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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이슈 미술의 세계

"수집과 인식의 전환 거치면 조각보도 문화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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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명작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연합뉴스

현대에 만든 조각보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조각보는 자투리 천으로 만든 보자기다. 쓰다 남은 천을 활용하다 보니 색이 다양하고 화려하다. 선조들은 조각보를 물건을 싸고 음식을 덮는 데 썼다.

시간이 흘러 일상용품이던 조각보는 민속문화재가 됐다. 현대인들은 미술관에 전시된 조각보를 보며 전통 미감을 느낀다. 조각보뿐 아니라 보자기에 깃든 디자인과 미학도 모두 중요한 미적 자산으로 인식한다.

일간지 기자로 오랫동안 문화재 분야를 취재하고 학계로 적을 옮긴 이광표 서원대 교수는 박사학위 논문을 보강해 펴낸 에서 평범한 일상용품이 문화재로 바뀌는 과정을 추적한다.

저자는 그 과정을 컬렉터의 수집, 박물관·미술관의 컬렉션 소장, 컬렉션의 전시, 전시를 통한 대중과 지속적 만남, 대중의 미적 인식으로 요약한다. 이를 통해 인식의 전환이 일어나면 조각보와 청자, 백자는 물론 변기나 요강도 문화재가 된다는 것이다.

그는 미감 혹은 전통이 자연스럽게 형성되기도 하지만, 특별한 계기를 통해 만들어지기도 한다고 설명한다. 예컨대 경주 석굴암은 1910년 간행된 '조선미술대관'(朝鮮美術大觀)에 걸작으로 소개되고, 일본 문화인들이 잇따라 높이 평가하면서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유산으로 자리매김했다.

저자는 "석굴암을 조성한 8세기 중반 이후 이 불상을 명품으로 여겼을 가능성은 있으나, 이를 뒷받침할 만한 기록이나 정황은 없다"며 "석굴암은 외국인의 눈에 의해 한국미의 대표로 채집돼 여러 매체에 유포됐다"고 설명한다.

이어 "석굴암은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지만, 시대가 흐르면서 사람들이 그 존재 의미를 새롭게 인식한 것"이라며 "미적 경험과 한국미에 대한 인식은 사회적 기억으로 축적되고, 그 기억은 다시 미적 인식에 영향을 미친다. 미적 인식과 사회적 인식은 그렇게 변화하고 또 변화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일상용품이 문화재로 변해가는 역사에 관한 개론뿐만 아니라 고미술 컬렉션 발전 과정, '문화재 수집왕'이라고 할 만한 인물들, 우리나라 박물관과 미술관 역사도 상세히 다뤘다.

에코리브르. 296쪽. 1만9천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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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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