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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 영구동토서 탄소 매년 17억톤 방출…‘시한폭탄’ 불은 댕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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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알래스카에 생겨난 ‘메탄 호수’와 초콜릿처럼 녹아내린 ‘얼음땅’ 과학 관측용 항공기로 2017년 미국 알래스카주 접경 지역인 ‘놈(Nome)’ 일대를 촬영한 모습. 영구동토층이 넓게 분포해 있다(위). 알래스카주에 있는 빅 트레일 호수. 주변에선 이산화탄소보다 훨씬 강력한 온실 가스인 메탄을 쉽게 검출할 수 있다(가운데). 미국 알래스카주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손상된 영구동토층. 꽁꽁 얼어 있어야 할 영구동토층이 끈적한 초코 케이크처럼 변한 채 외부 공기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아래). 미국항공우주국(NASA)·미국지질조사소(USG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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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데군데 보이는 작은 호수들과 강을 품은 녹색의 대지 위를 항공기가 비행한다. 고도가 지상 사물이 분명히 보일 정도로 낮지는 않지만, 인공물이라고는 좁은 폭의 도로가 전부라는 사실은 어렵지 않게 식별된다. 미국 알래스카주의 ‘놈(Nome)’이라는 지역이다.

인구가 1만명도 안되고 러시아와의 국경이 지척인 ‘놈’은 북극 한복판에 있다. 가장 추운 1월의 평균 최저기온은 영하 19도, 가장 덥다는 7월에도 영상 7.9도에 불과하다. 한국으로 따지면 사실상 1년 내내 겨울 언저리에 있는 곳이다. 날씨가 이렇게 춥다 보니 ‘놈’의 땅 대부분은 영구동토층이다. 기온이 영상으로 올라가도 땅속으로 공기가 깊이 침투하는 게 쉽지 않다 보니 1년 내내 땅이 얼어 있다는 얘기다. 영구동토층은 지구온난화와 관련해 중요한 장소이다. 여기엔 냉동고에 오랜 기간 방치한 음식물처럼 이산화탄소가 꽉 잡힌 채 저장돼 있기 때문이다.

항공기에서 내려 지상으로 내려가면 얘기가 달라진다. 최근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공개한 사진에서는 ‘놈’을 비롯한 알래스카 곳곳에서 영구동토층이 무너지거나 외부 공기에 완전히 노출된 광경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물기를 많이 머금은 끈적한 찰흙이나 초코케이크를 연상케 하는 모습이다.

실제로 NASA 연구진은 문제가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들이 최근 국제학술지 ‘네이처 기후변화’에 발표한 논문을 보면 2003년부터 2017년까지 영구동토층 지역에서 매년 17억t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영구동토층이 녹으면서 내부에 수만년 동안 갇혀 있던 탄소가 공기 중으로 튀어나온 것이다.

NASA ‘네이처 기후변화’ 논문

나무 흡수 이산화탄소 10억톤뿐

15년간 연 7억톤씩 대기에 쌓여


문제는 그다음이다. 여름이 되면 영구동토층 위에서 자라는 식물들이 성장하며 겨우내 뱉어냈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게 되는데 이 규모가 10억t에 불과했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매년 7억t이 지구 대기에 차곡차곡 쌓여왔다는 것이다. 영구동토층은 북반구의 24%를 차지한다. 지금까지 영구동토층이 손상되고 있다는 점은 과학계에서도 어느 정도 받아들여지고 있는 사실이었다. 이로 인해 내부에 갇혀 있던 이산화탄소가 일부 나오고 있다는 점도 지적된 바 있지만, 이처럼 오랜 기간 대규모 방출이 있었다는 점이 확인된 건 이례적이다.

더 큰 걱정은 앞으로다. NASA 연구진이 2100년을 정점으로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해봤더니 인류가 21세기 중반까지 화석연료 사용을 꾸준히 늘린다면 겨울에 영구동토층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가 지금보다 41%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 것이다. 공장 가동이나 자동차 운행처럼 인간 활동이 아닌 영구동토층에서 방출되는 이산화탄소는 대부분의 기후변화 연구에서 변수로 여겨지지 않았다. 브렌단 로저스 우즈홀연구센터 기후연구원은 “날씨가 따뜻해질수록 영구동토층에서 대기 중으로 더 많은 탄소가 방출돼 온난화가 가속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인간 활동 때문에 대기 중으로 방출된 이산화탄소가 온난화를 일으켜 영구동토층을 녹이고, 녹은 영구동토층에서 해방된 이산화탄소가 공기 중으로 흡수되며 다시 온난화를 심화시키는 최악의 상황이 코앞에 다가온 셈이다.

영구동토층이 녹으면서 또 다른 문제도 불거지고 있다. 전에 없던 이상 지형이 생겨나 온난화를 부채질하고 있는 것이다. 바로 동토층 곳곳에 뜬금없이 호수가 생기고 있는 것이다. 땅을 떠받치며 일종의 기둥 역할을 하던 얼음이 물로 바뀌면서 싱크홀처럼 영구동토층이 여기저기서 무너져 내리고 여기에 물이 들어차 호수가 형성된 것이다. 이 현상은 알래스카를 비롯해 북극지방 곳곳에서 관찰된다. 이렇게 형성된 호수를 ‘열카르스트(thermokarst)’라고 부른다.

싱크홀로 생긴 호수 메탄 뿜어

큰 산불 → 해빙 → 온난화 악순환

코앞의 최악 상황에 전망 ‘암울’


그런데 최근 미국지질조사소(USGS) 연구 결과에 따르면 열카르스트에서는 메탄가스가 집중 분출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메탄가스의 온난화 능력은 이산화탄소보다 대략 25배 강하다는 게 USGS의 설명이다. 지난 9월 USGS 연구진은 알래스카주 중부 도시인 페어뱅크스 주변의 ‘빅 트레일 호수’를 집중 탐구했는데, 이곳 주변 얼음에서는 성냥불을 붙이면 인화성으로 인해 화염이 솟을 정도로 많은 메탄이 녹아 있었다. 연구진의 일원인 케이티 월터 앤서니 알래스카 페어뱅크스대 교수는 “영구동토층의 붕괴가 가속화된다면 이런 열카르스트들에서 현재 지구 대기에 녹아 있는 메탄의 10배가 배출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과학계에선 올해 북극 한대림을 휩쓸며 영구동토층을 망가뜨린 초대형 산불도 주의 대상으로 보고 있다. 일종의 보랭 덮개 역할을 하던 토양이 산불에 손상되면서 영구동토층이 외부 공기와 직접 맞닿게 하는 현상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온난화로 숲 전체가 여름마다 잘 마른 장작처럼 변하고, 이로 인한 대형 산불이 반복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우려의 목소리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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