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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기고] 인공지능 일등 국가, 사람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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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세계는 지금 인공지능 붐(boom) 시대다. 인공지능 경쟁력이 미래의 패권을 좌우할 것이라는 인식하에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은 이미 인공지능 주도권 유지를 국가 최상위 과제로 선언했다. 독일·영국·프랑스·일본·러시아 등도 총력을 다해 인공지능(AI)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 10월 28일 한국에서도 의미 있는 행사가 열렸다. 문재인 대통령이 소프트웨어와 인공지능 개발자들의 행사에 방문해 직접 인공지능 기본 구상을 발표한 것이다.

필자는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인공지능"이라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말에 덧붙여, 인공지능은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인재"라고 말하고 싶다. 이미 전 세계가 인공지능 인재에게 천문학적인 연봉을 제시하며 스카우트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인재는 하루아침에 길러지지 않는다. 그간 성역처럼 지켜온 대학 정원에서 증원을 허용해서라도, 민간 전문가에게 파격적인 지원책을 제공해서라도,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우수한 인공지능 인재가 성장하고 모여드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첨단학과의 신·증설과 교수의 기업 겸직을 허용하겠다는 대통령의 기본 구상은 매우 시의적절하다. 중요한 것은 기본 구상이 속도감 있게 이행돼 세계 최고의 인공지능 인재가 끊임없이 배출되고, 세계적인 연구자를 만족시킬 수 있는 환경을 하루빨리 만드는 것이다.

'디지털 문맹률'을 조속히 떨어뜨리는 것도 중요하다. 산업화 시대가 기계화와 문맹(文盲)의 해결에서 시작되었듯, 인공지능 시대 역시 디지털 문맹의 퇴치에서부터 출발한다. 국민 90% 이상이 디지털 데이터의 개념과 컴퓨터 프로그래밍 능력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인공지능 일등국가'는 공허한 외침일 뿐이다. 인공지능은 이미 의료영상을 판독해 질병을 진단하고, 법적 계약서를 검토해주는 등 모든 분야에서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얼마 전 국내 유수 대학 총장들이 모든 전공에서 인공지능 교육을 시켜야 한다고 선언한 것처럼, 의학, 법률, 인문사회, 예술 등 모든 분야에서 인공지능을 가르쳐 융합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 대학 자체의 혁신 노력과 함께,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디지털 리터러시 함양을 위해 인공지능의 기초인 소프트웨어 교육을 어릴 때부터 과감하게 확대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 세상 모든 것이 디지털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컴퓨터를 이용해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은 읽기·쓰기처럼 누구나 익혀야 하는 필수 역량이 됐다. 대학에서 인공지능 융합 교육을 실시하려면 초·중등학교 과정에서 충분한 소프트웨어 교육이 전제돼야 하며, 이를 가르칠 교원의 역량 강화도 뒷받침돼야 한다. "지금 학생들은 훗날 인공지능과 함께 일할 것이므로, 어릴 때부터 인공지능을 가르쳐야 한다"는 국제애널리틱스연구소 설립자 토머스 대븐포트 교수의 조언을 새겨들어야 하는 이유다.

인공지능에 의한 4차 산업혁명은 우리에게 큰 도전이자 기회다. 인공지능의 확산으로 어떤 직업군은 빠르게 소멸하겠지만, 인공지능 기술을 요구하는 직업군은 인재를 구하지 못할 정도로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다. 일자리를 비롯한 국가 전반의 변화는 우리의 대응에 따라 새로운 도약의 계기가 될 수 있으며, 그 성공 열쇠는 결국 사람이다. 세계 최고의 인공지능 인재를 키우고 유치하는 일, 디지털 문맹을 퇴치하여 모든 국민이 인공지능 융합역량을 갖추는 일에 특단의 정책이 조속히 마련되길 기대한다.

[서정연 서강대 컴퓨터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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