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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매경의 창] `트랜스포메이션` 성공한 기업의 4가지 공통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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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작금의 빠르고 와해적인 환경에서 경영자들은 '트랜스포메이션(transformation·혁신)'을 외치고 있다. 디지털, 성과, 포트폴리오, 조직문화의 목적어 뒤에 '혁신'이란 수단적 용어가 등장한다. 한 걸음씩 발전하는 카이젠(kaizen·개선)이 더 이상 생존을 담보할 수 없는 환경을 근본적으로 이겨낼 수 있는 변혁을 갈망하기 때문이다. 마치 애벌레가 더 큰 애벌레로 성장하는 게 아니라 나비가 되듯 게임의 룰을 바꾸겠다는 외침이다.

안타깝게도 모든 애벌레가 나비가 되진 못한다. 가죽을 벗겨내는 각오와 고통을 이겨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성공적인 혁신을 이룬 기업들은 어떻게 나비가 되었을까. 맥킨지는 지난 10년간 전사적인 대규모 혁신 프로그램을 실행한 200개 기업을 분석해 4가지 성공 요인을 발견했다.

첫째, 크고 과감하게 혁신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많은 경영자들이 새로운 시도에 대한 확신이 없을 때 파일럿 방식을 택한다. 해보고 안 되면 접겠다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전사적 규모로 올인하는 혁신 프로그램의 성공확률이 더 높았다. 혁신의 규모가 커야 가치 창출의 기회와 가능성 역시 극대화한다. 성공 기업들은 조직 참여도도 높았다. 적어도 조직의 8%가 변혁 과제에 직접 참여했고, 일부 기업은 20% 이상을 동원하기도 했다. 상품개발, 조달, 제조, 공급망, 서비스 등 여러 기능을 아우르는 혁신을 추진한 기업은 일부 기능별로 혁신을 추구한 기업보다 성과가 30~40% 좋았다. 또한 혁신으로 인한 가치 창출의 41%는 성장 관련 활동(growth initiatives)에서 나왔다. 비용 절감만이 답이 아니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티끌 모아 쌓은 태산은 거대했다. 분석 대상 기업들이 추진한 혁신 과제의 68%는 목표 개선 효과가 25만달러 이하였고, 100만달러 이상의 과제는 16%에 불과했다. 다수의 알찬 혁신 활동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추진하는 게 중요하다는 뜻이다.

둘째, 빠르게 추진하고, 자주 쇄신해야 한다는 점이다. 혁신에 성공한 상위 10% 기업들은 첫 3개월에 전체 목표 성과의 28%를 달성하고 6개월 내에 57%, 첫해에 74%를 달성한다. 특히 초반에 창출한 가치를 조직 역량 구축과 문화 혁신 등을 위해 재투자해 혁신의 선순환을 이끌어낸다. 일부 기업들은 혁신 프로그램을 연간 경영 프로세스에 아예 탑재하고, 외부 투자자 관점에서 실사함으로써 추가 가치 창출의 기회를 찾아낸다.

셋째, 건강한 조직이 성공적인 혁신을 이끌어낸다. 건강한 조직이란 미래 방향에 대해 조직적 확신이 있고, 실행 기반과 역량이 강하며, 외부 변화에 대한 대응력과 쇄신의 힘이 강한 조직이다. 맥킨지가 지난 15년간 축적한 글로벌 상장 기업들의 조직건강도(OHI) 데이터베이스를 분석한 결과, 가장 건강한 상위 25% 기업들은 최하위 25% 기업 대비 세 배 이상의 총주주수익률(TSR)을 달성했다.

넷째, 성공한 기업들은 목표를 과감하게 세우고, 달성 시 더 높게 재설정한다. 맥킨지 분석에 따르면 혁신의 목표를 기존 수익의 75% 이상으로 설정한 기업들의 총주주수익률이 월등히 높았고, 25% 이하로 설정한 기업들의 총주주수익률은 평균보다 낮았다. 심리적인 동력, 즉 피그말리온 효과(기대가 긍정적인 효과를 낳는 현상)가 작동하는 것이다.

최근 매일경제가 국내 3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절반 이상이 경영전략을 재검토하고 비상경영에 돌입하겠다고 답했다. 누구나 나비가 되고자 하지만 통계적으로 애벌레로 남거나, 심지어 나방이 될 가능성이 더 높다. 특히 성과와 경쟁력을 이미 보유한 좋은 기업이 위대한 기업이 되는, 즉 '굿 투 그레이트(Good to Great)'로 도약하는 것은 저조한 기업이 좋은 기업이 되는 '배드 투 굿(Bad to Good)'보다 더 어렵다. 비즈니스 세계에도 적자생존의 법칙은 적용된다. 현 기업 환경에서는 점진적 개선이 아닌 혁신이 생존과 성공의 열쇠일 수 있다.

[최원식 맥킨지 한국사무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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