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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30 (목)

펠로시, 탄핵카드로 뇌물죄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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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상 탄핵사유 콕 집어 거론

트럼프가 배신할 가능성 질문에 변호사 줄리아니 "보험 들어놨다"

미 민주당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사유로 '뇌물죄' 카드를 꺼내 들었다. 헌법에 명시된 탄핵 사유인 '뇌물죄'를 콕 집어 거론해 탄핵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14일(현지 시각) 기자회견에서 전날 열렸던 탄핵조사 공개청문회를 거론하며 "(청문회에서 나온) 충격적 증언은 트럼프 대통령의 뇌물죄를 확증하는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정적(政敵)에 대한 수사의 대가로 군사 지원을 이용하는 권력 남용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 지원을 미끼로 우크라이나에 대해 민주당 유력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 대한 수사를 압박한 것은, 뇌물로 공직자를 매수하려 한 것과 같다는 것이다. 뇌물죄는 연방 헌법에 반역죄, 기타 중범죄, 비행과 함께 탄핵 사유로 적시된 범죄 중 하나로, 이 혐의를 언급한 것은 탄핵조사 수준을 넘어 실제로 탄핵을 추진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대중이 알기 쉬운 '뇌물죄'란 용어를 사용해 탄핵 필요성을 설득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민주당 기대와 달리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조사 청문회의 흥행은 저조했다. ABC·CBS·NBC·CNN·폭스뉴스·MSNBC 등 주요 6개 채널이 모두 생중계했지만 시청자는 1300만여명에 그쳤다. 지난해 9월 성추문 논란을 빚었던 브렛 캐버노 대법관 인준청문회 시청자 수 2040만명보다 적었다. 닉슨 전 대통령의 탄핵 때는 당시 가구의 71%가 이를 시청했던 것과 비교하면 저조한 성적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한편, 민주당의 공세가 강화되면서 우크라이나 압박에 앞장섰던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 루디 줄리아니는 이날 영국 가디언과 통화에서 '탄핵 위기 속에 트럼프가 희생양으로 삼을지 몰라 불안하지 않으냐'는 질문에 웃으며 "그렇지 않다. 나는 매우 좋은 보험에 들어놨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자신을 건드리지 못할 '보험성 카드'가 있다는 의미심장한 발언을 한 것이다. 그러자 줄리아니의 개인 변호사인 로버트 코스텔로가 중간에 끼어들어 "농담이다"라고 수습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가디언은 "농담인지 은근한 위협인지 알 수 없다"고 했다.

트럼프는 이날 루이지애나주(州)에서 열린 정치 유세에서 "사람들은 이것(탄핵)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며 "우리는 (지지율이) 올라가고 있고 그들은 떨어지고 있다. 한동안 (탄핵 추진을) 하도록 내버려 두자"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화당이 자신을 위해 똘똘 뭉쳐 있다며 "이것은 아름다운 일"이라고도 했다.

[워싱턴=조의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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