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임 전 실장의 '다 내려놓기'는 여권 내에 커다란 파장을 일으킬 초강수 선택이다. 정치인 임종석 개인의 문제로 끝날 일이 아니라 당장 그로 대표되어 왔던 여권 내 386 정치인들에 대한 '총결산' 작업이 뒤따를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386세대는 한때 우리 사회의 미래자산이었고, 실제로 여의도 정치권으로 시차를 두고 대거 유입되어 강력한 연대를 구축한 정치 세력으로 집단화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특혜와 기득권에 갇힌 일군의 기성 정치인 무리로 급격하게 위상이 추락하면서 외부로부터 환골탈태를 요구받아온 터였다. 이런 배경에서 정계 은퇴까지 암시한 임 전 실장의 '퇴장'은 동류집단 정치인들에게 그에 버금가는 선택을 강제하게 될 공산이 크다.
둘째로 여권 내부의 차기 대권 구도에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안희정을 필두로 이재명, 김경수, 조국으로 이어져 온 '대선주자 소거 노트'는 결국 임 전 실장에까지 이르렀다. 이들 중에 일부 주자들의 기사회생이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여러 정황을 고려할 때 본선 무대의 경쟁력 있는 대선후보로 거듭나기에는 정치적 내상의 깊이와 환부의 크기가 심각한 지경이다. 결국 범여권은 정권 재창출을 위해 '필승 후보'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완전히 새로운 패러다임에서 다음 바통을 이어받을 주자를 고르는 작업은 어쩌면 위기이자 기회일 수도 있다.
온순한 성정이 트레이드마크인 김세연 의원의 예상을 뛰어넘는 공격적 불출마 선언이 한국당의 구각을 깨뜨릴 충분한 충격파가 될지도 관심거리다. 한국당은 3선 이상 중진 용퇴문제를 놓고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식 만만디 눈치작전으로 일관하고 있어서다. 이른바 '조국 사태'를 거치면서 보여준 당의 퇴행성과 자기최면, 무전략 등이 임계치에 이르렀음을 김 의원의 사퇴 선언이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는 따끔한 지적이 많다. 김 의원이 "한국당 자체가 역사의 민폐"라고 규정하고, 당의 깨끗한 해체와 현역 전원 용퇴까지 주장한 것을 당은 가장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전대미문의 혹독한 정치적 시련을 겪었던 한국당이 늦게나마 다시금 반성과 성찰을 통해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할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말기 바란다.
마지막 정기국회에 도달해 있는 제20대 국회는 현재의 구성원들 자신도 '역대 최악'이라고 평가할 정도로 수준 이하였다. 그런데도 현역 의원들의 자발적 사퇴는 극히 드물다. 그렇다면 내년 4월 총선을 거치며 구성될 21대 국회는 무언가 확실히 달라져야 한다. 초선인 이철희, 표창원 의원의 선도적 불출마 선언이 '찻잔 속의 태풍'으로 사위어가려고 하려던 참에 마침 임종석, 김세연 두 여야 중견 정치인의 불출마 선언은 새 정치를 향한 큰 물줄기를 형성할 수 있는 천금 같은 환경을 만들었다고 평가하고 싶다. 이들 정치인의 결심이 아무쪼록 새 정치 만들기라는 나비효과의 유의미한 첫 날갯짓이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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