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11 (화)

호흡튜브 스스로 뽑아 숨진 환자 유족 손배소 승소…"경고 안 한 병원도 책임"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뇌출혈로 치료를 받던 중 스스로 호흡용 튜브를 뽑아 숨진 환자의 유족이 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일부 승소했다.

조선일보

조선 DB


인천지법 민사3단독(김연주 판사)은 2017년 숨진 A씨의 유족 2명이 인천 B종합병원 의료법인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이같이 판결했다고 15일 밝혔다. 재판부는 B병원 의료법인이 A씨 배우자에게 2200여만원을, 아들에게 1400여만원을 각각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조사에 따르면 A씨는 5년 전인 지난 2014년 8월 B병원에서 뇌출혈 일종인 지주막하출혈을 진단받고 수술을 받았다. 열흘 뒤에는 성대 밑을 절개해 ‘기관 튜브’를 삽입한 상태에서 받는 호흡 치료도 진행됐다.

병원 의료진은 A씨가 스스로 기관 튜브를 제거하려 하자 중환자실에 있는 내내 신체 억제대를 이용해 A씨를 묶어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의료진은 같은 해 9월 19일 A씨를 중환자실에서 일반병실로 옮긴 뒤에는 억제대를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사흘 뒤 A씨는 스스로 기관 튜브를 뽑아 반혼수 상태로 사지가 마비됐다. A씨는 재활병원과 요양병원 등을 옮겨 다니다가 2년 7개월만인 2017년 4월 숨졌다.

신체 억제대는 신체의 움직임을 제한하기 위해 사용하는 물리적 장치기구다. 오래 사용할 경우 골절이나 피부 괴사 등이 발생하기 때문에 환자나 보호자에게 억제대 사용이 불가피한 이유를 충분히 설명하고 사전동의를 받게 돼 있다.

유족은 A씨가 중환자실에 있는 동안 계속해서 기관 튜브를 제거하려 해 위험한 상태였는데도 일반병실로 옮긴 후 의료진이 억제대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보호자에게 억제대 미사용에 따르는 위험성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아 사고가 발생했다면서 병원 의료법인을 상대로 치료비와 장례비 등 총 1억7000만원을 요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병원 측이 A씨를 중환자실에서 일반 병실로 옮긴 뒤 억제대를 하지 않은 것은 필요에 따른 선택이라며 과실이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억제대를 하지 않을 경우 환자가 기관 튜브를 스스로 제거하는 위험한 상황에 대비해 보호자에게 위험성을 충분히 알리지 않은 것은 잘못이라고 봤다.

재판부는 "억제대는 환자의 상태에 따라 필요한 경우 선택적으로 적용하는 게 원칙"이라며 "일반병실로 옮긴 후 A씨의 상태는 비교적 안정적이었기 때문에 억제대 미사용 자체를 주의의무 위반으로 보기에는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병원 의료진은 A씨를 일반병실로 옮기면서 억제대를 사용하지 않기로 판단했다면 호자나 간병인에게 위험성을 알리고 충분한 교육을 해야 했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A씨가 스스로 기관 튜브를 제거해 사고가 발생한 점 등을 고려해 B병원 의료법인 측의 책임을 50%로 제한했다.

[이지은 인턴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