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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퍼 미 국방장관이 한미 연합군사훈련 조정 가능성을 언급하자, 북한이 기다렸다는 듯 이를 기정 사실화하는 작업에 나섰다. 북한은 14일 김영철 아태평화위원장 명의의 담화를 통해, 에스퍼 장관의 발언을 "미국이 남조선(남한)과의 합동군사연습에서 빠지든가 아니면 연습 자체를 완전히 중단하겠다는 취지로 이해하고 싶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을 반영한 것으로 믿고 싶다며, 미국의 긍정적 노력의 일환으로 평가한다는 칭찬도 덧붙였다. 에스퍼 장관의 발언을 추켜세워, 이번 기회에 한미군사훈련을 완전히 없애버리고 싶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다.
북한은 그러면서 경고도 잊지 않았다. 만약 북한의 이런 해석이 천진한 것으로 드러나고 한미군사훈련이 강행될 경우 "부득불 미국이 감당하기 어려운 충격적인 응징으로 대답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밝힌 것이다.
북한의 대미 경고가 한두 번이 아니지만, 이번 경고는 시점상 의미 있게 바라볼 부분이 있다. 지금은 올해가 가기 전에 북미대화가 재개되느냐 마느냐의 갈림길에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 시점에 북한은 한미훈련 중단을 강하게 촉구하면서 자신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충격적 응징'을 하겠다고 언급했다. 한미훈련을 중단하면 북미 대화가 열리겠지만, 한미훈련을 강행하면 대화는 없다는 발언으로 들린다.
● 北, "美, 12월 협상 제안…흥미가 없다"
북한의 이런 분위기는 역시 14일 나온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 담화에서도 드러난다. 북미 실무회담 북측 대표인 김명길은 이 담화에서, 비건 미국 대표가 '12월 북미협상'을 제안했다고 공개하면서 지금 상황에서는 그러한 회담에 "흥미가 없다"고 밝혔다. 북한의 요구사항이 무엇인지 미국에 명백히 밝힌 상태인데, 미국이 아직 만족스러운 대답을 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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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미국이 협상카드로 제시하고 있는 종전선언이나 연락사무소 개설에도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면서 "(북한의) 생존권과 발전권을 저해하는 대조선(대북)적대시정책을 철회하기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언급했다. 체제 안전과 제재 문제를 언급한 것인데, 지금 시점에서 박두한 현안은 한미군사훈련의 실행 여부로 집약되고 있다.
언제 어디서라도 미국과 마주앉을 용의가 있다고 밝힌 점에서 대화의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지만, 한미훈련 강행시 '충격적 응징'을 언급하면서 대화로 가는 길을 한 가지 외길로 차단한 느낌이다. 한미훈련을 할 것이냐 북미대화를 할 것이냐 양자 선택을 하라는 것이다.
● 한미-북, 외통수에 직면
북한이 외길을 선택하면서 한국과 미국도 외통수에 몰리게 되었다. 북미대화의 불씨를 살려보려면 한미훈련 중단에 대한 북한의 요구를 어느 정도 수용해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앞으로도 한미훈련을 재개하기가 어렵게 될 수 있다. 향후 한미훈련을 재개할 경우 북한이 약속 위반이라며 대화를 깨는 근거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반대로, 한미 당국이 한미훈련 실행을 선택한다면 북한은 대화 결렬을 선언하고 강공으로 나갈 가능성이 높다. '충격적 응징'이라며 뱉어놓은 말이 있기 때문이다. 올해 말로 제시된 협상시한을 앞두고 한미훈련이 최대의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안정식 기자(cs7922@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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