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이견 드러낸 SCM / 정경두 “합리적 수준서 책정” 반박 / 18·19일 회의 앞두고 기싸움 치열 / CNN “트럼프 당초 50억弗로 요구 / 당국자들 47억弗로 내리도록 설득” / 美 “지소미아 유지” 연일 압박 속 / 靑 “日 변화없다면 철회없어” 고수 / 양국 연합공중훈련 조정 여부 협의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마크 에스퍼 미 국방부 장관이 제51차 한·미 안보협의회(SCM) 고위회담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마친 뒤 손을 맞잡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15일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제51차 한·미 안보협의회(SCM)는 한·미 간 대북 정보 공유와 전작권 전환, 한·미 동맹 발전 등을 논의했다. 하지만 관심은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에 쏠렸다. 특히 SCM 이후 열린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의 공동기자회견에서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은 한국이 부담해야 할 방위비 분담금의 인상을 노골적으로 거론해 험로가 예고됐다. 에스퍼 장관은 오는 23일 0시로 종료되는 지소미아를 두고도 재차 연장을 압박했다.
◆美 “방위비 증액 상태로 체결돼야”
에스퍼 장관은 이날 SCM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국은 부유한 국가니 더 부담할 여유가 있다”는 점을 거론하며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요구했다는 사실을 대놓고 공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미 국무부 주요 고위당국자들이 지금까지 방위비 증액과 관련해 한국 측을 압박해온 것과 대체로 일치하는 언행이다. 정부로선 압박이 커질 수 있는 대목이다. 반면 정 장관은 방위비 인상과 관련한 내용을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공평하고 상호 동의 가능한 수준에서 결정돼야 한다”, “지금까지 공평하고 합리적으로 방위비 분담금이 잘 책정돼 한반도 평화가 유지돼왔다”는 정부 입장을 강조하며 맞섰다.
마크 에스퍼 미 국방부 장관이 15일 제51차 한·미 안보협의회(SCM) 고위회담을 마친 뒤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미국의 방위비 분담금 요구가 지나치다는 목소리는 미국 내에서도 나오고 있다. CNN은 14일(현지시간) 익명의 당국자와 의회 보좌관을 인용해 “올해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 금액을 50억달러로 올렸고 이후 국무부와 국방부 당국자들이 47억달러로 내리도록 설득했다”고 보도했다. 47억달러 요구를 정당화하기 위한 근거를 찾느라 분주했다고도 전했다. 보도가 사실이라면 분담금 인상 요구의 불합리성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다만 미국이 실제 지난 SMA보다 5배 가까이 늘어난 47억달러를 요구했는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상황이다. 에스퍼 장관은 이날 “‘조금 더’ 인상된 수준을 요구한 것”이라고만 설명했지, 구체적 금액을 밝히진 않았다. 정 장관은 ‘미국이 요구한 금액이 47억달러가 맞는지’를 묻는 외신 기자 질문에 “이 자리에서 명확히 확인해줄 수 없고 양측이 논의하는 과정”이라고 답했다.
양국은 오는 18, 19일 서울에서 제11차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3차 회의를 가질 예정이다. 치열한 줄다리기가 예상된다. 양국은 이날 협상의 연내 타결에 대해 공감했다고 밝혔지만 견해차가 크고 시간이 촉박해 회의적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마크 에스퍼 미 국방 장관을 비롯한 한·미 국방 고위 당국자들이 15일 오전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에서 제51차 한·미 안보협의회(SCM) 확대 회담을 하기 위해 착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지소미아 파기는 한·미·일 안보협력의 효과성 약화”
에스퍼 장관은 회견에서 “전시 상황을 생각했을 때 한·미·일이 효과적, 적시적으로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서 (지소미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한·미·일 안보협력 외 지소미아 종료 결정의 원인이었던 일본의 대한국 수출규제 조치 해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미국이 자국 입장만 일방적으로 내세운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 장관은 미국이 한·일 문제에 개입할 것을 우회적으로 요구했다. 그는 지소미아 유지에 개인적으로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일본 태도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미국 측의 적극적 노력을 당부했다”고 주문했다.
정부는 일본의 수출규제 등의 태도변화 없이는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번복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한·일관계에 아무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우리가 무작정 지소미아 종료를 번복한다면 이는 당시의 결정이 신중하지 않았다는 얘기가 된다”고 말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15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제51차 한·미 안보협의회(SCM) 고위회담을 마친 뒤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한·미 연합공중훈련 조정 가능성
국방부는 SCM에서 한·미 연합훈련 조정 등의 문제가 논의된 것과 관련해 이달 중순 시행될 연합공중훈련 조정 여부도 미국 측과 긴밀히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국방부 고위 당국자는 SCM 회의 결과 설명을 통해 “이번 달 실시할 연합공중훈련 (조정 여부 등의) 방안에 대해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며 “현재까지 (훈련 계획이) 바뀐 것은 없지만, 미국 측과 계속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한·미 군 당국은 기존 대규모의 비질런트 에이스(Vigilant Ace)를 대체한 대대급 규모의 연합공중훈련을 이달 중 실시하는 계획을 수립했는데 이 훈련을 더 줄일지, 유예할지 등을 협의하고 있다는 설명으로 풀이된다.
이정우·박수찬·김예진·박현준 기자 woo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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