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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택배기사도 근로자" 노조설립 할수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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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기사도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하기 때문에 노조를 설립할 수 있다는 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지난 2월 대법원에서 철도역 매점 운영자를 근로자로 인정하면서 특수고용직도 노조를 설립할 수 있다는 판결이 나오는 추세다.

15일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판사 박성규)가 CJ대한통운 대리점주들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교섭 요구 노동조합 확정공고에 대한 시정 재심 결정을 취소해 달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질적 요소가 있지만 택배기사는 노조법상 근로자이며 전국택배연대노조도 노조법상 노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택배노조가 교섭을 요구하면 사측은 교섭 요구 사실을 공고할 의무가 있으므로 재심 신청을 기각한 결정도 적법하다"고 설명했다.

판결에 따르면 고용노동부가 2017년 11월 설립 신고증을 발부하자 택배노조는 사측에 노동환경 개선을 위한 교섭을 제안했다. 하지만 대리점주들은 "택배기사는 근로자가 아닌 개별사업자"라며 응하지 않았다. 이후 지방노동위원회·중앙노동위원회에서 "택배기사는 근로자이므로 교섭에 응해야 한다"고 결정하자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택배 업계가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노조법상 근로자로 인정되면서 노동3권(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을 충분히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CJ대한통운뿐 아니라 한진택배, 롯데글로벌로지스 등에서 추가 조합원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택배 업계 특성상 파업이 이뤄지면 업무가 사실상 마비돼 세를 불린 택배노조의 협상력도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반면 노조 가입률이 크게 오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반론도 나온다. 한 물류 업계 관계자는 "택배기사들의 노조 가입 여부를 놓고도 기사들 사이에서 입장이 크게 갈리는 만큼 이번 판결 때문에 노조 가입률이 오르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특수고용직들을 폭넓게 근로자로 인정하는 기존 판례에 따른 것이며 앞으로도 유사한 소송·판결이 잇달아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에는 '노조법상 근로자'로 인정된 것이라서 근로자들이 연차수당 등에 대해 사측에 문제를 제기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돼야 수당 지급에 대한 문제를 제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태성 기자 / 성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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