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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책과 삶]자본·국가 중심이 아닌 ‘사람 중심’ 인간관으로 바라본 정의와 공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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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의 미래 “공정”

김인회 지음

준평 | 412쪽 | 1만5000원

경향신문

최근 성소수자 1000여명이 동성 커플은 법내 가족이 아니라 제도적 차별을 겪고 있다며 이를 해결해달라고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이를 다룬 포털 기사에는 비난의 댓글이 다수 달렸다. 그중 가장 많은 공감을 얻은 댓글을 거칠게 요약하면 ‘동성 커플은 자녀를 낳을 수 없는데 왜 세금을 축내느냐’는 것이었다. 이는 사람을 노동력 공급자로 여기는 ‘자본 중심의 인간관’ 또는 사회복지 비용의 부담자로 여기는 ‘국가 중심의 인간관’에서 비롯된 것이다. 대한민국이라는 자본주의 국가에 사는 우리는 알게 모르게 이 같은 인간관에 익숙해지고 길들여졌다.

이 책은 현재 한국 사회의 가장 큰 화두인 정의, 공정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자는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등에서 일하며 사법개혁을 이끌었고 <문재인, 김인회의 검찰을 생각한다> 공저자로도 잘 알려진 김인회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다. 문재인 대통령과의 인연 등으로 새 법무부 장관 하마평에 오르기도 하며 현재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국민주권분과위원장도 맡고 있다.

저자는 공정에 대한 기준이 인간관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자본·국가 중심의 인간관과 대립하는 ‘사람 중심의 인간관’의 필요성을 이야기한다. 숫자로 표현되는 자본·국가 중심의 인간관과 달리 사람 중심의 인간관은 다소 철학적인 개념이라 쉽게 와닿지는 않는다. 그러나 저자는 경어체로, 법률가답게 논리적인 서술로 찬찬히 사례와 고전을 섞어가며 설명한다. ‘정신승리’와 같은 요즘 젊은 세대의 언어도 쓰며 이해를 돕는다.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는 현대사회에 대한 진단과 해석은 명쾌하다. 다만 ‘혼밥’ ‘혼술’ ‘혼행’으로 대표되는 싱글 생활의 즐거움을 이해하기는 어렵다는 등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는 대목도 있다. 또 불교 철학이 많이 인용되는데 이해를 돕는 장점도 있지만, 일부는 ‘기승전불교’라는 인상도 든다.

김경학 기자 gomgo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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