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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사설]치매지원금 바닥사태, 이게 복지정책 현주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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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치매 환자에게 지원하는 치료비가 바닥 난 모양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치료비 신청자가 많은 지자체는 6월부터 5~6개월간 지원금을 주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현재 서울을 제외한 모든 지자체가 추가 예산을 신청한 상태다. 주머니 사정이 빠듯해 지원금을 받아야 병원에 갈 수 있는 많은 환자가 불편을 겪고 있다니 안타깝다. 치매 치료비 지원은 2010년 처음 시행됐다. 각 지역 보건소와 치매안심센터에 치매 환자로 등록된 사람 중 만 60세 이상, 기준 중위소득 120% 이하인 경우가 지원조건이다.

대상자로 선정되면 건강보험공단을 통해 약값과 치료비 본인 부담금을 월 3만원까지 환급받을 수 있는데, 국비로 50%(서울은 30%)를 보조하고 나머지는 지자체가 부담한다. 그동안 지자체별로 예산이 부족해 일시적으로 지급이 밀렸던 적은 있지만 국비가 바닥나 추가 예산 편성까지 하는 경우는 처음이다. 이 지경에 이른 것은 정부의 주먹구구식 복지행정 탓이 크다. 급속한 고령화 속에 치매국가책임제까지 시행되면서 지원금 신청 증가는 충분히 예측 가능했다.

그런데도 정부는 치매책임제 강행에만 신경을 쓴 나머지 예산이 얼마나 소요될지 등에 대해서는 소홀히했으니 바닥사태가 벌어지지 않았겠는가. 이번 일은 정부 복지정책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골자로 한 문재인케어 실시 이후 최소한의 타당성 조사도 없이 가짓수와 지원 대상을 늘리는 정책이 쏟아지고 있다. 이러니 건보재정이 남아나겠는가.

올해만도 3조2,000억원의 적자가 예상되는 등 앞으로 매년 조 단위 적자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러면 2026년이면 고갈될 공산이 크다는 게 국회예산정책처의 전망이다. 최악의 경우 2023년으로 당겨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렇게 재정 고갈이 눈앞에 다가왔는데도 총선 표를 겨냥한 정부 여당이 의료복지 퍼주기에 나설까 걱정이다. 건보재정 악화는 결국 국민 부담으로 돌아온다. 이제라도 면밀한 정책 검토를 통해 재정 누수를 최소화하는 게 정부의 책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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