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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사설] 대통령·총리 동생 채용한 회장이 軍 사열, 한심한 나라 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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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 부대가 민간인인 SM그룹 회장을 행사에 초청해 장병을 사열토록 했다고 한다. 해당 부대의 '명예 사단장'이라는 이 회장은 전투복에 별 2개가 박힌 모자를 쓴 채 훈시했고, 이어 사단장과 함께 오픈카에 올라 장병들의 경례를 받았다. 부대를 후원한 사람에게 장병들이 감사의 뜻을 표하는 것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어느 정도 예식도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도를 넘었다. 과도한 예우로 군 스스로 권위와 가치를 훼손한 것이다.

SM그룹은 정권 출범 후 문재인 대통령 동생과 이낙연 총리의 동생을 잇따라 영입해 의혹 눈초리를 받고 있는 기업이다. 그룹 회장은 문 대통령 해외 순방 행사에 세 차례 동행했고, 청와대에서 열린 기업인과의 대화에 참석해 발언하기도 했다. 그룹 자산 규모도 10조원 가까이 크게 늘었고, 관련 부처 장관이 언론 인터뷰에서 이 그룹 관련 내용을 언급하기도 했다. 언론을 통해 이런 정권과의 특수 관계가 알려진 게 두 달도 되지 않았다. 이렇게 주목받고 있다면 본인도 군도 각별히 더 조심하는 게 옳다. 그런데 군은 오히려 장병들을 동원해 요란한 행사를 벌이고 그것도 모자라 국방일보에 대단한 미담(美談)인 양 사진과 기사를 대문짝만 하게 실었다. 이 회장을 각별히 챙겼다는 사실을 청와대에 알려 대통령과 총리에게 아첨하려는 것이다.

국방일보는 몇 달 전에는 1면에 '남북 평화 지키는 것은 군사력이 아닌 대화'라는 황당한 제목의 머리기사를 내보냈다. 안보의 최후 보루인 군이 '평화를 지키는 데 군사력은 필요 없다'고 한다. 3성 장군이 국회에서 증언한 북 미사일 능력을 한 달 만에 스스로 180도 뒤집는가 하면, 중령이 보고 체계를 무시하고 청와대에 직보하며 줄을 댄다. 정권은 '김정은 쇼' 하느라, 군은 권력에 아첨하느라 정신이 없다. 안보는 누가 신경 쓰고 있나.-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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