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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보수통합 성패는 선거법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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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 널려 있는 ‘빅딜 협상’이 올 연말 정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가장 관심을 끄는 이슈는 ‘보수통합’ 문제다. 자유한국당과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 사이의 보수통합 협상이 세간의 관심을 불러모으고 있다. 또 다른 빅딜은 국회 예결위에서 이뤄지고 있다. 내년도 정부 예산안 통과를 둘러싸고 여야의 숫자 씨름이 진행 중이다. 500조원이 넘는 슈퍼 예산의 빅딜의 시한은 정해져 있다. 12월 2일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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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11월 6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보수대통합을 제안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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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폭발력을 가진 것은 패스트트랙 협상이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지난 4월 말 국회 정치개혁특위와 사법개혁특위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한 선거법과 공수처법·검경수사권조정안을 12월 3일 국회 본회의에 부의한다고 밝혔다. 12월 2일과 3일이라는 시한을 향해 예산과 패스트트랙 빅딜의 초침이 벌써부터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다만 몇 달째 지지부진한 협상을 이어가는 패스트트랙은 예산안과는 달리 본회의 부의 시점과 본회의 상정 시점 사이에 협상의 시간이 마련될 가능성도 있다.

세 가지 빅딜(보수통합, 예산, 패스트트랙) 가운데 보수통합과 패스트트랙 빅딜은 톱니바퀴처럼 묘하게 얽혀 있다. 대안신당의 한 인사는 “모든 것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론은 딱 하나”라며 “패스트트랙에 올라간 선거법이 모든 빅딜 협상 중 가장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 인사는 “보수통합이든, 호남권 제3지대 통합이든 모든 구도는 선거법이 결정한다”며 “선거법이 패스트트랙안대로 통과되느냐, 아니면 본회의에서 부결되느냐, 아니면 새로운 합의안으로 상정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예산과 패스트트랙, 12월 2·3일 결판

만약 패스트트랙안대로 선거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보수통합 협상 역시 큰 영향을 받게 된다. 내년 총선에서 보수 세력의 승리라는 통합의 명분이 퇴색할 수 있기 때문이다. 50% 준연동형 비례대표제(패스트트랙안)에서는 소수정당의 비례의석 확보가 유리하기 때문에 보수 세력으로서는 통합하는 것보다 한국당·변혁·우리공화당 등이 총선에서 각개약진하는 게 더 유리할 수 있다.

다만 지역구에서는 보수연대라는 어려운 방식을 합의해야 한다.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변혁의 유승민 의원(전 대표)이 보수재건 3원칙(탄핵의 강을 건너자, 개혁 보수로 나가자, 낡은 집을 허물고 새 집을 짓자)을 내세우면서 강경한 입장을 유지하는 데에는 12월 초 본회의에 부의되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라는 변수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유승민 의원은 이전부터 선거법은 합의 처리가 우선이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3당의 패스트트랙 안은 신당 창당을 추진하는 유 의원에게는 유리한 카드가 된다.

한국당에게는 선거법 통과가 보수통합의 장애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통합의 다른 축인 우리공화당 역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반대하고 있지만, 통과될 경우에는 정당지지율 3%의 벽을 넘겨 최대한 비례대표 의석을 확보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공화당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1∼2%의 지지율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한국당 입당이 점쳐지던 이언주 의원(무소속) 역시 신당 창당을 선언했다.

하지만 한국당은 선거법에 관계없이 보수대통합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한국당 내 통합협의기구 실무팀에서 활동하는 이양수 의원은 “준연동형제가 국회에서 통과되든, 되지 않든 지역구 선거에서는 보수대통합이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강조했다. 선거법 협상이 따로 있는 만큼 선거법과 연관 지어 보수통합을 추진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준연동형제는 민주당과 정의당이 ‘윈윈’하는 방식인데,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보수 쪽에서는) 통합을 하더라도 민주당과 정의당의 윈윈과 유사한 전략을 짜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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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바른미래당 비당권파 모임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 전 대표가 11월 7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회의에서 오신환 원내대표와 이야기하고 있다. / 권호욱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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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복잡한 사정 때문에 한국당과 변혁의 보수통합은 ‘겉 따로, 속 따로’의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보수통합의 겉은 화려하다. 특히 한국당에서는 온갖 미사여구가 동원됐다. 황교안 대표가 11월 6일 먼저 변혁에 대통합을 제의했다. 초선 의원들이 공감했고, 재선 의원들이 역시 모여 통합을 응원했다. 중진 의원들 역시 보수통합에는 별다른 이의가 없었다.

하지만 내부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한결같이 부정적이다. 한 초선 의원 측은 “초선 의원들의 모임에서 통합에 대해 긍정적인 목소리만 나온 것이 아니다”라면서 “당내에는 유승민 의원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여전하다”고 말했다. 다른 한 의원 측은 “한국당이 통합 제의를 하긴 했지만 속으로는 한국당 중심의 통합을 원하는 것이고, 때문에 유승민 의원이 이를 미리 알고 보수재건의 3원칙이라는 까다로운 조건을 내건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 측은 “실제로 통합의 대상자들은 변혁 쪽의 지역구 의원들인데, 결국 공천 지분의 문제를 꺼내게 되면 통합이 쉽게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선거법 통과되면 당끼리 합할 이유 없어

한국당 지도부는 통합의 가능성보다 당위성에 방점을 찍고 있다. 이양수 의원은 “한국당 내부에서는 통합해야만 총선에서 이긴다는 점에서 통합에 찬성하는 분들이 99%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면서 “하지만 변혁 쪽에서 만나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통합이 어려운 데에는 그 원인이 한국당 쪽이 아니라 변혁 쪽에 있다는 것이다.

변혁 측 역시 한국당만큼 상황이 복잡하다. 한국당과 마찬가지로 ‘겉 따로, 속 따로’의 양상이다. 유승민 의원은 ‘보수통합’이란 용어 대신 ‘보수재건’을 내세우면서 3원칙을 전제조건으로 내걸었다. 향후 계획이 선거법의 국회 본회의 통과 시점과 맞물리지만 신당 창당 수순을 차근차근 밟겠다는 것이 변혁 측의 입장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비관적인 전망이 많다. 일단 창당준비위원회까지 가는 것으로 의견이 좁혀진 상태지만 그 이후를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 의원 측은 “내부에서는 통합이 되겠느냐는 부정적인 기류가 많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신당 추진파와 통합파 간에 이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당 추진파는 신당의 파이를 키우자는 쪽이고, 통합파는 지금이라도 한국당과 통합하는 것이 좋다는 쪽이다. 때문에 겉으로는 신당 창당과 보수 개혁을 부르짖고 있지만, 내부에서는 통합을 저울질하는 상황이 엿보이고 있다.

장성철 소장은 “준연동형 비례대표 선거제가 통과된다면 유승민 의원은 자신의 뜻을 키우기 위해 비례의석 확보가 중요하겠지만, 변혁 쪽 지역구 의원들은 당장 자신의 지역구 선거가 비례의석 확보보다 더 중요하다”면서 “이해관계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선거법 통과와 관련해 상황이 더욱 복잡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가 아닌 여러 문제가 얽혀 있어 보수통합은 선거법 협상과 계속 ‘연동돼’ 돌아갈 수밖에 없다. 한국당의 한 중진 의원 측은 “드러나는 겉면과 드러나지 않는 속면을 따로 보는 것이 이 상황을 가장 정확하게 이해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유승민 의원의 보수재건 3원칙이 보수대통합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데다 선거법 패스트트랙까지 얽혀 있어 지금까지 명확하게 윤곽이 드러난 것은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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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호우 선임기자 ho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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