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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기고]노인장기요양보험 재정과 정부의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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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가족이 장기요양제도 혜택을 받게 되었다. 사회가 장기요양노인 한 분을 돌봐드리면, 그 노인은 물론 노인을 둘러싼 여러 가족과 그 구성원의 복지가 함께 좋아지니 일타다피(一打多皮)의 효과적 복지가 아닐 수 없다.

경향신문

지난 10월 말 보건복지부는 내년도 장기요양보험료율을 8.51%에서 10.25%로 인상한다고 밝혔다. 2020년 장기요양보험료는 세대당 평균 2204원 인상된 1만1273원 정도로 예상된다. 3년째 비교적 큰 폭의 인상률로 경총 등 가입자대표의 우려를 샀다. 2008년 도입 당시 보험료가 2543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2020년 보험료는 4.4배가량으로 대폭 높아졌다. 보험료 인상의 주된 요인은 인구 고령화에 따른 장기요양수급자의 자연증가와 함께 경증 치매, 인지 지원 등 수급자격 범위 확대이다. 2020년 수급자 수는 2008년 21만4000명에서 4.1배 증가한 87만명 정도로 예상된다. 반면 이용 가능한 서비스의 양이나 서비스가격 측면에서는 그동안 큰 변동이 없었다. 2008년 서비스수가에 비해 2019년 수가는 급여 종류별로 최대 23%포인트 증가한 수준에 불과하다. 2020년 서비스수가도 최소한의 인건비 인상분 및 물가상승률만을 반영한 2.74% 인상으로 결정되었다.

절대적인 금액으로 평균 1만1000원 정도인 장기요양보험료는 높은 수준이라 보기 어렵다. 가파르게 증가할 요인들이 산재한 지금부터가 문제다. 서비스 현장에는 보다 인간적인 서비스환경 조성과 돌봄노동 여건 개선 등에 대한 압력이 누적돼 있다. 초고령사회 진입으로 더욱 본격화할 장기요양수급자 증가와 서비스 질 제고 등의 과제를 고려한다면, 노인장기요양보험의 재정부담 우려와 보험료 인상은 사실상 시작단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정부가 재정책임 의무조차 다하지 않고 있다. 정부는 제도 도입 11년째인데도 장기요양재정 수입의 20%를 책임져야 하는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 2019년에도 18.4%만 부담했다.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제58조는 “국가는 매년 예산의 범위 안에서 해당 연도 장기요양보험료 예상 수입액의 100분의 20에 상당하는 금액을 공단에 지원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정부도 책임을 다하지 않는데 왜 우리는 당장 혜택을 보지 않는 제도에 보험료를 내야 하느냐는 가입자의 불만에 대해 정부의 책임 있는 대응이 필요하다.

가입자의 불만은 또 있다. 장기요양서비스 공급자들에 대한 불신이다. 공급자의 부당청구가 여전히 상당수 적발되고 있고, 인건비 부적정 집행 등으로 기관 관리 운영에 대한 불신은 여전히 높다. 심심찮게 보도되는 학대 의심 사건들도 불신에 한몫을 하고 있다. 그동안 정부는 회계 보고와 인건비 집행비율 규제 도입 등 기관 운영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 노력해 왔지만, 실제 현장에서 공급자의 수용성이 낮아 가입자의 불신은 여전하다. 서비스 공급자의 경영 어려움에 대한 호소에도 불구하고 서비스수가의 현실화가 더딘 이유도 공급자에 대한 불신의 벽이 높기 때문이다.

정부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장기요양제도를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공공성과 투명성을 담보할 책임이 있다. 또 우리가 기대하는 장기요양서비스 수준의 확보를 위해 기꺼이 사회적 부담을 더해 나가는 데 사회적 동의를 구하고 지혜를 모아갈 책임도 있다. 정부의 재정책임 의무를 다해야 함은 물론이다.

석재은 | 한림대 사회복지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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