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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유엔이 한국정부에 무엇을 권고했는지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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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7일, 최종 견해 발표...'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권고

유엔 아동권리협약(CRC)은 2019년 7월 기준 전 세계 196개국이 비준한, 가장 많은 비준 국가를 보유한 국제인권협약이다. 1989년 유엔에서 만장일치로 채택됐으며 우리나라는 1991년 가입했다. 협약에 따라 가입국 정부는 가입 뒤 2년 안에, 그 뒤 5년마다 아동 인권 상황에 대한 국가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올해는 대한민국에 대한 제5차,6차 심의가 9월 18일,19일 이틀에 걸쳐 제네바에서 이뤄졌다.한국 정부의 보고서, 그리고 보고서 관련, 유엔 심의위원회의 질문에 대한 한국 정부의 답변서를 바탕으로,지난 9월 27일,유엔 아동권리위원회의 최종 견해가 발표됐다. 한국 정부는 위원회의 권고 중에서도 학교 현장에 국한된 '경쟁 위주의 교육', '체벌 금지' 등의 부분에만 주목하는 경향이 있지만 위원회가 다루는 부분은 아동의 일상생활에 밀접한 모든 분야로 사회 전반에 달한다.

<프레시안>은 오는 18일 예정된 아동권리포럼을 앞두고 유엔 아동권리위원회가 권고한 주요 부분을 짚어보았다. 아동권리포럼에서는 유엔 아동권리위원회의 최종견해에 따른 아동권리협약 이행방안을 모색한다. 아동권리포럼은 국제아동인권센터가 주최한다.

"한국 정부,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해야"

유엔 아동권리위원회의 최종견해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제정을 권고한 부분이다. 위원회는 "2007년 이후 차별금지법안 채택이 여전히 이루어지지 않았다"며 우려를 표하는 것에 이어 "차별금지법을 신속하게 제정하고 해당법을 통해 출신지, 성적 지향 및 성 정체성에 근거한 차별 금지를 보장할 것"을 촉구했다.

위원회가 차별금지법 제정을 직접적으로 권고한 것은 2011년부터다. 2011년 제3,4차 국가보고서 심의결과에 따라 최종견해를 발표하며 위원회는 "협약 2조에 합치되는 법률의 채택을 목적으로 차별금지법을 신속히 제정하라"고 권고했다.

유엔 아동권리협약 제2조는 '비차별의 원칙'을 말한다. 1항에서는 "당사국은 아동이나 그 부모, 법정대리인의 인종, 피부색, 성, 언어, 종교, 정치적 견해 또는 기타 의견, 민족적,인종적,사회적 출신, 재산, 장애, 태생, 신분 등의 차별 없이 본 협약에 규정된 권리를 존중하고, 모든 아동에게 이를 보장해야한다"고, 또 2항에서는 "당사국은 아동이 부모나 법정대리인 또는 다른 가족의 신분과 활동, 표명된 의견이나 신념을 이유로 모든 형태의 차별이나 처벌을 받지 않도록 모든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당시 위원회는 "차별금지법이 2007년 국회에서 검토되지 않고 폐기된 것과, 차별의 법률적 정의에 성적지향 및 국적에 기반한 차별을 명시하지 않은 점에 유감을 표한다"면서 "다문화,이주노동자 가정, 탈북자 가정, 난민가정 출신 아동 및 장애 아동과 미혼모 등이 국가지원조치에서 배제되는 등 차별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최종견해에서 위원회는 한국 정부에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며 구체적으로 △농어촌지역 아동, 경제적으로 취약한 아동, 장애 아동, 이주 아동, 다문화가정 아동, 탈북 아동이 출생신고, 보육시설 이용, 교육, 보건서비스, 복지, 여가 및 국가가 제공해야 하는 보호체계 접근에 차별을 경험하는 것, △성적에 근거한 차별이 학교에 만연해 있는 것 △한부모 가정 편견이 차별의 대상이 되는 것 △성적지향에 근거한 차별 사례가 끊임없이 지속되는 것과 당사국이 국가보고서에 성소수자 관련 정책이 불충분하다고 언급함으로써 이를 인정한 상황 등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포괄적인 차별금지법 제정 및 전략을 시행하고, 취약하고 소외된 상황에 있는 아동에 대한 차별 방지 및 근절을 위한 대중 캠페인을 시행할 것 △당사국 영토 내에 있는 모든 아동을 대상으로 출생신고, 보육시설, 교육, 보건, 복지, 여가, 그리고 국가 지원과 관련한 동등한 접근을 보장할 것 △학교에서 성적에 근거한 차별을 방지하고 근절할 것 △양육비 접근 등에 있어 모든 가정에 동등한 대우를 보장하고 이에 따라 관련 법 및 관행을 점검할 것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난민,이주아동도 한국 아동과 동등한 권리 누려야"

난민,이주 아동의 권리가 보호되지 못하는 것에 우려도 제기됐다. 최종견해 보고서가 작성될 당시는 인천공항에서 앙골라 출신의 '루렌도 가족'이 난민 인정 심사도 받지 못한 채 발이 묶여 생활하고 있을 때였다. 위원회는 10세 미만 아동이 공항에서 200일 이상 숙식을 해결하고 있다는 점에 큰 우려를 표시했다.

위원회는 "한국 정부의 2012년 난민법 제정을 환영한다"면서도 한국 정부가 더욱 적극적으로 난민,이주아동의 권리를 보호할 것을 촉구했다. 구체적으로 △출입국관리법 개정 등을 통해 이주아동 구금을 금지하고 망명과 가족 재결합 문제 해결에 아동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할 것 △난민 및 무국적 아동의 지위를 결정하는 절차를 개발할 것 △부모를 동반하지 않은 아동 및 장애아동을 포함해 모든 난민신청아동과 난민아동, 그리고 이주아동이 한국 아동과 동등하게 누릴 수 있도록 법적 관행적 장벽을 없앨 것 △난민신청자 및 난민 중 특히 아동에 대한 혐오발언 근절 캠페인을 전개할 것 등을 권고했다.

"아동 성매매는 '성적 착취 및 성적 학대'로 다뤄야"

2018년 '#미투'운동에서 이어진 '스쿨미투'도 언급됐다. 위원회는 "교사에 의한 성희롱뿐 아니라 온라인 아동 성매매와 그루밍의 증가를 포함해 성폭력 및 성적 학대가 여전히 만연하다"고 지적했다.

위원회는 또 △만 13세 이상인 아동은 동의능력이 있다고 간주돼 성적 착취 및 성적 학대로부터 보호받지 못하는 점 △성매매를 자발적으로 했다고 고려되는 아동(대상아동)이 범죄자로 취급되며 법적 조력 및 지원 서비스 대상에서 제외되고 구금과 같은 '보호처분'의 대상이 된다는 점 △아동 성범죄 유죄 판결을 받은 성인 범죄자에게 보호 관찰을 포함한 관대한 형이 내려지고 있다는 점 등을 지적했다.

위원회는 대안으로 △온라인 성매매와 그루밍, 그리고 교사에 의한 성희롱을 포함한 아동에 대한 모든 형태의 성적 착취 및 성적 학대를 방지하고 대응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 △성적 착취 및 성적 학대에 연관된(대상아동) 18세 미만의 모든 아동을 범죄자로 취급하지 않고, 법률상 피해자로 명시해 처우할 것 △교사를 포함해 모든 성범죄자들이 강요의 증거 유무와 상관없이 기소되고, 적절한 제재를 받도록 하며, 성범죄자들에 대한 처벌이 국제기준에 부합하도록 할 것 등을 권고했다.

"가습기살균제 사건, 아동의 생명,생존,발달의 문제"

'가습기살균제' 사건도 언급됐다. 가습기살균제 사건은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폐손상 등으로 산모, 영유아 등이 사망하거나 폐질환에 걸린 사건이다. 가습기살균제는 국내외 대기업들이 흡입독성 안전성 시험을 제대로 거치지 않은 채 1994년부터 판매하기 시작해 2011년 문제가 공론화됐다. 그러나 5년 여가 지난 2016년에서야 전담수사팀이 구성돼 '늑장대응'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지난 8월 23일 기준 1431명의 사망자가 확인됐다.

위원회는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수많은 건강 피해 및 피해자들에 대한 불충분한 구제와 배상"을 문제로 지적하며 "국내외 기업의 경영활동으로 아동 권리 침해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 우려를 표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습기살균제 피해 아동에게 충분한 구제와 배상을 제공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화학물질 관리 및 유해물질 관련 사건 예방을 위한 노력을 강화할 것"을 촉구하며 "아동권리 실현 및 보호와 관련된 모든 이해당사자들의 책무를 명확히 규정한 가운데 아동 권리 침해를 보고하고 해결하도록 강력히 권고한다"고 말했다.

그밖에도 이번 제5,6차 심의에 대한 최종견해에는 △입양기관의 투명성 제고 △높은 아동 자살률에 대한 대책 마련 △장애아동 차별 금지 △소년원 과밀수용 및 성인에 비해 높은 구금률에 대한 문제제기 등이 이뤄졌다.

프레시안

▲지난 9월 19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아동권리위원회의 대한민국 제5,6차 국가보고서 심의위원회(유엔tv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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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 조성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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