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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정년연장 줄잇는 동남아…기업부담·청년실업 새 과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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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태국 등 생산인구 감소·노령빈곤에 정년연장 추진
단계적 연장 등 합의…싱가포르, 노동유연화에 추진 속도 빨라

싱가포르와 태국, 베트남 등 일부 동남아 국가가 고령화로 인한 생산가능인구 감소와 노령빈곤 등을 해결하기 위해 정년연장에 나섰지만, 기업 부담 증가와 청년실업이라는 새로운 장애물을 마주하게 됐다. 이들 국가들은 사회적 합의를 통해 장기간 단계적으로 정년을 연장하는 방안을 채택하는 등 해결책 모색에 나서고 있다.

한국은행이 17일 발간한 해외경제포커스 '동남아시아 주요국의 정년연장 추진 현황 및 배경'에 따르면 싱가포르와 태국, 베트남은 현재 57~62세 수준인 정년(남성 기준)을 62~65세로 늘리는 내용의 정부안을 최근 확정했다.

조선비즈

베트남 호찌민 시내./조선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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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는 지난 8월 2030년까지 정년을 65세, 재고용 가능연령을 70세로 확대하는 방안을 단계적으로 실행하기로 결정했다. 베트남은 2021년부터 남·여의 정년을 각각 60세, 55세에서 62세, 60세로 늘리기로 했고, 태국은 공무원 정년을 60세에서 63세로 연장한 데 이어 이를 민간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값싼 노동력을 바탕으로 고성장을 이들 세 국가는 고령화로 노동 공급 감소가 예상되자 정년연장에 나섰다. 세 국가 모두 65세 인구가 전체의 7%를 넘어서는 고령화 사회에 이미 진입한 상황이다. 싱가포르는 내년, 태국은 2025년, 베트남은 2045년 전후로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정년 연장을 미룰 수 없게 됐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이 생산인구 감소 시점이 2050년 전후로, 정년연장에 미온적인 것과는 다른 분위기다.

공적연금 등 사회안전망 구축이 미흡한 점도 이들 국가가 정년연장을 앞당긴 배경이다. 싱가포르는 노동인구대비 공적연금 가입자 비중이 61.2%에 그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85.7%)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동남아의 대부분 국가에서는 소규모 기업이 고용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근로자의 연금가입 의무를 부여하지 않고 있다. 향후 노인부양비율이 늘면 연금재정이 고갈될 우려가 크다는 점도 정년연장에 돌입한 요인이다.

한은 관계자는 "싱가포르, 태국 등에서는 머지않아 노동공급 감소가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인구고령화 추이가 상대적으로 완만한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은 정년연장에 상당히 소극적"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들 국가의 정년연장 과정이 순탄한 것만은 아니다. 고령 노동자 비중이 늘면서 인건비, 의료비 등 기업의 부담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같은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싱가포르,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은 최장 27년에 걸쳐 정년 연장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정년연장에 따른 청년실업 우려도 도마 위에 올랐다. 정년연장이 반드시 청년실업을 유발하는 것은 아니지만, 청년 실업률이 전체 실업률보다 높은 상황에서 청년 고용수요가 감소할 가능성에 여론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말레이시아 정부의 경우 청년실업 문제로 정년연장안에 신중한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다. 다만 싱가포르는 청년실업률이 다소 높은 수준임에도 노동시장이 상대적으로 유연한 편이어서 정년연장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한은 관계자는 "동남아 국가들은 인구고령화 속도, 청년실업 수준, 기업부담 증가 등 여건에 따라 나라별 정년연장 추진 속도에 차이를 보이고 있다"며 "정년연장 시행과정에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을 완화하기 위해 사회적 합의를 통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했다.

조은임 기자(goodnim@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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