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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특파원리포트] 美 대선·비핵화 협상의 상관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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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탄핵조사로 최대 위기 / 2020년 상반기 상원 심판 가능성 / 北·美 3차 정상회담 난망 분석 / 비핵화 이슈 관심 멀어질 수도

내년 대선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 최대 위기를 맞았다. ‘우크라이나 스캔들’이 트럼프 탄핵 조사로 이어지면서 대선 판을 뒤흔들 뇌관이 되고 있어서다.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군사원조를 지연시키고 이를 빌미로 우크라이나 측에 민주당의 유력 대선후보로 거론되는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부자에 대한 조사를 압박했다는 의혹이 트럼프 대통령의 발목을 잡는 형국이다. 물론 북·미 간 비핵화 협상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세계일보

정재영 워싱턴 특파원


교착상태였던 북·미 대화는 스톡홀름에서 오랜만에 실무협상이 재개되면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북측이 일방적으로 협상 결렬을 선언하면서 북·미 관계는 또다시 얼어붙은 채 연말을 향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미국 측에 ‘새 계산법’을 요구하며 못박은 협상시한도 연말까지다.

트럼프 정부로선 초조할 수밖에 없다. 설상가상으로 하원의 트럼프 탄핵 조사가 활발하게 진행되는 점도 부담이다. 실무협상 재개가 그나마 올해 안에 기대할 만한 성과일 뿐이고 3차 정상회담 개최는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탄핵 압박을 받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머릿속에서도 ‘북한’이나 ‘비핵화’라는 단어가 점차 흐릿해지고 있다. 물론 유세 과정에서 한반도 얘기를 불쑥 꺼내고 있지만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친밀감 표현 등에서 북한 문제에 대한 관심은 예전만 못한 듯하다. 미 언론은 “상·하원의 의석 분포를 보면 하원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결의안을 가결해도 상원에서 부결될 것”이라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탄핵안이 가결됐다’는 불명예를 두려워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하원의 탄핵조사를 주도하는 민주당은 연말까지 표결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달 말 통과된 탄핵조사 결의안에 대한 표결 결과를 보면 찬성 232표, 반대 196표로 의견이 하원의 정당별 의석분포(민주당 234석, 공화당 198석, 무소속 1석)와 거의 일치한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탄핵조사가 ‘공개’로 전환된 이후 전국에 생중계됐지만 탄핵 찬반 여론은 달라지지 않았다. 하원에서 탄핵 결의안에 대한 표결이 이뤄져도 결과는 비슷하게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하원이 탄핵안을 통과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이럴 경우 2020년 상반기에는 상원 심판이 진행될 공산이 크다. 역대 탄핵된 미국 대통령들의 사례를 살펴보면, 하원에서 탄핵안이 가결된 후 상원 심판이 있기까지 2∼3개월이 걸렸다. 내년 2월 아이오와 코커스(전당대회)와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예비선거)로 경선이 시작되고 6월까지 경선이 이어지는 등 대선 정국이 본격화한다는 점에서 비핵화 이슈가 한동안 관심 밖으로 벗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일부 한반도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조사와 내년 대선 일정을 북한이 면밀히 살피면서 대응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담판만 요구해온 북한으로서는 지금의 탄핵조사 정국이 달갑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특히 대선이 가까워올수록 북·미 정상 간 담판은 힘들어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민주당 대선 주자들은 북한과의 외교를 선호하지만 트럼프식 관여에는 회의적이다.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겠지만 정상 간 ‘빅딜’이나 ‘친서 외교’는 지양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상원의 탄핵 심판에서 면죄부를 받은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 대선 주자의 맞대결에서 미국의 대북 정책이 논란이 되는 상황이 온다면 비핵화 협상은 더 이상 진척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이 한·미 연합군사훈련 조정 가능성을 언급한 데 대해 북한이 곧바로 긍정적인 반응을 내놓은 것은 이처럼 미국 내 정치상황을 고려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북·미 관계가 교착상태로 새해를 맞게 된다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표결 및 미 대선 일정과 맞물리면서 협상을 더 이상 진척하기 힘들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이라는 추측이다. 물론 북한의 경제상황이 악화하면서 제재 완화가 시급해 대화로 눈을 돌린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정재영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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