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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위기의 오디션]①'공정사회' 바람 저버리며 10년 열풍 종말 자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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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듀서101' 등 시즌제 존립 위기로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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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은구 기자] 오디션 프로그램이 존폐의 기로에 섰다. 그룹 엑스원, 아이즈원 등의 멤버를 선발했던 ‘프로듀스X101’, ‘프로듀스48’ 등 Mnet ‘프로듀스’ 시리즈의 제작진이 시청자들의 투표 결과를 조작했다고 인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가장 최근 방송한 ‘프로듀스X101’에서 시작된 의혹은 이전 시즌인 ‘프로듀스48’, 같은 채널의 또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 ‘아이돌 학교’로까지 이어지더니 이미 탄생한 그룹들의 활동이 종료된 ‘프로듀스101’ 시즌1, 시즌2로도 번져가고 있다. 최영균 대중문화 평론가는 “의혹이 커져간다는 것은 그 만큼 시청자들의 불신이 높아졌다는 의미이고 그 동안 예능의 한 장르로서 다져온 오디션 프로그램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음을 대변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 인기기반 ‘공정성’ 환상 깨져

오디션 프로그램은 입지를 다져온 지 꼭 10년 만에 그 동안의 지지기반을 스스로 무너뜨렸다. 오디션 프로그램은 지난 2010년 Mnet ‘슈퍼스타K2’가 어려운 가정환경 속 환풍기 수리공으로 일하던 허각을 스타로 탄생시키면서 본격적인 열풍을 일으켰다. 지상파와 케이블을 가리지 않고 각 채널들이 경쟁적으로 ‘오디션’이라는 형식을 도입한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KBS ‘내 생애 마지막 오디션’, MBC ‘위대한 탄생’, SBS ‘K-POP 스타’, Mnet ‘보이스 코리아’ 등이 제작됐다.

그 인기의 기반은 공정사회에 대한 대중의 염원이었다. 정치권에서는 툭하면 ‘공정사회 구현’을 기치로 내걸고 있지만 비극적인 국가적 참사와 장기화된 경제 불황에 의한 불신감과 무력감 팽배, 특권층에 한정된 특혜 등으로 서민들이 느끼는 허탈감은 컸다. 오디션 프로그램은 그런 상황에서 ‘공정한 게임의 룰’에 대한 서민들의 신뢰를 확보하며 인기를 끌었다. 도전자들이 출신, 배경, 학력은 물론 외모에도 관계없이 오로지 미션 과제에 대한 실력만으로 평가받게 되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장치는 대중이 생각하는 공정성에 부합했다.

공정하지 않은 세상, 내 돈 내고 참여한 ‘투표’로 공정하게 만든 스타들이기에 이들에 대한 대중의 사랑은 컸다. 시청자들은 투표가 ‘유료 ARS’였지만 거리낌 없이 참여를 했다. 투표 결과 조작 의혹으로 수사를 받아온 제작진이 혐의를 인정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대중은 실망을 넘어 분노하는 분위기다.

◇ 연습생 오디션, 예견됐던 조작 가능성

일각에서는 결과 조작이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반인 대상의 오디션을 넘어 연습생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들이 제작되면서 기획사들이 개입할 여지가 생겼다는 이유에서다.

기획사 매니저들은 방송사 프로그램 제작진과 얼마나 친밀한 관계를 형성해 놓느냐를 중시한다. 각종 프로그램에 소속 연예인의 출연을 성사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매니저의 중요한 능력인 네트워킹은, 소속 연예인이 출연하는 오디션 프로그램과 만나면서 공정성이 훼손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프로듀스’ 시리즈의 경우 ‘프로듀스 101’ 시즌1, 시즌2를 통해 만들어진 아이오아이, 워너원 활동을 통해 발생한 멤버들의 인기와 멤버 및 각 기획사들의 금전적 이득은 멤버 발탁을 위한 기획사들의 치열한 물밑 경쟁을 유발시켰고 결과적으로 부정적인 방법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모든 기획사, 매니저들이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방송 노출 분량이 다른 사람보다 많을수록 주목받을 가능성이 더 높은 오디션 프로그램의 특성상 결과에 외부 영향이 미칠 여지는 애초부터 있었다”며 “이에 대한 보완책을 마련해놓지 않고 시즌을 거듭한 게 결국 현재의 사태로 이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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