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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필동정담] `오케이 부머`와 인헌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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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케이 부머(OK boomer)'라는 구호가 세계 공통어로 인기를 끌고 있다. 당초 미국 젊은이들이 잘난 체하거나 잔소리하는 기성세대들에게 "알았으니 됐고요"라는 뜻으로 응수하며 사용하기 시작해 점점 확산되던 표현이다. 이달 초 뉴질랜드 녹색당의 클로이 스와브릭이라는 25세 여성 의원이 이 말을 단번에 세계적인 구호로 만들었다. 스와브릭 의원은 기후변화를 외면해온 기성 정치인을 비판하는 의회 연설 도중 야유를 받게 되자 "오케이 부머"라고 맞받아친 뒤 유유히 연설을 이어갔다. 이 동영상은 소셜미디어에서 어마어마한 인기를 끌었고 '오케이 부머'를 소재로 패러디 동영상도 무수히 만들어졌다.

여기서 '부머'란 2차 세계대전 이후 1960년대 중반까지 태어난 '베이비 부머 세대'를 지칭한다. 그러나 30대라 해도 자신의 가치관을 강요하려 들면 '오케이 부머'의 표적이 된다. 스와브릭 의원은 자신의 동영상이 폭발적인 반향을 일으키자 "소셜미디어를 통한 생각의 확산이 멋지다"면서도 "정치적 시도들은 해봤는가"라고 반문했다. 젊은이들의 정치 참여를 촉구한 것이다.

한국에서 45세 미만 국회의원 비율은 6.3%에 불과하다. 국제의회연맹이 조사한 150개국 가운데 143등이다. 우리 젊은이들은 정치에 참여하기 힘들 뿐 아니라 기성세대가 뿜어대는 정치 공해로부터 자신을 방어하기조차 힘들다. 얼마 전 서울 인헌고등학교 학생들이 "특정한 성향을 띤 교사들이 이념편향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이 주장에 공감하는 전국 16개 중·고교 학생들이 '전국학생수호연합'이라는 단체를 결성하기로 했을 정도다. 그런데 정작 인헌고에서 정치·이념편향 교육장면을 촬영해 이 문제를 처음 제보했던 학생은 따돌림을 당하다가 전학 절차를 밟고 있다고 한다. 꼰대가 청년을 짓누르면 그 사회의 변화와 혁신은 멀어지게 된다. 한국 젊은이들도 "오케이 부머"라고 속시원하게 외칠 수 있는 날을 기대한다.

[최경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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