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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위기의 오디션]②'폐지론' 대두…실만 있고 득은 없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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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성 결여·음악산업 수직계열화 등 심각

"수정·보완 통해 가요계 선순환 이끌어야"

이데일리

‘프로듀스48’ 제작발표회(사진=이데일리DB)


[이데일리 윤기백 기자] Mnet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시리즈의 제작진이 투표 결과 조작을 인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오디션 프로그램에 대한 비판의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공정성 결여는 물론 ‘프로듀스’ 시리즈 방송 초기 방송사 중심의 음악산업 수직계열화에 대한 우려 등 다양한 문제점들이 다시 부각되면서 오디션 프로그램은 존립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하지만 이 오디션 프로그램이들 K-POP 시장 확대에 기여한 공로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수정, 보완을 해서라도 오디션 프로그램을 유지해 가야 한다는 것이다.

◇ 다시 떠오른 ‘오디션 폐지론’

오디션 붐을 다시 일으킨 ‘프로듀스’ 시리즈지만, 최근 사태는 많은 사람에게 큰 실망감을 안겼다. 겉으로는 국민이 뽑는 ‘공정 오디션’을 내걸었지만 결국은 결과에 조작이 있었다는 점이 경찰수사를 통해 드러나면서 오디션 프로그램을 폐지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다시 나오고 있다. 엄청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초기와 달리 시즌을 거듭할수록 그 영향력과 파급력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대두된 폐지론은 오디션 프로그램 존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이미 한국매니지먼트연합(이하 한매연)과 한국연예제작자협회, 한국음악콘텐츠산업협회 등 국내 대중음악산업 각종 협단체들은 지난 2017년 ‘프로듀스’ 시리즈에 대한 우려를 제기한 바 있다. 워너원을 탄생시킨 ‘프로듀스101’ 시즌2가 끝난 시점이었다. 당시 한매연은 성명서를 통해 방송미디어의 음악산업 수직계열화를 우려하며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한 방송 미디어의 매니지먼트 사업 진출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특히 Mnet 채널을 보유한 방송 미디어 그룹 CJ ENM이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제작된 아이돌 그룹의 매니지먼트 사업에 진출하면서 각종 문제점이 쏟아질 것이라는 관측을 내놨다. 이 같은 우려는 투표 결과 조작이라는 사건으로 현실화가 됐다. ‘프듀’ 제작진은 기획사들과 관계에서 ‘절대 갑(甲)’이 됐고, 투표 결과 조작은 물론 제작진과 일부 기획사가 유착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업계의 질서가 뒤흔들렸다.

◇ ‘오디션’ 유지를 위한 과제는?

‘슈퍼스타K’로 시작해 ‘프로듀스’ 시리즈로 이어진 오디션 프로그램 열풍은 최근 10년간 황금기를 맞았다. 실력 있고 개성 넘치는 가수들이 대거 발굴됐고, 오디션 스타를 배출한 중소기획사가 주목받으면서 가요계 다양성에 일조했다. 대표적으로 ‘프로듀스101’ 시즌1에서 데뷔조로 발탁된 청하(MNH엔터테인먼트 소속), 시즌2에서 데뷔조로 발탁된 김재환(개인 연습생)을 들 수 있다. SM-JYP-YG로 대변되는 대형기획사 중심의 가요계 판도를 깨고, 실력과 스타성만 있다면 기획사의 규모, 인지도와 상관없이 ‘스타’가 되는 꿈을 누구나 현실로 이룰 수 있다는 점을 입증했다. 또 아이오아이, 워너원의 활동에 따른 막대한 수익금을 멤버들의 원소속사에까지 배분함으로써 자금난에 허덕이던 중소기획사의 숨통을 트이게 해준 공로도 무시할 수 없다.

특히 ‘프로듀스’ 시리즈는 K-POP의 팬층을 넓히는 데도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젊은층을 주로 공략했던 기존의 K-POP과는 달리 오디션 프로그램은 스타의 탄생 과정에 ‘국민 프로듀서’라는 타이틀로 대중이 직접이 참여하게 함으로써 다양한 연령대의 시청자들을 끌어들였다. 엄마와 딸이 오디션 프로그램을 함께 시청하며 특정 연습생을 응원하고, 손녀와 할머니가 손을 잡고 공연장에 가는 현상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오디션 프로그램이 새로운 스타를 발굴하고, 중소기획사의 성장과 가요계의 다양성에 일조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프로듀스’ 시리즈 조작 논란으로 오디션 프로그램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커졌지만 여전히 대중음악 시장을 위해 긍정적으로 활용할 여지는 많다는 관계자들이 적지 않다. 강태규 대중문화 평론가는 “칼이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 요리의 도구가 될 수 있지만 흉기로 변할 수도 있는 것처럼 오디션 프로그램도 결국 사람이 문제다”라며 “공정성과 투명성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투표 집계, 멤버선발 과정에 대한 감시기구를 설치하는 것 등이 오디션 프로그램 유지를 위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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