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멘토모리, 울산시 울주군 온산면, Gelatin Silver Print, 100x100㎝, 1990-2000. ⓒ이상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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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사진가 이상일(63)씨의 ‘이상일의 빈티지’전(展)이 대전 유성구 갤러리빔에서 다음달 15일까지 열린다.
그의 대표연작 ‘망월동’(1984~2000)과 ‘으므니’(1984~1995), ‘메멘토모리’(1992~2003), ‘오온’(2007~2009) 중에서 대표작을 추려 23점을 선보인다.
망월동, 광주시 망월동, Gelatin Silver Print, 50x41㎝, 1985-2000. ⓒ이상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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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월동’은 이씨가 청년시절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작업이다. 이씨는 1980년 5월 특수부대원으로 광주에 투입됐다. 민주화운동이 끝나고 개인의 속죄 의례로 16년 넘게 찍은 것이 ‘망월동’이다. 일반적인 뉴스 사진과는 달리 진한 감성이 느껴지는 ‘주관적 다큐멘터리’의 진수를 보여준다. 이씨는 ‘망월동’을 계기로 사진가의 길을 걷게 됐다. 그는 당시 “어떤 책임의식 같은 것을 느껴서 다만 찍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으므니, 경상남도 산청, Gelatin Silver Print, 36x28㎝, 1985-1992. ⓒ이상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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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그가 카메라에 담은 건 어머니다. ‘으므니’는 늙은 어머니가 죽어가는 모습을 병석에서부터 시작해 땅에 묻히고 무덤에 풀이 돋기까지 프레임에 담은 일련의 사진이다.
사진의 표면은 그림처럼 마티에르(질감) 없이 매끄럽다. 어떤 사진은 유리에 접착하기도 해 미끄러질 정도로 매끄럽다. 하지만 그의 사진은 거칠다. 표면이 아니라 내부가. 사진이 담고 있는 세월과 이야기가 남다르다. 사진평론가인 박주석 명지대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당시 평론글에서 “그 세월의 무게나 그의 사진에 천착되어 있는 삶과 의식의 절박함과 중량감이 떠받치기에 너무 버거웠다”는 표현을 쓰고 있다.
메멘토모리, 울산시 울주군 온산면, Gelatin Silver Print, 50x41㎝, 1990-2000. ⓒ이상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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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멘토모리’는 ‘죽음을 기억하라’란 뉘앙스로 온산공업단지가 들어서면서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울산 남구 온산면 당월리 어촌 사람들을 담아낸 작품이다. 이 연작은 “간단치 않은 우리 사회의 현대사를 선명하게 관통하는 시선이 있다”는 평을 받는다.
오온, 범어사, 메멘토모리, 100x200㎝, 2007-2009. ⓒ이상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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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온(五蘊)’은 부산 범어사로 들어가 새벽 3시에 일어나 찍었던 사진들이다. 이씨는 시끄러운 세속의 풍경 대신 범어사의 새벽에 깨어나는 만물을 바라봤다. 오온이란 불교에서 말하는 인식의 다섯 단계인 색(色)·수(受)·상(想)·행(行)·식(識)을 의미하는데, 완전한 어둠에서 새벽을 거쳐 아침에 이르는 과정과 아주 흡사하다. 그는 이를 통해 ‘세상에 존재하는 것’과 ‘자신이 아는 것’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영정, 광주시 망월동, Gelatin Silver Print, 35.5x43㎝. 1984. ⓒ이상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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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의 기획자인 황윤 갤러리빔 대표는 “이상일은 사진이 가지고 있는 매체의 특수성에 주목하여 존재론적 성찰을 사진과 접목시켜왔다”고 했다. 그는 “‘망월동’과 ‘으므니’는 본다는 것에 대한 탐색이고, ‘메멘토모리’는 보임에 대한 성찰에서 비롯된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오온’은 궁극적으로 보는 것과 보이는 것의 총체성인 존재에 대한 사진적 탐구라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부대행사로 작가와의 만남(25일 오후 7시)과 다큐멘터리 사진 특강(26일 오후 7시)이 준비돼있다. 11월 16일부터 12월 15일까지 대전 유성구 동서대로 갤러리빔. 무료. 042-822-88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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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가 이상일
중앙대 대학원과 부산대 대학원에서 순수사진과 예술학을 각각 전공했다. 2000년 광주비엔날레 최우수기획전상, 2009년 동강사진상, 2011년 이나노부오상 등을 수상하였으며, 경일대 사진학과 교수와 부산 고은사진미술관 관장을 역임했다. 현재는 양산의 작업실 ‘이상일사진관(觀)’에서 사진작업과 영화제작을 병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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