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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5 (금)

이슈 무병장수 꿈꾸는 백세시대 건강 관리법

[건강한 가족] 재발 걱정 큰 혈액암, 완치 판정받아도 방심은 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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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평성모병원과 함께하는 암 극복 캠페인 ③혈액암

"100여 가지 혈액암 접근법 달라

신약 나와 생존·완치율 높아지나

만성질환처럼 꾸준한 관리 필요"

지난 5월 박모(60)씨는 갑작스러운 다리 마비 증상으로 은평성모병원을 찾았다. 검사 결과 혈액암인 다발골수종이 마비의 원인이었다. 다발골수종은 백혈구(혈액세포)의 일종인 형질세포에 생긴 암이다. 형질세포는 세균·바이러스가 몸속에 들어오면 면역 단백질을 만들어내 신체를 보호한다. 하지만 비정상적으로 늘어난 형질세포(골수종)는 필요 이상으로 만들어진 면역 단백질과 함께 여러 문제를 일으킨다. 은평성모병원 혈액병원 혈액내과 신승환 교수(다발골수종센터장)는 “골수종에서 과증식된 형질세포는 척수 주위에 덩어리를 만들어 압박하면서 하지 마비를 일으키거나 뼈를 파괴하는 파골세포를 자극해 골절을 유발한다”며 “필요 이상으로 만들어진 면역 단백질이 신장에 쌓이면 신부전을 일으키는 등 여러 증상을 발생시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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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내과 신승환 교수(왼쪽)가 진단검사의학과 조성진 교수와 함께 혈액암 환자의 골수 슬라이드를 보며 세포 형태를 판독하고 있다. 골수는 진단과 치료 결과 판정에 중요해 정밀 검사가 필요하다. 김동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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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발골수종 환자는 협진 치료

은평성모병원 신경과·방사선종양학과·영상의학과·진단검사의학과·혈액내과 등 의료진은 박씨의 하지 마비 증상을 완화하기 위해 방사선 치료를 먼저 진행하기로 했다. 이후 항암 화학치료를 네 차례 시행해 마비 증상과 다발골수종을 치료했다. 신 교수는 “다른 혈액암과 달리 다발골수종은 다양한 증상이 발생할 수 있어 여러 과가 논의 후 치료 계획을 세우는 것이 도움되는 암”이라며 “박씨의 경우 협진으로 신속히 방사선 치료를 먼저 시행한 후 항암 치료에 들어가 하지 마비가 완전히 회복됐다”고 말했다.

혈액암은 혈액을 이루는 구성 성분(백혈구·적혈구·혈소판)이나 혈액을 만드는 공장(골수), 면역 체계를 구성하는 림프계 등에 생기는 암이다. 다발골수종을 비롯해 종류만도 100여 가지가 넘는다. 암이 발생하는 곳이 그만큼 다양하다. 많이 알려진 백혈병과 최근 방송인 허지웅씨가 완치 소식을 알린 악성림프종이 대표적인 혈액암이다. 신 교수는 “혈액암은 다양한 종류만큼 접근법도 다르다”며 “환자에게 맞는 치료법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혈액암은 드라마 등에서 희귀난치병의 대표 질환으로 묘사되곤 했다. 하지만 지금은 신약과 진단 기술의 발달로 완치 판정을 받고 장기 생존하는 혈액암 환자가 적지 않다. 혈액암 치료 과정은 크게 관해 치료와 관해 후 치료로 진행된다. 관해 치료는 항암제를 이용해 혈액 내 암세포가 눈에 보이지 않는 상태를 유도하는 것이다. 신 교수는 “혈액암은 공격적이고 활발히 증식하는 세포인데 이런 성격일수록 약의 효과가 좋다”며 “표적·면역 치료제 같은 신약은 혈액암 환자에서 몇 개월 단위 생존 연장이 아닌 5년 이상 생존을 가능하게 해 완치율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70세 환자도 조혈모세포 이식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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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평성모병원 혈액 병동에서 간호사가 관찰창을 통해 환자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관해 치료 뒤 재발을 막기 위해 시행하는 치료가 조혈모세포 이식이다. 과거에는 이식받을 수 있는 환자의 연령대가 55세 미만이었지만 최근에는 ‘저강도 전처치’를 이용한 조혈모세포 이식 도입으로 고령 환자도 무리 없이 이식을 받을 수 있다. 전처치는 이식받기 전 병든 골수를 비워준 뒤 남아 있을지 모를 암세포를 제거하는 과정이다. 예전엔 강도가 센 항암제를 써 환자의 신체 부담이 컸지만 지금은 강도가 낮은 약을 써도 치료 결과가 비슷할 만큼 기술이 발달했다. 저강도 전처치를 활용해 이제는 70세도 이식이 가능해졌다. 신 교수는 “최근 은평성모병원에서 60대 중반 환자가 급성 백혈병 진단을 받고 저강도 전처치 요법을 이용해 조혈모세포 이식을 성공적으로 받았다”며 “혈액암 환자의 평균 발병 연령이 60대 후반인 만큼 이들이 더 적극적으로 치료받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혈액암은 완치 판정을 받아도 만성질환처럼 장기간 관리가 필요하다. 이식을 받은 경우라면 후유증이 발생할 수 있다. 면역 체계가 약해져 감염에 취약해지고 발진·황달·설사 같은 이상 증상이 나타나기 쉽다. 혈액암은 재발도 잦다. 다행히 재발해도 치료받으면 낫는다. 5년 전 림프종 진단을 받고 영상의학 판독에서 암세포를 거의 발견할 수 없는 상태(완전 관해)로 판정받은 환자 이모씨는 이후 두 차례 암이 재발한 사례다. 2년 전 재발해 자가이식을 받은 뒤 올해 3월 또다시 오른쪽 목에 암으로 인한 덩어리가 생겼다. 새로운 표적치료제로 다시 완전 관해 상태를 회복해 정상 생활을 하고 있다. 신 교수는 “이씨처럼 혈액암은 완치 판정을 받았더라도 긴장의 끈을 놓으면 안 된다”며 “완치 후에도 지속해서 검진받고 후유증·재발·2차암 징후가 있으면 바로 대처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 은평성모 혈액병원 의료진이 풀어주는 혈액암 치료 궁금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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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암 중 최근 중요도가 높아지는 암은.

혈액암 중 다발골수종의 경우 인구 10만 명당 약 2.5명이 발병하는데 고령 인구가 증가할수록 발병률도 증가한다. 과거엔 진단이 어렵고 아는 의사도 드물어 놓치는 경우가 많았다. 또 진단 후 생존 기간이 3년 정도에 그쳤다. 하지만 지금은 진단 기술과 여러 약이 개발돼 생존 기간을 10년 이상 바라본다. 은평성모병원은 이런 흐름에 맞춰 국내 최초로 다발골수종센터를 이달 말 연다. 환자를 보다 정확하게 진단·판독하고 항암 치료 후 미세하게 남아 있는 암세포를 정밀하게 파악하는 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이다.

-국내 혈액암 치료 인프라 수준은.

가톨릭 혈액병원(은평성모병원·서울성모병원·여의도성모병원)은 매년 500건 이상의 조혈모세포 이식을 시행해 미국의 엠디앤더슨, 메이요 클리닉 같은 세계적인 의료기관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이식 후 생존율에서도 국제이식등록기관(CIBMTR)이 발표하는 통계보다 10% 이상 높은 수치를 기록해 혈액암 치료의 요람으로 불린다. 진료와 처방, 간호 서비스를 표준화해 어느 병원에서든 동일한 수준의 질 좋은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각 병원 교수는 3개 병원을 순환 진료한다.

-조기 진단과 치료가 중요한가.

혈액암은 다소 진단이 늦더라도 충분히 치료할 수 있다. 혈액암의 종류에 따라 초기·중기·말기 같은 병기 구분이 없는 경우도 있다. 혈액암에서는 단순한 병기보다 여러 예후 인자가 보다 더 중요할 수 있다. 혈액암은 예방법이나 고위험군이 명확하지 않다. 환자는 어지럼증·호흡곤란 증상으로 응급실에 오는 경우가 많다. 병원 선택 시엔 거주지 근처를 찾는 게 좋다. 그래야 응급 상황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고 오랜 기간 병원을 방문해야 하는 환자의 피로감도 줄일 수 있다.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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