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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르포]반값 오징어·전복 나온다…땅끝마을의 '7전8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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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하 앞둔 킹전복·갑오징어 해남 양식장 가보니

전복·오징어 대량생산 길 열려, 수산업 희소식

15년 연구 해수부 수산과학원, 민관협력 결과

“품종개발·가공산업·수출에 꾸준한 지원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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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이 지난 14일 전남 해남군 킹전복 양식장을 찾아 “놀라운 성과”라며 수산업계에 대한 지원을 약속했다. 해양수산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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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전남)=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연구를 시작한 지 15년 만에 킹전복 출하를 앞두고 있습니다. 정말 뿌듯하네요.”(김우진 해양수산부 국립수산과학원 육종연구센터장)

“그동안 사업비 수억원이 깨졌습니다. 그래도 수백번 연구·도전 끝에 드디어 이달 말에 갑오징어가 출하합니다.”(곽태진 대오수산연구소 대표)

지난 14일 전남 해남군 ‘땅끝마을’. 해양생태 여건이 좋아 양식업의 메카로 불리는 곳이다. 이날 해남의 킹전복·갑오징어 양식장을 찾은 정부, 연구진, 수산업계 관계자들의 얼굴엔 환한 미소가 번졌다. 킹전복·갑오징어 양식에 성공해 출하를 앞뒀기 때문이다. 각각의 양식장엔 1000만 마리 전복과 2만 마리 갑오징어가 무럭무럭 자라고 있었다.

◇“15년 끈질긴 연구”, “100여번 시도 끝 성공”

킹전복은 우수한 참전복끼리 교잡해 개발된 품종이다. 유전자 조작 없이도 기존 전복보다 10개월이나 빨리 성장하고 기존 전복보다 크기가 커서 킹전복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번에 출하하는 갑오징어는 알 수정·부화를 거쳐 어미까지 키우는 완전양식에 국내 최초로 성공한 것이다.

앞으로 출하가 원활하게 이뤄지고 보급이 확산되면 kg당 3만원대(산지가격 기준) 가격이 1만~2만원대로 낮아진다. ‘반값 오징어·전복’이 가능해지는 셈이다. 어획량 부족 등 생산량이 넉넉지 않아 발생한 ‘금(金)복’, ‘금(金)징어’ 사태도 해소될 수 있다. 최완현 국립수산과학원장은 “수산 분야 과학의 성공과 민관협력이 어우러진 7전8기 성과물”이라고 했다.

이렇게 성공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바다의 산삼’이라고 불리는 전복은 소비자 수요는 넘쳐 났지만 가격이 비쌌다. kg당 평균 산지가격이 우럭(2016년 기준 9420원)보다 4배(3만9451원)나 비쌌다. 전복 특성상 양식하는데 3~4년이나 긴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폐사율도 높아져 수산업계 고민도 커졌다. 이 때문에 대량·속성 생산 연구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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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전복(왼쪽)이 일반 전복보다 크기가 크다. [사진=최훈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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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는 무분별한 남획과 고수온·온난화로 어획량이 급감했다. 동해안 살오징어는 중국 어선의 싹쓸이 등으로 씨가 말랐고 서해안 갑오징어도 마찬가지였다. 1983년에 5만9487t에 달했던 갑오징어 생산량은 지난해 6039t으로 10분1 수준으로 떨어졌다. 소비자 가격이 급등하고 어민들 소득은 고꾸라졌다.

이에 수산과학원은 자체 연구팀을 꾸려 킹전복·갑오징어 프로젝트에 나섰다. 킹전복은 완전양식에 성공하는데 10여년이나 걸렸다. 김우진 육종연구센터장은 “연구진들이 우수한 형질의 참전복을 찾기 위해 전국을 헤맸다”며 “좋은 형질을 찾아 도입해도 열악한 양식장 환경 때문에 폐사율이 높았다”고 말했다.

박광재 수산과학원 동해수산연구소 해양수산연구관은 “어린 갑오징어는 살아 있는 먹이를 주지 않으면 먹지 않고 굶어 죽었다. 어린 갑오징어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100개 이상의 새로운 먹이를 시도한 끝에 성공했다”며 “갑오징어의 까다로운 입맛을 맞추는데 연구 시간이 꽤 걸렸다”고 전했다.

◇문성혁 장관 “양식기술 개발, 상품화 지원할 것”

이 같은 새로운 연구 시도를 과감히 도입한 수산업계의 협력도 양식 성공에 밑거름이 됐다. 양철(62) 경진수산 대표는 “킹전복을 처음 시도해 보는 거라 더 자주 바다에 와서 챙겼다. 태풍이 불어 전복이 없어질 때도 있었지만 버티면서 극복했다”며 “좀 더 키워서 내년 10월께 출하하면 큰 소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철 대표의 사위인 김호국(38) 씨는 “일반 전복과 키우는 방식은 똑같은데 생산 기간은 1년 가량 단축됐다. 인건비, 주유비, 먹이, 자재비 등을 절약할 수 있었다”며 “킹전복의 폐사율이 일반 전복보다도 낮은 것 같다. 수익도 보장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서울에서 IT업계 웹디자이너로 8년 간 일하다 2016년에 귀어했다.

곽태진 대오수산연구소 대표는 “갑오징어 먹이를 찾는데 어려움이 많았다”면서 “수억원이 깨졌지만 기다린 보람이 있다. 내년부터는 소득이 좋아질 것”이라며 웃음을 내보였다.

해수부에 따르면 킹전복이 보급되면 전체 생산원가가 kg당 3만3000원에서 2만3800원으로 줄어든다.

이상길 해수부 양식산업과장은 “연간 1840억원(2018년 전체 전복 생산량 기준) 가량 생산비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부경대 김도훈 교수 분석 결과, 한 어민이 갑오징어를 1ha 규모에서 양식해 1kg당 8000~10000원에 판매하면 연간 1억3000만원 이상의 수익을 얻는 것으로 추산됐다.

앞으로 해수부와 수산과학원은 어민과 소비자가 함께 이득을 보는 양식산업을 지속적으로 육성해 나갈 계획이다. 박미선 수산과학원 전략양식부장은 “킹전복·갑오징어 양식 성공으로 수산물의 대중화 길이 열린 것”이라며 “앞으로 세계 시장으로 수출의 문을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문성혁 해수부 장관은 “국민들은 질 좋은 수산물을 보다 저렴하게 드실 수 있고 생산비 감소로 어업인들의 소득도 크게 증대될 것”이라며 “앞으로 고부가가치 품종의 양식기술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겠다. 레시피(조리법) 등을 잘 개발해 상품화하는 방안을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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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오징어 회 모습. 국립수산과학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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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념을 곁들인 킹전복 모습. [사진=최훈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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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오징어가 무분별한 남획, 기후 변화로 어획량이 급감했다. 갑오징어 완전양식 성공으로 생산량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자료=해양수산부, 통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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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복이 양식 기술 개발로 매년 생산량이 늘어나고 있다. [출처=해양수산부, 통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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