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오치균 - 78×116㎝, 캔버스에 아크릴릭, 2012뉴욕과 서울을 무대로 활동하는 작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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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닫이에 얼비쳐 /박용래
호두 깨자
눈 오는 날에는
눈발 사근사근
옛말 하는데
눈발 새록새록
옛말 하자는데
구구샌 양 구구새 모양
미닫이에 얼비쳐
창호지 안에서
호두 깨자
호두는 오릿고개
싸릿골 호두
눈 오는 날이면 동치미 국물에 삶은 고구마를 먹었다. 살얼음이 둥둥 뜬 동치미 국물과 고구마의 ‘케미’를 경험하지 않은 이는 알 수 없다. 잣눈이 푹푹 쌓이면 뒷산에 꿩덫을 놓았다. 천지가 하얗고 먹을 것이 없어지면 꿩은 발이 푹푹 빠지는 눈 속을 헤매다 덫에 치인다. 꿩 고기 육수를 내린 떡국은 산마을의 진수였다. 눈발이 새록새록 옛이야기하는데 산비둘기는 구구구 울고 창호지 안에서 싸릿골 호두를 깬다면…. 이곳이 낙원 아니겠는가. 꼴머슴 살 때 수수떡을 건네던 누이가 있었다. 수수떡 안에서 호두 알갱이가 박하사탕처럼 씹혔다.
곽재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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