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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기고]시진핑의 헛된 꿈, 중국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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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이 홍콩 시위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았다. 브라질에서 열리고 있는 브릭스(BRICs) 정상회담에서 홍콩의 일국양제가 폭력시위로 도전받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정작 일국양제를 부정하고 있는 것은 시진핑 자신이다. 일국양제는 원래 덩샤오핑이 대만의 체제를 인정하면서도 상호교류를 확대하기 위해 고안해낸 제도다. 이 제도는 1997년 홍콩이 중국으로 반환될 때 향후 50년 동안 2047년까지 홍콩에도 적용되기로 결정되었다. 덩샤오핑에 의해 만들어진 일국양제를 지금 시진핑이 부정하고 있다.

경향신문

지난 10월5일 복면금지법이 실시되고 사실상 계엄 상태에 빠진 홍콩은 민주회복의 마지막 희망을 시진핑에게 기대하고 있었다. 10월 말에 예정되어 있었던 중국 공산당 19기 중앙위원회 4차 전체회의(4중전회)가 폭력적인 경찰을 동원하여 시위를 과잉진압하는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을 경질하고 유화책이 실시되기를 많은 세계 시민들이 바라고 있었다. 홍콩 여론 조사에서 73%가 캐리 람을 반대하고 있었고, 계속되는 홍콩 시위는 시진핑 정부에도 부담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었다. 일부 외신들은 이즈음에 내년 3월에 캐리 람이 경질될 것이라는 보도를 내놓았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시진핑은 캐리 람을 재신임하고 시위에 대해 더 강경한 대응을 주문했다. 10월31일 4중전회가 끝나고 난 뒤 캐리 람은 시위 진압에 초강경 모드로 돌입했고 경찰은 실탄 사격도 주저하지 않았다. 11월12일 중문대에 대규모 경찰이 난입했고 전시 상황과 같은 장면이 전 세계로 소셜 미디어를 통해 전해졌다. 며칠 사이에 청년들이 실종되고 곳곳에서 의문사가 드러나고 있다.

지금 시진핑은 홍콩의 자유주의 체제를 인정하면서 중국과 협력을 하는 방식의 일국양제가 아니라, 홍콩에 ‘하나의 중국’을 강요하고 있다. 1997년 홍콩 반환 때 합의한 일국양제를 근본에서부터 부정하고 홍콩의 체제와 문화를 폭압적인 방식으로 말살하려 하고 있다. 시진핑은 홍콩에서 덩샤오핑의 일국양제를 폐기하고 있으며 앞으로 대만에서도 이 원칙은 부정될 것이다.

4중전회 이후 시진핑의 의도가 무엇인지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그가 원하는 것은 1842년 난징조약 이전의 중국 패권 중심의 동아시아로 돌아가는 것이다. 1840년 아편전쟁에서 중국은 영국에 패하면서 홍콩을 할양했다. 전쟁을 시작하던 당시만 해도 영국은 자신이 패배할 수도 있다는 각오로 일전을 불사했다. 그러나 전쟁이 시작되자 중국은 종이호랑이에 불과함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홍콩뿐만 아니라 인접한 구룡반도까지 장악한 영국은 서구 문명과 동아시아 문명이 융합된 새로운 포용문명을 만들어냈다. 지금 시진핑은 홍콩에서 국가폭력을 동원해서라도 자유주의적인 영국과 서구 국가들의 그림자를 홍콩에서 지우려 하고 있다.

중국은 공산당 창당 100주년인 2021년에 인민의 복지가 완성되는 소강사회를, 신중국 100주년인 2049년에는 세계 초일류국가인 대동사회를 만들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 더하여 시진핑은 대륙굴기를 통해 중국 중심의 패권체제를 만들겠다는 중국몽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그의 중국몽은 문명적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폭압적인 방식으로 경찰의 물리력을 동원해서라도 자신의 체제를 강요하는 방식이라는 것이 홍콩 시위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세계사에서 성공하는 패권국가나 제국은 문명적 관용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시진핑의 중국몽에는 관용의 정신이 없음이 홍콩 시위에 대한 대응에서 만천하에 드러났다.

경찰이 시민들을 향해 권총으로 조준 사격을 하는 시진핑의 중국몽은 헛된 꿈에 불과하다. 세계 시민들이 그리고 홍콩 시민들이 동의하지 않는 중국몽이 성공할 리 만무하다. 시진핑이 세계 시민들에게 공명하는 중국몽을 꾼다면 하루 빨리 홍콩 민주회복을 지원해야 한다. 시진핑의 일국양제가 아니라, 홍콩 시민들이 원하는 일국양제가 중국몽의 진정한 초석이다.

임채원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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