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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김향미의 ‘찬찬히 본 세계’]미국 10대 사로잡은 중국산 소셜미디어 ‘틱톡’…압박하는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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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에 설치된 틱톡 애플리케이션(앱).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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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에서 실리콘밸리까지.’ 최근 몇주 간 미국에서는 중국산 동영상 공유 소셜미디어인 ‘틱톡’을 압박하는 움직임이 눈에 띈다. 미 의회는 틱톡의 정보 유출 및 검열 가능성을 문제삼고, 페이스북도 같은 이유로 틱톡 공격에 가담했다. 틱톡은 2017년 9월 미국에 진출한 후 단기간에 ‘10대들이 가장 사랑하는 소셜미디어’로 급부상했다. 하지만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내용의 틱톡 내부 지침이 공개되고 퇴사한 직원들의 증언까지 나오면서 위기를 맞고 있다. 틱톡이 미·중 무역갈등 속에 ‘제2의 화웨이’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안보 위협” vs “중국 정부 영향 없어”

미국 민주당의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는 라이언 매카시 육군부 장관 앞으로 지난 7일자로 보낸 서한에서 틱톡을 포함한 중국의 소셜미디어를 신병 모집에 이용하지 말라고 촉구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 등이 지난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슈머 원내대표는 “중국 공산당은 법적으로 자국 기업에 정보수집 업무를 지원하고 협조하도록 요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고 했다.

미 의회는 지난 9월 영국 일간 가디언이 틱톡의 가이드라인을 보도한 이래 “틱톡이 국가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해왔다. 슈머 원내대표와 공화당의 톰 코튼 상원의원은 지난달 24일 조지프 매과이어 국가정보국(DNI) 국장 대행에게 서한을 보내 틱톡의 국가안보 위협 여부를 조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런 목소리에 부응해 지난 1일 미국 재무부 산하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가 틱톡의 모기업인 중국 바이트댄스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다는 보도가 나왔다. CFIUS는 외국인의 인수 거래가 국가안보 위험을 제기할 가능성이 있는지 검토하는 기구다. 틱톡이 2017년 11월 10억달러(약 1165억원)에 미국 립싱크 애플리케이션(앱) ‘뮤지컬.리’를 인수했는데, 이 과정에서 CFIUS의 승인을 받지 않았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도 지난달 조지타운대 강연에서 세계 곳곳의 시위자와 활동가들이 개인정보 보호에 우수한 자사의 왓츠앱 메신저를 사용한다면서 미국 내 틱톡의 정치적 검열 가능성을 언급했다.

틱톡도 방어에 나섰다. 틱톡은 미국에서 지난 6월 첫번째 로비스트를 등록한 데 이어 미국에서의 정책 로비담당 책임자를 추가로 모집하고 있다고 13일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틱톡은 지난 3분기 로비 활동에만 12만달러를 사용했다.

표현 자유 제한, 중국의 ‘원죄’

중국 소셜미디어에 대한 불신은 중국 정부와 중국 기업들이 자초한 측면이 있다. 중국은 엄격한 인터넷 통제를 통해 표현의 자유를 제한해왔다. 가디언이 보도한 틱톡의 가이드라인을 보면 텐안먼 사태와 홍콩시위 등 중국 당국이 민감해 할 만한 게시물이 검열 대상이 됐다. 바이트댄스는 가이드라인 자체는 인정했지만,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였고 지난 5월 이후에는 사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틱톡의 미국 책임자 바네사 파파스는 성명을 통해 “중국 정부를 포함해 어떤 외국 정부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밝혔다. 바이트댄스도 “모든 미국 사용자의 데이터는 버지니아주와 싱가포르에 저장하고 있다”면서 정보 유출은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틱톡에서 일했던 미국 직원들의 말은 달랐다. 지난 6일 워싱턴포스트(WP) 보도를 보면 익명을 요구한 틱톡 퇴사자들은 “특정 동영상을 차단하려는 중국팀을 설득해야 했고, 그 시도는 일상적으로 무시됐다”고 말했다. 또한 “모든 결정은 베이징 본부로부터 나온다”고도 했다. 중국 영문 뉴스 앱 ‘탑버즈’에서도 정치적 이슈 게시물이 차단됐다는 퇴사자의 증원이 나왔다. 미국 싱크탱크인 신미국안보센터 선임연구원 엘사 카니아는 “중국 기업들은 국제적 포부를 위해 검열을 포함해서 중국 공산당의 요구 조건을 고수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WP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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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제2차 중국국제수입박람회(CIIE)에서 페이스북 간판 앞으로 사람들이 지나가고 있다. 상하이|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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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의회·언론에서 “틱톡을 전방위적으로 압박”하는 것에 대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과 미국 간 기술전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틱톡이 희생자가 될 수 있다는 추측을 불러일으켰다”고 했다. 워싱턴 소재 싱크탱크인 뉴아메리카의 중국 디지털경제 연구원인 샘 삭스는 “최근 몇 주 동안 미국의 지속적인 북소리는 틱톡이 (화웨이) 다음 타깃이 될 것을 암시한다”고 했다. 미국과 중국이 무역 전쟁을 벌이는 동안 중국 통신업체 화웨이는 안보 위협을 이유로 미국의 견제를 받고 있다.

미국 10대가 사랑하는 틱톡, 실리콘밸리는 ‘긴장’

중국에서 2016년 9월 출시된 틱톡은 현재 전세계적으로 활성이용자가 10억명에 달한다고 주장한다. 미국에서만 월간 활성이용자는 2650만명에 달하고, 이중 60%가 16~24세다. 지난 9월 미국의 한 여론조사에서는 13~16세 연령층의 42%가 틱톡을 이용한다고 답해 페이스북(41%)보다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프트뱅크가 지난해 평가하기로 틱톡의 기업가치는 750억달러.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 8일 ‘틱톡은 어떻게 유명해졌나’란 기사에서 “틱톡은 글로벌 소셜미디어 중 가장 빠르게 활성이용자 10억명을 돌파했다”면서 “트위터와 스냅챗을 합친 것보다도 많고, 페이스북을 위협하고 있다”고 했다.

틱톡은 15초짜리 짧은 영상을 올리는 소셜미디어다. 유머, 요리, 립싱크 등 재미를 위한 콘텐츠가 대부분이다. 기성세대(베이비부머)의 참견·가르침에 저항하는 의미의 “오케이, 부머”와 같은 ‘Z세대 신조어’는 대부분 틱톡을 타고 급속히 전파된다.

바이트댄스는 올해 로스앤젤레스와 샌프란시스코, 시카고, 뉴욕 등에서 직원을 채용하며 미국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지난 6월 페이스북 임원 출신인 블레이크 챈들리, 2월엔 유튜브 임원 출신인 파파스를 영입했다. “10대들이 ‘틱톡’에 열광하자 실리콘밸리가 걱정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지난 3일 보도했다. 영국에 본사를 둔 텔레그램 등이 유행하긴 했지만 미국 소셜미디어들을 넘지 못한 반면 틱톡은 이 거대한 시장을 흔들 ‘침입자’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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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소셜미디어의 대처는 대체로 ‘따라하기’다. 구글은 짧은 동영상 공유 앱인 ‘파이어워크’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페이스북은 지난해 틱톡과 유사한 앱 ‘라소’를 선보였는데 성적은 별로 좋지 않았다. 페이스북은 최근 짧은 동영상 공유 기능을 추가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뉴욕타임스는 CFIUS의 틱톡 조사 착수로 “틱톡의 미국 경쟁자들은 자국 정부로부터 도움을 받게 됐다”고 했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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