠졌지만, 문제가 없다는 식이다.

아무 문제가 없으면 걱정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중국 당국의 이 같은 태도가 더 큰 문제를 일으켰다는 점을 우리는 잊지 않고 있다. 작년 8월 중국 랴오닝성 농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병했다. 당국과 관영 언론들은 하나같이 '문제없다'는 말만 반복했다. 공산당 정권의 언론 통제 탓에 ASF의 정확한 상황을 파악하기 쉽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돼지 1억마리가 ASF로 인해 사라졌다. 중국 내 돼지고기 가격이 1년 만에 두 배로 올랐다. ASF는 중국에만 그치지 않았다. 베트남은 물론 북한을 경유해 한국에까지 ASF가 퍼졌다. 국제적인 민폐 국가로 등극한 셈이다. 무엇보다 초기 대응이 아쉽다. 로이터통신은 "중국 지방정부가 발병 사실을 숨기면서 ASF 확산세가 빨라졌다"고 전했다.

이번에 흑사병 판정을 받은 환자들은 공기 중으로도 전염시킬 수 있는 병원균을 보유하고 있다. 이 환자들은 네이멍구자치구 출신이다. 이들이 어떤 경로로 베이징에 오게 됐는지, 누구와 접촉했는지 등의 정보가 밝혀진 것이 없다. 중국 웨이보의 한 사용자는 "가장 두려운 것은 흑사병이 아니다. 대중에게 정보가 공개되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모바일 결제 시스템과 빠른 속도로 성장한 우주 기술 등을 홍보하는 중국 정부지만, 자국 체면을 지키겠다는 욕심에 전염병 치료의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는 건 아닌지 의문이 든다.

[국제부 = 김덕식 기자 dskim2k@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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