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두ㆍ에스퍼, 방콕서 깜짝 발표… 北, 실무 협상장 나올지 주목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부 장관이 17일 태국 방콕 아바니 리버사이드호텔에서 이달 예정된 연합공중훈련 연기 결정 관련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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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당신은 빨리 행동해서 합의(deal)를 이뤄야 한다. 곧 만나자!”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나는 당신이 있어야 할 곳으로 데려다 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면서 이 같이 밝혔다. 북미 실무협상 재개의 동력을 만들어내기 위해 한미 국방당국이 연합공중훈련 연기를 결정한지 하루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공개적으로 ‘대화 제의’를 한 것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보내는 단독 메시지가 아니었다는 점에서 얼마나 무게를 실은 것인지는 불확실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권 경쟁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을 북한이 ‘미친개’라고 비난했다는 미국 케이블TV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의 트윗을 인용하면서 자신의 의견을 첨가하는 형식으로 김 위원장(Mr. Chairman)을 언급했다.
한편 한미 양국은 북한의 협상 복귀를 촉구하며 이달 중순 계획됐던 연합공중훈련을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한미 양국의 이런 결정이 알려지기 전 김정은 위원장이 ‘에어쇼’인 전투비행술대회에 참관한 사실을 보란 듯 공개한 북한이 이번 결정에 호응해 북미 비핵화 실무 협상장에 들어설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부 장관은 17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제6차 아세안 확대 국방장관회의(ADMM-Plus) 참석을 계기로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연합공중훈련 연기를 발표했다.
에스퍼 장관은 “양국의 이런 결정은 외교적 노력과 평화를 촉진하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선의의 조치”라며“북한은 역시 연습과 훈련 그리고 (미사일) 시험을 시행하는 결정에 있어 이에 상응하는 성의를 보여 주기 바란다”고 했다. 또 “북한 비핵화 합의에 응하기 위한 문을 열어 두기 위해 연습을 조정하는 우리의 의도가 자칫 우리의 공동 목표와 이익, 가치를 증진 및 수호하기 위한 공약이 약화하는 것으로 잘못 인식되지 않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 장관 역시 “한미 국방 당국은 외교적으로 진행되는 사안(북미 협상)에 대해서 적극 공감하면서 북한이 반드시 비핵화 길로 들어설 수 있도록 하고,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될 수 있는 길을 열어 줘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이번 결정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연합공중훈련 연기는 지난주 서울에서 열린 한미 안보협의회의(SCM)를 계기로 방한한 에스퍼 장관이 처음 꺼냈고, 방콕에서 양국 장관이 다시 만나 최종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연합훈련 주체인 공군과 이를 총괄하는 합동참모본부는 두 장관의 기자회견 내용을 듣고서야 내용을 파악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한미는 대규모 연합공중훈련인 ‘비질런트 에이스’를 대체해 이달 중 대대급 이하 연합공중훈련을 실시할 방침이었지만, 이마저도 북측이 대변인 담화를 통해 ‘분별없는 행태’라고 반발하자 조정 가능성이 대두됐었다. 북한은 전날에는 관영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김 위원장이 북한판 ‘에어쇼’인 ‘조선인민군 항공 및 반항공군 비행지휘성원들의 전투비행술경기대회-2019’를 참관한 사실을 보도했다. 2014년부터 매년 실시한 대회를 지난해 보도하지 않았던 북한이 김 위원장 참관을 알린 건 한미 양국에 대한 경고로 풀이된다.
한편 북한은 유엔총회 3위원회에서 채택된 북한인권결의안에 반발, 북미 대화가 열려도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 문제가 대화 의제야 올라야만 핵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응수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에 담화문을 내고 “사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미국이 남조선과의 합동군사연습을 조정하려는 의사를 내비친 데 대하여 우리 딴에는 대화상대인 우리에 대한 고려로부터 긴장 상태를 완화하고 대화에 기회를 주려는 긍정적인 시도의 일환으로 보기 위해 애써 노력하였다”면서 이렇게 밝혔다. 북한은 국제사회에서 인권 문제를 제기하는 걸 ‘체제 전복’을 위한 시도이자 대북 적대정책의 핵심으로 보고 있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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