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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사설] 북, ‘금강산 최후통첩’ 거두고 대화의 장 나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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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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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금강산 남쪽 시설을 일방적으로 철거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은 15일 ‘남쪽 당국이 부질없는 주장을 고집한다면 일방적으로 철거를 단행할 것이라는 최후통첩을 보냈다’고 전했다. 북한이 최후통첩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강제 철거 가능성을 거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금강산 문제를 둘러싼 남북 간 긴장이 최고조에 이른 느낌이다.

북한 보도의 발언 수위는 전례 없이 높다. 북한은 금강산이 남북의 공유물이 아니며 남북 화해협력의 상징적인 장소도 아니라고 했다. 왜 북한이 이렇게 조급한 태도로 억지스러운 주장을 계속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남쪽은 그동안 여러 차례 실무회담을 제안했고 공동점검단을 보내겠다는 뜻도 밝혔다. 그런데도 북한은 철거 요구만 되풀이하다 급기야 ‘강제 철거’까지 언급했다. 북한의 이런 주장은 남북 협력이라는 근본정신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남쪽 기업의 재산권 보호라는 원칙에도 반하는 행위다. 북한이 재산권 문제를 이렇게 휴지 조각처럼 여긴다면 앞으로 어느 나라 기업이 북한에 투자할 생각을 할 수 있겠는가. 북한의 철거 압박은 조급증에 사로잡혀 장기적인 시야를 놓치는 잘못을 범하는 것이다. 북한은 압박 행보를 중단하고 이제라도 문제 해결을 위해 대화의 장에 나와야 한다.

북한이 금강산 시설 강제철거 가능성을 밝히기 직전에 북-미 비핵화 협상을 재개할 뜻을 내비친 것을 보면, 이 문제가 북-미 협상과도 관련이 있으리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북-미 협상에서 우위를 선점하기 위해 금강산 문제를 대미 압박용으로 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다. 그러나 북-미 협상에 금강산 문제를 끌어들이는 것은 남쪽 여론만 악화시킨다는 점을 북한은 알아야 한다. 북-미 협상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도 남북이 소통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상황이 심각한 것은 사실이지만 사태를 대화로 풀 여지는 아직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입장 발표가 관영매체 보도라는 형식을 취했고 ‘최후통첩’의 발신 주체도 명시돼 있지 않다. 철거 시한도 밝히지 않았다. 북한이 강경 발언 뒤에서 타협 가능성을 남겨둔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정부는 사태의 심각성을 깊이 인식하고 비상한 각오로 북한을 설득할 방안을 찾는 데 모든 노력을 다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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