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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4대 보험도 없던 봉제노동자의 ‘벗’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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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봉제인공제회’ 출범…노동조합이 만든 첫 사례

비수기 지원금·퇴직연금 등 10인 미만 사업장 여건 개선

“노동복지의 한계 넘을 것”

경향신문

17일 서울 종로구 청년재단에서 창립대회를 연 봉제인공제회 초대 이사장과 임원들이 손을 엇갈려 잡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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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숭인동에서 여성복을 만드는 홍은희씨(51)는 16살 때 ‘시다’ 일을 시작했다. 35년 동안 봉제노동자로 살았지만 4대 보험 보장을 받은 적은 없다. 5인 미만 봉제공장에서 일하는 홍씨는 성수기엔 하루 16시간, 일주일에 90시간 넘게 일한다. 중국, 동남아 공장으로 일감이 넘어간 탓에 물량 감소로 비수기가 길어졌다. 가족의 생계비를 벌기 위해 성수기엔 장시간 일할 수밖에 없다.

홍씨는 “30년이 지났지만 단가는 겨우 3000원가량 올랐다. 물량은 점점 줄어들어 8~9개월이던 성수기가 지금은 5~6개월로 줄었다. 먹고사는 문제인 만큼 성수기엔 힘들어도 일해야 한다”고 했다.

서울지역 봉제노동자들에게 의료·금융·상조 서비스를 제공하는 봉제인공제회가 창립됐다.

화섬식품노조 서울봉제인지회와 전태일재단, 서울노동권익센터 등은 17일 서울 종로구 청년재단에서 봉제인공제회 창립총회를 열고 “10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9만 서울지역 봉제노동자들의 벗이 되고자 한다”며 “열악한 봉제업종의 노동복지 한계를 넘어설 것”이라고 밝혔다.

봉제인공제회는 ‘노동조합이 만드는 공제회 모델’ 첫 번째 사례다. 노동조합이 힘을 발휘하기 힘든 현실에서 봉제노동자들의 노동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봉제인공제회를 마련했다.

다수 봉제노동자는 10인 이하 사업장에서 일한다. 5인 이하 사업장도 많고, 부부가 재단과 미싱을 분담해 일하는 사업장도 다수다. 영업장이 뿔뿔이 흩어진 탓에 노동조합으로 힘을 모으기도 힘들다. 5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근로기준법에 규정된 법정근로시간, 연차휴가, 초과근로수당도 적용받지 못한다.

노동조합이 주축이 된 공제회는 봉제노동자들의 삶에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있는 사업을 진행한다. 일감이 없는 비수기에 생계유지를 위해 생활대출 300만원, 긴급운영자금대출 1000만원을 제공한다. 봉제노동자를 대상으로 상호부조 성격을 띤 상조서비스, 의료서비스, 법률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4대 보험을 대신할 수 있도록 퇴직연금 형식을 도입해 고령화된 봉제노동자의 노후를 보장할 계획이다.

공제회는 화섬식품노조 산하 특별위원회 성격으로 만들어졌다. 초대 이사장은 신환섭 화섬식품노조 위원장이 맡았다. 공제회는 다양한 비영리법인, 협동조합, 사회적기업들과 함께 봉제노동자에게 필요한 협력서비스망도 확대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울봉제인지회 관계자는 “노조 조합원이 일정 시간 교육을 이수하면 가입할 수 있다”며 “가입자를 늘려 나중에는 공정임금, 공정단가 보장 등 정책을 바꾸는 쪽으로 힘을 모을 예정”이라고 했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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