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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SK그룹, 디지털 자산화 대비 `키`로 블록체인 낙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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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블록체인은 더 이상 스타트업만의 영역이 아니다. 소프트웨어 정책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블록체인 시장 전체 매출 1274억원 중 86%인 1108억원이 대기업에서 발생했다. 국내 재계 순위 10위권 그룹 중 7곳이 자사 서비스에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블록체인을 제조·유통·전자·물류·통신 등 다양한 영역에 적용하겠다는 대기업의 선포가 업계 발전을 앞당길 것이란 전망도 힘을 얻고 있다. 이번 기획을 통해 이들이 내놓은 청사진을 점검하고 블록체인 생태계의 동향을 예측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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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중심의 정보 혁명의 시대에서 모든 것이 디지털 자산화될 수 있는 ‘자산 혁명의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 재계 서열 3위 SK그룹은 다가올 새로운 시대에서 자산의 안전한 거래 및 유통을 위해 ‘블록체인’이 핵심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SK그룹은 이전부터 블록체인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였다. 블록체인 기술이 ‘사회적 가치 창출’과 ‘개인 데이터 주권 확보’에 주효하다는 판단에서다. 관심은 실질적 사업으로 이어졌다. SK C&C·SK텔레콤·SK플래닛 등 각 계열사는 최근 블록체인을 도입해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SK C&C는 개발 중인 블록체인 플랫폼 체인제트(Chain Z)를 활용해 '사회적 가치' 창출을 목표로 블록체인 기반 기부 플랫폼 등을 선보인 바 있다. SK텔레콤은 지난 20일 나머지 이동통신사 2곳과 삼성전자∙KEB하나은행∙우리은행∙코스콤 등 11개사와 함께 추진 중인 블록체인 기반 모바일 전자증명사업 '이니셜'의 상용화 계획을 밝혔으며 SK플래닛은 최근 특허청에 블록체인 관련 상품의 상표를 출원했다.

SK C&C "블록체인 플랫폼 체인제트로 사회적 생태계 활성화"

SK 그룹사 중 블록체인에 가장 먼저 뛰어든 곳은 SK C&C다. SK C&C는 SK의 정보통신기술(ICT) 관계사로 지난 2016년 9월 블록체인 전담 조직을 신설한 후 올해 초 블록체인 플랫폼 체인제트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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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인제트는 리플 오픈소스 프로토콜 기반 블록체인 플랫폼으로 클라우드 서비스인 '클라우드 제트'에 탑재해 블록체인 구축 및 운영에 필요한 인프라를 지원한다. SK C&C에서는 체인제트가 인프라 확장에 최적화된 하이브리드 멀티 클라우드로 구성돼 서비스 규모에 상관없이 언제든지 확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선 사회적 가치 창출과 생태계 활성화에 활용할 예정이다. 이기열 SK C&C 디지털 총괄은 지난달 29일 열린 SK ICT 테크서밋에서 "블록체인 기술은 사회적 생태계를 활성화하는데 매우 유용한 기술"이라며 "사회적 경제를 창출하는 메인넷을 개발해 사회적기업과 같이 성장하는 블록체인 인프라를 만들어나가겠다"고 말했다.

SK C&C가 그리는 사회적 경제 플랫폼은 사회적 기업을 포함해 사회적 경제 참여자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지향한다. 이를 위해 우선 국내에서 활동 중인 사회적 기업들을 해당 플랫폼 안으로 모아 협동조합처럼 서로의 사업이 상호 교류될 수 있게 지원할 예정이다. 현재 지역화폐협동조합·사회적경제연구원과 대전·세종 지역의 호혜거래 서비스를 개발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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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문화 구축에도 적극적이다. 기부자가 블록체인 기반 기부 플랫폼 내에서 기부 코인을 활용해 기부하면 기부단체를 거쳐 수혜자까지 가는 모든 과정을 알려준다. 기부금이 사용되는 모든 과정을 블록체인 기술로 추적해 투명성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최철 SK C&C 블록체인 유닛장은 "SK C&C가 진행 중인 기부 플랫폼 역시 사회적 경제 플랫폼의 구성 요소 중 하나"라며 "현재 기아대책 등 기부 단체와 공동으로 파일럿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 모바일 전자증명사업 '이니셜' 상용화 시동

SK텔레콤은 개인 데이터의 가치를 높이는 데 블록체인을 활용 중이다. 블록체인 기술로 데이터 자기주권 시대를 앞당기겠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외 협력사들과 함께 탈중앙화 인증(DID)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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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은 지난 7월 LG유플러스∙KT∙삼성전자∙KEB하나은행∙우리은행∙코스콤 등 7개사와 컨소시엄을 구축하고 블록체인 기반 모바일 전자증명 사업 ‘이니셜’을 출범한 바 있다. 지난 20일 현대카드∙BC카드∙신한은행∙NH농협은행 등이 컨소시엄에 새롭게 합류해 총 10개사와 함께 이니셜의 상용화를 준비 중이다. 이니셜은 컨소시엄형 블록체인 네트워크로 종이 증명서를 발급받고 제출하는 불편함을 덜어준다는 취지에서 시작했다.

이니셜의 목표는 크게 '전자 증명'과 '금융 강화' 등 2가지다. 우선 이니셜을 활용하면 모바일 전자 증명 앱에서 발급∙제출을 원하는 기관의 증명서를 선택해 원하는 작업을 할 수 있다. 현재 고려대학교를 포함해 전국 6개 대학교의 제증명(졸업·재학·성적 증명 등) 발급 사이트와 연동해 자격증명을 발급하거나 제출할 수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우선 학교와 기관을 중심으로 이니셜의 전자 증명 기능을 입증한 후 올해 말 혹은 내년 초에 금융 계좌 개설 등에도 활용해 은행·금융권으로 확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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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니셜은 이외에도 다수기업 및 공공기관과 협력해 다양한 영역으로 서비스를 확장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코스콤과 함께 자본시장 분야 서비스 확대를 준비하고 있는 한양증권·KTB투자증권·케이프투자증권·DB금융투자 등 증권사를 비롯해 우리카드·캐롯손해보험 등 카드사 및 보험사와 지속적으로 협업해 금융 서비스를 기획하고 있다. 또한 YBM·한국전자투표·ADT캡스·서울옥션블루 등과도 협업관계를 구축했다. 토익 성적표 발급뿐 아니라 실손보험금 청구 시 진료비 영수증 제출 프로세스를 간소화하는 서비스까지 구현할 예정이다.

OK캐쉬백과의 연동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강원 SK텔레콤 소프트웨어랩장은 지난 7월 열린 비들 아시아 2019에서 "SK의 DID서비스를 OK캐쉬백, SK 주유소 등 SK 계열사 내에서도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한 바 있다. 이 가운데 SK플래닛이 최근 특허청에 상표를 출원한 '스콘'에 관심이 쏠린다. SK 플래닛은 상표를 출원하며 지정상품으로 '블록체인 토큰 발행업', '토큰 발행 및 회수업' 등을 등록했다.

이번 스콘 출원이 OK캐쉬백의 블록체인 시장 진출을 의미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SK플래닛은 온라인 멤버십 포인트인 OK캐쉬백을 발행해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입지를 굳힌 곳이기 때문이다. SK플래닛 관계자는 이에 대해 "스콘을 지금 당장 활용하기 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미리 출원한 것"이라며 "이번 출원은 향후 블록체인 기술 연동보다 여러 업체의 블록체인 시장 진출에 대비하기 위한 일환 중 하나"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SK플래닛 안에서 빅데이터 기반으로 블록체인과 협력해 여러 방향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며 "OK캐쉬백 등 기존 서비스와 응용해서 나온 것은 아직 구체적으로 없다"고 덧붙였다.

정부와 사회가 원하는 사업

SK그룹사들의 블록체인 사업은 정부와 사회가 요구하는 방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향후 사업이 탄력을 받고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SK텔레콤을 포함한 컨소시엄 11개사가 추진 중인 이니셜은 연말 혹은 내년 초 출시를 앞두고 있다. 애초에 정부의 국책사업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정부의 기대도 크다는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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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 관계자는 “정부에서 통신사에게 이번 사업을 맡긴 이유는 국민 대다수가 스마트폰을 통해 접근하기 쉽기 때문”이라며 “스마트폰을 통한 서비스는 보편적이고 빠르게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고 있다. 또 통신사는 개인 인증에 대한 자격을 갖추고 있어 다른 기업보다 간소화된 절차에서 이번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업을 함께 진행하는 통신사의 한 관계자는 “통신 3사가 고객과 접점이 있다보니 통신사들이 이번 사업을 주도적으로 진행했으면 하는 게 정부의 방향”이라며 “정부과제에서 시작했지만 민간 주도로 진행함에도 실효를 거두고 실체를 가지고 있는 사업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블록체인 기술로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겠다는 방향도 전망이 밝다. 카카오의 블록체인 기술 자회사 그라운드X에서 소셜임팩트 사업을 이끌고 있는 이종건 디렉터는 “블록체인은 고유의 기술 특성으로 인해 사회적인 임팩트를 만들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며 “실제로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적용방식을 통해 사례가 나오고 있다. 기업들이 사회의 지속성장개발을 본인들의 사업과 연관지을 때 기업의 지속성장 기회가 더 많이 주어지는 시대로 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지영 D.STREET(디스트리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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