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면 마비 온 눈 치켜뜰 때
이마 주름 생기면 뇌졸중 의심
증상 느낀 뒤 일주일 내 치료를
안면 마비 증상·대처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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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면 마비는 얼굴의 움직임을 담당하는 안면신경이 손상돼 발생한다. 한방에서는 입과 눈이 삐뚤어졌다는 뜻으로 ‘구안와사(口眼喎斜)’라 부른다. 이름처럼 한쪽으로 눈·코·입이 돌아가고 근육이 마비돼 표정이 사라진다. 눈물·침과 같은 분비물이 조절되지 않거나 미각·청각 등 감각 기능이 변하기도 한다.
안면 마비의 가장 큰 원인은 면역력 저하다. 중앙대병원 신경외과 권정택 교수는 “안면 마비는 체내에 잠복해 있던 바이러스가 면역력이 약해진 틈을 타 활성화하면서 발병한다”며 “심한 스트레스를 받거나 과로할 때, 추운 날씨에 몸이 약해진 경우 발병 위험이 커진다”고 말했다. 흔히 ‘추운 데서 자면 입 돌아간다’는 말도 일부 근거가 있는 셈이다.
스트레스·추위 탓 면역력 저하 틈타
안면 마비를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뇌에서 나와 얼굴로 향하는 말초신경에 염증 반응을 유발한다. 염증으로 신경이 부으면서 두개골 내 ‘터널(안면신경관)’에 끼면 전기신호가 전달되지 않아 해당 부위 근육이 움직이지 않는다. 안면 마비가 주로 한쪽에만 오는 이유다. 강동성심병원 신경과 배종석 교수는 “환자의 절반 이상은 마비가 시작되기 전 뒤통수·뒷목이 뻐근해지는 증상을 경험한다”며 “이는 귀 뒤쪽에 있는 ‘터널’이 압박을 받을 때 주변 신경이 함께 자극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안면 마비 환자의 70%가량은 2~3개월이 지나면 저절로 낫는다. 감기 바이러스로 인한 기침·콧물이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듯, 체내 면역 체계가 작동해 안면신경의 염증도 자연히 해소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정확한 진단·치료 없이 자가 치료나 민간요법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 안면 마비가 뇌졸중의 ‘신호’일 수 있기 때문이다. 뇌혈관이 막히거나 터지면 산소·영양 공급이 중단돼 뇌 신경이 손상되고 마비·경련 등 이상 증상이 나타난다. 특히 안면 마비는 팔 마비·언어장애·안구편위(눈이 한쪽으로 쏠리는 현상)와 함께 대표적인 뇌졸중 의심증상으로 꼽힌다.
이때는 즉시 병원을 찾아 가능한 한 빨리 막힌 부위를 찾아 뚫는 응급처치를 해야 한다. 배 교수는 “뇌졸중으로 인한 안면 마비는 발생 당일 증상이 가장 심하지만 말초신경 문제일 때는 염증과 비례해 보통 2~3일째에 마비가 가장 심하다”며 “전신에 힘이 빠지거나 걸음걸이가 이상해지는 등 다른 증상이 동반될 때도 뇌졸중을 의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비된 얼굴에서도 단서를 찾을 수 있다. 눈을 위로 치켜뜰 때 이마에 주름이 생기면 뇌 손상, 그렇지 않다면 말초신경 손상일 가능성이 크다. 권 교수는 “이마 주름을 만드는 뇌 신경은 양쪽에 분포돼 있어 한쪽이 망가져도 다른 쪽이 이를 보완해 주름을 만들 수 있다”며 “꼭 안면 마비가 아니라도 얼굴 한쪽이 자주 떨리거나(편측성 안면 경련), 가만히 있어도 얼굴에 심한 통증이 느껴지는 경우(삼차 신경통)에는 뇌 건강을 확인해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치료 골든타임 놓치면 후유증 위험
안면 마비를 치료할 땐 염증을 해소하는 스테로이드를 1~2주간 처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를 통해 염증 반응을 억제하면 신경 압박이 조기 해소돼 회복 기간을 앞당길 수 있다. 얼굴 변형으로 인한 우울·불안감도 빠르게 벗어날 수 있어 정신 건강에도 긍정적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안면 마비를 빨리 치료하면 후유증 위험까지 줄일 수 있다. 안면 마비 환자의 10%가량은 치료 후에도 안면 비대칭이나 경련 등 후유증이 남는다. 신경 마비 정도가 심하거나 면역력이 약한 고령층, 당뇨병 환자 등은 이럴 위험이 더 크다. 이런 경우 가급적 빨리 염증을 가라앉히는 게 신경 변성과 근육 경직을 예방하는 데 효과적이다. 실제 안면 마비 환자가 일주일 내 스테로이드 치료를 받으면 완전회복률이 20% 가까이 증가한다는 보고(미국이비인후과학회지, 2000)도 있다.
안면 마비 치료에는 스테로이드뿐 아니라 바이러스를 제거하는 항바이러스제나 전기자극·마사지처럼 굳은 근육을 풀어주는 물리치료가 적용된다. 배 교수는 “겉보기엔 마비가 심해도 실제 신경 손상은 미비한 환자도 많다”며 “치료 계획을 세울 때는 초기부터 안면신경 전도검사(NCS)로 신경 상태·회복 속도 등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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