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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사설] 기업의 탐욕과 무책임한 행정이 부른 ‘장점마을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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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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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주민 99명 중 22명이 암에 걸리고 이 중 14명이 숨진 전북 익산시 ‘장점마을의 비극’은 기업의 탐욕과 무책임한 행정이 부른 ‘인재’라 할 수 있다. 환경부는 14일 발표한 ‘장점마을 환경오염과 주민 건강실태 조사 결과’에서 “암 집단 발병과 인근 비료공장의 유해물질 배출 간에 역학적 관련성이 있다”고 밝혔다. 국내에서 환경오염과 질병의 인과관계가 인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사 결과를 보면, 2001년 장점마을에서 500m가량 떨어진 곳에 들어선 비료업체 금강농산이 퇴비로만 사용해야 할 ‘연초박’(담뱃잎 찌꺼기)을 불법적으로 유기질비료 원료로 썼다. 유기질비료가 훨씬 비싸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폐암·피부암·간암 등을 일으키는 1군 발암물질이 배출됐다. 또 이 업체는 방지시설을 거치지 않고 발암물질을 배출해 참사를 더 키웠다. 이윤에 눈이 멀어 주민 건강은 안중에도 없었던 것이다.

금강농산에 연초박을 공급한 케이티앤지(KT&G)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케이티앤지는 “법령상 기준을 갖춘 업체와 퇴비로 활용할 목적으로 계약을 체결했다”는 입장이다. 처음에는 몰랐을 수 있다. 그러나 주민들의 민원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현장 확인을 하는 최소한의 조처만 했더라도 공급을 중단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다.

익산시와 전북도 등의 부실한 관리·감독 또한 책임이 무겁다. 저수지의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하고 주민들이 악취 때문에 응급실에 실려가는 사태가 발생해도 행정기관에서 돌아온 답은 “문제가 없다”는 것이었다고 한다. 특히 익산시는 10차례 이상 금강농산의 위법 사례를 확인하고도 가동 중단이나 폐업 같은 조처를 취하지 않았다. 전북도는 환경기술지원사업에 협조했다며 표창장까지 줬다고 한다. 기가 막힐 노릇이다.

정부는 피해 주민들에 대한 충분한 보상과 건강 관리, 오염원 제거 등 후속 대책에 빈틈이 없어야 한다. 또 불법행위와 관리·감독 소홀에 대해서는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주민들이 환경오염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민원을 제기하는 지역이 전국적으로 여러 곳 된다. 정부는 이번 기회에 이들 지역에 대해 실태 조사부터 착수해야 한다. 일차적으로 연초박을 비료 생산에 쓰는 곳이 더는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 더 이상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잘못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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