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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양보다는 질, 성장하는 막걸리 시장 [명욱의 술 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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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에게 막걸리란 어떤 존재일까? 파전과 잘 어울리는, 비 오는 날의 술? 허기짐을 달래는 서민의 술? 실제로 비가 오는 날 막걸리 매출은 맑은 날에 비해 2배가 넘고, 막걸리에 김치 하나만 있으면 훌륭한 안주가 된다. 그런데 이러한 막걸리가 지난 10년 사이로 엄청난 발전을 거듭해 오고 있다. 단순한 서민의 술이 아닌 선택 폭이 넒은 술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로 현재의 대한민국 막걸리를 4가지 스펙트럼으로 나눠 보았다.

세계일보

다양한 막걸리의 모습. 칼럼니스트 제공


첫번째는 일반 소비자가 자주 접하는 대도시 막걸리다. 서울 장수 막걸리, 부산의 생탁, 인천의 소성주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막걸리는 도시를 기반으로 고객층을 확보하여 굳건하게 자리매김하고 있는 곳이다. 소비자 가격은 모두 1000원대. 저렴하고 편하게 마실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두번째는 10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지역 막걸리다. 양평의 지평 막걸리, 부산의 금정산성 막걸리, 당진의 백련 막걸리 등이 특히 유명하다. 기존의 획일화된 맛에서 벗어나 지역색과 근대문화유산이라는 품위로 인기를 끈 경우다. 해당 막걸리는 일반 대도시 막걸리보다 1000∼2000원 정도 가격이 높다. 하지만 소비자는 크게 개의치 않는다. 사회적 가치를 담고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세번째는 2030의 취향을 닮은 크래프트 막걸리다. 대표적으로는 단양의 도깨비 술, 서울의 나루 생막걸리, 여주의 술아 핸드메이드 막걸리, 홍천의 술 헤는 밤, 용인의 떠먹는 막걸리 이화주, 그리고 울산의 복순도가 막걸리다. 모두 팬시한 디자인을 가지고 있는데, 디자인만 각별한 것이 아니다. 100% 우리 농산물에 무감미료, 그리고 수제로 빚는 고급 막걸리로 분류되는 군이다. 만드는 사람은 3040세대. 젊었을 때 전통주 빚기를 접했고, 이러한 영역에 트렌디를 접목한 분류라고 볼 수 있다. 가격은 6000원에서 1만원 내외. 주로 인스타 등에서 이슈가 되고 있으며, 트렌드 세터들이 찾는 막걸리라고 볼 수 있다.

네번째는 최고의 기술을 뽐내기 위한 고급 막걸리 라인이다. 이러한 제품은 소비자 가격이 가볍게 1만∼5만원 정도의 고가품목이다. 100일 이상 숙성을 통해 원료의 풍미와 숙성의 깊은 맛에 원료를 아낌없이 사용한 것이 특징이다. 대표적으로 평택의 천비향, 청주의 풍정사계 추, 여주의 백년향, 안동의 별바랑, 포천의 산정호수 막걸리, 송도의 삼양춘, 문경의 문희탁주, 홍천의 홍천강 탁주 등이다. 알코올 도수도 기존의 막걸리(6도)보다 약 2배가 넘는 10∼19도로 다양하다. 마냥 막걸리처럼 시원하게 벌컥 마시기보다는 향과 맛을 음미하는 청주 형태로 즐기는 것이 좋다.

수년 전 대일 막걸리 수출물량이 내려갔다며 막걸리의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보도가 많았다. 하지만 그 사이에 막걸리의 스펙트럼은 이렇게 다양해졌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력한 장인들, 그리고 그것을 알아주는 소비자와 그것을 이어주는 판매자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은 막걸리를 양적 시장이 아닌 질적 시장으로 발전시켜왔다. 이것이 진정한 막걸리의 모습이라며.

명욱 칼럼니스트 제공

● 명욱 주류문화 칼럼니스트는…

숙명여대 미식문화최고위 과정, 세종사이버대학교 바리스타&소믈리에학과 객원교수. SBS팟캐스트 ‘말술남녀’, KBS 1라디오 ‘김성완의 시사夜’의 ‘불금의 교양학’에 출연 중. 저서로는 ‘젊은 베르테르의 술품’ ‘말술남녀’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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