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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스리랑카 대통령에 '독재자 동생' 라자팍사 당선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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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2015년 라자팍사 전 대통령 시절 국방장관

강성 민족주의 성향…반대파·언론인 탄압 의혹

뉴스1

고타바야 라자팍사 후보가 16일(현지시간) 치러진 스리랑카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됐다. © AFP=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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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혜연 기자 = 남아시아 스리랑카 대선에서 과거 철권통치로 알려진 독재자 마힌다 라자팍사 전 대통령의 동생인 고타바야 라자팍사(70) 후보가 당선됐다.

16일(현지시간) AFP통신과 BBC 등에 따르면 이날 실시된 대선 2차 투표 출구조사에서 야당 라자팍사 후보가 득표율 50.7%를 기록했다는 결과가 나오자 상대 집권당 후보인 사지트 프레마다사 주택문화건설부 장관은 패배를 인정했다.

앞서 지난 4월 스리랑카에서 이슬람국가(IS)와 연계된 극단주의자들의 폭탄 테러로 269명이 사망하자 라자팍사 후보는 스리랑카의 부패 해소와 안전을 약속했고, 최종적으로 대선에서 승리를 거머쥐었다. 라자팍사 후보 대변인 케헤일라 람부크웰라는 "국민의 승리"라고 말했다.

당시 스리랑카 정부는 공격 가능성을 경고한 인도 정부의 정보를 제대로 공유하지 못했고 '중대한 정보 유출'을 겪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이 테러로 스리랑카의 주요 산업인 관광 업계가 큰 타격을 입으면서 경기가 침체됐다.

라자팍사 후보는 정치 경험은 별로 없지만 형 마힌다를 총리로 삼아 함께 선거운동을 해왔다. 라자팍사 형제는 스리랑카 주류 민족인 싱할리족 일원으로 민족주의 성향이 강하다.

싱할리족은 인도 남부 출신인 타밀족을 탄압하고 차별해왔으며, 30년 가까이되는 오랜 내전 끝에 분리주의 운동을 벌였던 타밀 반군을 소탕하고 지도자를 사살했다. 라자팍사 후보는 형의 오른팔로 타밀족 탄압에 앞장서 왔으며, 이 과정에서 전쟁범죄 논란에 휩싸였다.

라자팍사 후보는 자신의 형인 마힌다가 집권했던 2005~2015년 동안 국방부 장관을 역임했다. 이 시기에 그는 정치적 경쟁자와 반대자, 언론인 등을 탄압해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국경없는 기자들에 따르면 라자팍사 대통령이 집권했던 10년 새 최소 14명의 언론인이 살해됐다.

라자팍사 후보는 민간인 4만명이 살해된 것으로 추정되는 타밀족에 대한 전쟁 범죄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미국과 스리랑카 이중 국적을 갖고 있던 라자팍사 후보는 현재 미국에서 타밀족에 대한 고문을 지시한 혐의로 민사소송이 걸려 있는 상태다.

라자팍사 후보는 이중 국적 문제와 관련, 올해 대선 출마를 위해 미국 국적을 포기했다고 밝혔다. 이 문제는 법원으로 넘어갔지만 라자팍사 후보가 승리하면서 5년 대통령 임기가 끝날 때까지 심리는 열리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또 라자팍사 후보는 2007년 우크라이나로부터 중고 항공기를 구매할 때 수백만달러 상당의 뒷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이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아직 기소되지는 않은 상황이다.

마힌다 라자팍사 전 대통령이 집권했을 때 중국으로부터 많은 돈을 빌려 지은 각종 공항 사업들은 현재 거의 이용하는 항공사가 없어 부패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2017년 중국에 14억달러 상당 대출금을 갚을 수 없게 되자 스리랑카는 남부 함반토타항의 99년 간 임차권을 중국에 넘겨야만 했다.
hypar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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