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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4 (금)

북한 인권결의 공동제안서 빠진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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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북한과의 경색 국면을 고려해 유엔의 북한 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에서 스스로 빠졌다.

미국, 일본 등 줄잡아 61개 회원국이 공동제안국 명단에 포함됐으나 정작 한국은 2008년 이후 11년 만에 결의안 제안에 동참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어서 '북한 눈치보기' 논란이 다시 빚어지고 있다.

인권문제를 담당하는 유엔 제3위원회는 14일(현지시간) 북한 인권의 즉각적 개선을 촉구하는 내용의 북한 인권결의안을 전원 동의(컨센서스) 방식으로 통과시켰다. 지난 2012~2013년에 이어 2016년부터 4년 내리 표결없이 처리된 것이다. 중국, 러시아, 베네수엘라, 쿠바 등이 결의안 채택에 반대하긴 했으나 표결을 주장하진 않았다. 결의안이 내달 유엔총회에서 통과되면 2005년부터 15년 연속 채택되는 셈이다. 이날 주유엔 한국대표부는 참고자료를 내고 "북한 주민들의 인권이 실질적으로 개선될 수 있도록 국제사회와 함께 노력한다는 기본 입장에 따라 결의안의 컨센서스 채택에 동참했다"면서 "다만 현재의 한반도 정세 등 제반 상황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이번에는 공동제안국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북한 인권 상황을 우려하고, 북한 주민의 실질적인 인권 증진을 위해 노력한다는 기본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며 "정부는 한반도 평화·번영을 통한 북한인권 증진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남북 대화가 완전히 중단되고 미북간 비핵화 협상 역시 교착상태라는 점을 의식해 북한을 추가로 자극하지 않으려는 전략적 선택을 했다는 설명인 셈이다.

참여정부 말기에도 '기권 논란'이 벌어진 일이 있다. 2007년 노무현 정부는 유엔에서 인권결의안이 표결에 부쳐지기에 앞서 '기권'을 결정한 바 있다. 송민순 전 외교부장관은 2016년 발간한 회고록에서 당시 기권 결정을 두고 "노무현 정부가 북한에 의견을 물은 뒤 이뤄진 것"이라고 주장해 파문이 일었다. 당시 의사결정 과정에 청와대 비서실장이던 문재인 대통령이 관여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대선 과정에서 큰 파문이 뒤따랐다. 이듬해 검찰은 대통령 주재 회의에서 기권 방침이 먼저 정해진 뒤 북한 반응을 타진했다고 사실관계를 정리했으나 명예훼손으로 고발된 송 전 장관에 대해선 그렇게 믿을 만한 상황이 있었다며 무혐의 처리한 바 있다.

이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는 우리나라도 11년 내리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도 지난 2년간 공동제안국에서 탈퇴하지 않았으나 올해는 상반된 결정이 내려진 것이다.

이날 채택된 북한 인권결의안은 그간의 내용과 별다른 차이는 없다. 뒤집어 말하면 북한 인권 상황은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이번 결의안에는 북한의 인권 침해 상황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하고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는 표현이 유지됐다. 아울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인권 유린의 책임을 추궁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물론 만장일치로 의사결정을 하는 구조인 안보리는 중국과 러시아 등의 반대에 부딪혀 아무런 실질적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김성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대사는 "결의안은 북한의 현실을 극도로 왜곡하고 있다"면서 "북한의 인권유린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변했다. 그는 "일부 적대 세력들이 신성한 유엔 무대에서 대결을 부추기는 상황에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며 "일본은 과거 일제강점기에 반인권 범죄 행위를 자행했다"고 비난한 뒤 퇴장했다. 일본은 공동제안국에 참여하긴 했으나 지난해와 달리 초안 작성에는 불참한 것으로 전해졌다.

[워싱턴 = 신헌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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