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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9 (수)

행복한 회사생활?…고속승진 위한 노력 멈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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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대한민국은 '타워'의 세계다. 대개의 조직이 맨 꼭대기 층을 중심으로 위계(位階)가 서기 때문이다. 모든 회사원은 '임원'을 꿈꾼다. 뒤처지는 이는 '물먹었다'는 경멸의 시선을 견뎌야 한다. 승진을 향한 욕망은 현대인이라면 응당 가져야 할 덕목이다. 그 예외는 없다. 개인의 '성향'은 객관적 '능력'이라는 이름하에 배제된다.

로런스 피터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위계의 메커니즘'이 구조적으로 무능력한 조직을 만든다고 봤다. 위계의 시스템이 인간의 욕망을 더 높은 곳으로 향하도록 추동하면서 종국엔 능력에 맞지 않는 자리로 이끈다는 지적이다. 보고서의 기본도 모르는 팀장, 소리만 지를 줄 아는 정치인, 개념 하나 숙지가 안 된 명문대 교수를 예리하게 설명하는 이론. '피터의 원리(Peter Principle)'다.

만국(萬國)의 하위계급 속을 시원하게 긁어 준 '피터의 원리'가 문고판으로 새로 나왔다. 가독성은 높이고, 세련미는 더했다. 현대사회의 '관료제적 실패'에 대한 예리한 분석은 그대로다. 피터의 원리는 피터 교수와 극작가 레이먼드 헐의 공동 작업으로 탄생한 작품이다. 정치·법률·교육·산업 등 현대사회 모든 분야에서 무능력자가 고위직에 올라가는 현상을 연구했다.

저자는 '승진의 원리'가 조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말 잘 듣는 부하가 승진할 때 리더십이 필요한 자리에서 어떤 역량도 발휘할 수 없다고 일갈한다. 고속 승진한 부하 직원은 오히려 무능력한 리더로 변모하며 '최종승진증후군'의 희생양이 된다. '성공한 무능력자'가 얻는 것이라곤 불면증, 복통, 위궤양, 만성피로, 식욕감퇴, 성불능 등 만성질환이다. 조직의 수뇌부는 자신의 능력에 걸맞지 않은 이들로 채워진다. 조직이나 개인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다.

질문은 '위계 질서 속에 놓인 개인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로 향한다. 저자는 자신의 능력과 성향에 맞는 직업에서 승진을 위한 노력을 과감히 중지하는 '창조적 무능력자'가 될 것을 주문한다. 사명감과 행복을 느끼며 자신의 능력을 십분 활용할 수 있는 지위에 머무르라는 것이다. 그 길만이 조직의 좋은 평가를 들으며 자신이 정한 행복의 기준에 따라 삶을 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조직 생활을 하는 모든 이들의 행복을 위한 처방전 66가지도 마련했다. 간단한 정신훈련부터 자신과 조직을 객관화하는 일까지 다방면으로 담아낸다.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나, 프랑스 철학자 사르트르 등 유명인의 격언을 적소에 배치한 것도 인상 깊다. 물론 대부분이 심리적 자기관리나 다른 직종에 도전하라는 등 '뻔한' 소리지만, 인간은 뻔한 소리로부터 희망을 찾기도 한다. 책을 계속 발췌독하게 되는 이유다. 대한민국은 수평적 광장보다는 수직적 타워의 나라이기에 더욱 그렇다.

[강영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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