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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혼돈의 홍콩을 가다]대학 주변 경찰 집결에 헬리콥터 비행 ‘긴장감’…도심엔 ‘젊은층 지지’ 장노년층 수백명도 운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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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대 ‘24일 선거 예정대로 해야’

외교부, 홍콩여행 자제 경보 상향

경향신문

홍콩 장노년층도 “경찰 폭력 멈춰라” 홍콩 민주화 시위를 지지하는 장노년층 시민들이 15일 센트럴 차터가든에 모여 “경찰 폭력을 조사해 거짓말을 저지해야 한다”고 쓰인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 홍콩 | 박은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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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후 4시(현지시간) 홍콩 센트럴 차터가든에 장노년층 수백명이 모였다. 홍콩 시위를 주도하는 젊은층을 지지하기 위해서였다. 이들은 “경찰 폭력을 조사해 거짓말을 저지해야 한다”고 했다. ‘은발족(銀髮族)’이라고 자칭한 이들은 손에 “늙었지만 쓸모없는 것은 아니다”라는 글귀가 쓰인 푯말을 들고 있었다.

참가자들은 젊은이들만이 아니라 모든 세대가 5대 요구 사항(송환법 철회, 경찰의 강경 진압에 관한 독립적 조사,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체포된 시위 참여자의 조건 없는 석방,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 수용을 촉구했다. 라우(劉·58·여)는 “캐리 람(林鄭月娥) 행정장관이 시민들 목소리는 듣지 않고 폭력 진압 강도만 높여 상황이 더 나빠졌다. 어떻게 젊은이들에게 총을 겨눌 수 있느냐”고 울먹이며 말했다. 라이(黎·73·남)는 “홍콩의 자유와 인권을 위해 나왔다”고, 렁(梁·65·남)은 “5대 요구는 모든 연령층의 생각”이라며 “정부가 사회질서 회복을 원한다면 당장 경찰 폭력부터 멈춰야 한다”고 했다.

이들은 홍콩 시위 ‘5대 요구’를 의미하는 다섯 손가락을 편 채로 홍콩 시위 상징곡 ‘홍콩에 영광을’을 불렀다. 목발을 짚거나 휠체어를 타고 온 이들도 눈에 띄었다. 이들은 1시간가량 집회를 한 뒤 시위 현장에서 추락했다 지난 8일 사망한 홍콩과기대 학생 차우츠록(周梓樂) 영정 등을 들고 공민광장까지 행진했다.

시위대의 폭력 종식을 촉구하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발언이 알려지면서 대학가를 중심으로 긴장감도 높아졌다. 주말 대규모 시위에 홍콩 정부가 강경 대응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면서 양측이 거칠게 충돌할 것이란 우려도 있었다.

홍콩중문대학, 홍콩이공대학 등 대학가는 시위대가 설치한 바리케이드와 벽으로 외부인의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이공대학 앞 청완(暢運)로드에선 검은 옷을 입은 시위대가 경계를 서고 입구에서 신분증과 소지품을 검사했다. 시위대는 경찰의 학내 진입을 막기 위해 곳곳에 돌과 화염병을 쌓아놓았다. 사제 투석기도 보였다. 상공에는 여러 대의 헬리콥터가 비행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낮 12시30분 전후로 센트럴, 코즈웨이베이 등 곳곳에서 ‘런치 위드 유(함께 점심 먹어요) 시위’가 진행됐다. 대부분 정장 차림인 참가자들은 “경찰 폭력을 멈추라” “정부는 시민들의 요구에 귀를 귀울이라”는 구호를 외친 후 해산했다.

‘여명(黎明) 행동’으로 불리는 대중교통 방해 시위도 나흘째 계속됐다. 시위대는 오는 24일 구의원 선거를 예정대로 치러야 한다고 요구했다. 시위대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투표를 독려하고, 건제파(친중파) 의원들 명단과 민주파 후보자들의 정보도 공유하고 있다.

홍콩 정부는 주말 시위에 강경 대응을 시사했다. 홍콩 정무사 사장(총리 격)인 매튜 청(張建宗)은 이날 관련 부처 합동 기자회견을 열고 “대중교통 시스템을 교란시켜 시민복지를 위협하는 것은 용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희생자도 늘어나고 있다. 시위대가 던진 것으로 보이는 벽돌에 머리를 맞은 70세 노인이 사망했다. 환경미화원인 이 노인은 13일 성수이 지역에서 발생한 시위대와 주민 간 충돌 과정에서 머리를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14일 숨졌다.

영국 런던을 방문 중인 홍콩 율정사 사장(법무부 장관 격) 테리사 청이 시위대와 충돌해 부상을 당했다. 청 장관은 14일 저녁 연설하기 위해 영국 공인중재인협회로 들어가려다 홍콩 정부의 시위 강경 진압에 항의하는 30여명에 둘러싸였다. 이들은 ‘살인자’ ‘부끄러운 줄 알아라’ 등의 구호를 외쳤고 이 과정에서 청 장관이 바닥에 넘어지며 팔을 다쳤다.

한편 한국 외교부는 홍콩에 대한 여행경보를 1단계(여행유의)에서 2단계(여행자제)로 상향 조정했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홍콩에 체류 중인 우리 국민은 신변안전에 특별히 유의하고, 여행 예정인 국민은 여행 필요성을 신중히 검토해달라”고 당부했다.

홍콩 | 박은경 특파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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