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리콥터를 타고 내려다본 시카고의 스카이라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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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를 너무 몰랐다. 몰라서 오해도 많았다.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를 여행하며 발견한 세 가지 오해와 진실. 너무 뻔한 곳 아니냐고? 이 생각도 말짱 오해다.
◆ 바람 매서운 '윈디 시티'?…날씨보다 정치에서 유래한 별명
고정관념이 무섭다. 시카고에 가본 적도 없으면서 시카고라는 이름을 들으면 바람이 쌩쌩 부는 차가운 도시의 풍경이 연상됐다. 윈디시티(Windy City, 바람의 도시)라는 유명한 별명 때문이겠지. 시카고로 떠나기 전날 여행 가방을 꾸리면서 가장 걱정한 것도 바람이었다. 10월 초라 겨울이 멀었는데도 경량 패딩 점퍼에 두툼한 캐시미어 머플러까지 챙겨 넣고서야 안심이 됐다. 그렇게 처음 가본 시카고. 그런데 이 정도 바람이 센 건가? 의식적으로 바람의 강도를 느껴보려고도 해봤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서울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았다. "윈디시티라는 별명은 날씨 때문에 생긴 게 아니에요. 시카고에 바람 그렇게 많이 안 불어요." 시카고에서 만난 현지인들은 입을 모아 이렇게 말했다. 윈디시티라는 별명의 기원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있는데 1870년대 시카고 정치인들이 허풍을 너무 많이 떤다는 뜻으로 기사에 처음 쓰였다는 설이 강력하다. 실제로 시카고의 연평균 바람 속도는 16.6㎞/h로 미국 주요 도시 중 12번째라고 한다. 바람 세기로 따지면 보스턴(연평균 20㎞/h)이 시카고보다 훨씬 더 '윈디시티'라는 사실.
◆ 특별할 것 없는 대도시?…도시 전체가 거대한 건축박물관
시카고의 상징과도 같은 조형물 `클라우드 게이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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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가장 큰 도시(인구 기준)는 뉴욕이다. 둘째는 로스앤젤레스다. 그럼 세 번째는? 바로 시카고다. 시카고가 미국 3대 도시라는 사실도 모르고 과소평가했다니. 우선 미국에서 뉴욕 다음으로 마천루가 많은 도시가 시카고다. 단순히 높기만 한 게 아니라 건축미도 뛰어나다. 1871년 대화재가 발생해 도시 전체가 불타버린 후 재건하는 과정에서 상징적인 건축물들이 탄생하기 시작했고 지금은 도시 전체가 거대한 건축 박물관이 됐다. 그 덕에 다른 도시에선 따분하기만 했던 2층 버스 투어도 시카고에선 그렇게 재밌을 수가 없었다. 미시간강에서 유람선을 타고 하는 건축물 투어는 버스 투어와 또 다른 재미가 있다. 1997년까지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이었던 윌리스타워(Willis Tower, 110층·527m) 103층 전망대에 올라가면 투명 유리 위에서 아찔한 인증 사진을 찍을 수 있는데, 앉아서 찍고 누워서 찍고 점프하면서 찍는 등 온갖 창의적인 포즈를 취하는 사람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흥미롭다. 둘째로 유명한 전망대는 존행콕센터(John Hancock Center, 100층·457m) 94층. 낮과 밤이 180도 다른 시카고의 풍경을 360도로 감상할 수 있는 명당이다.
◆ 삭막한 빌딩숲만 있다?…미시간호와 샤갈·피카소도 있다
샤갈의 모자이크 벽화 `사계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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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빌딩이 유명한 건 사실이지만 그게 다가 아니다. 대자연도 있다. 끝이 보이지 않아 바다처럼 보이는 미시간호는 시카고의 보물이다. 파도가 치고 드넓은 모래사장이 있는 호숫가는 꼭 해변 같아서 이곳이 내륙 도시가 아니라 해안 도시가 아닐까 깜빡 헷갈릴 정도. "미시간호는 5대호 중 유일하게 캐나다에 걸쳐 있지 않은 호수예요." 시카고를 여행하면서 이 말을 몇 번이나 들었는지, 미시간호야말로 100% 미국의 '대호'라는 자부심이 있는 듯했다. 해 질 무렵 헬리콥터를 타고 하늘에서 내려다본 시카고는 대도시와 대자연의 완벽한 조합 같았다. 하늘 위에서도 여전히 바다처럼 보이는 호수와 멋진 건축물로 가득한 마천루가 어우러져 붉은 노을빛으로 물드는 풍경은 장관이었다. 시카고는 세계적인 미술 작품으로 가득한 예술 도시이기도 하다. 길가에 무심히 자리한 조형물이 알고 보면 피카소 작품이고 샤갈 작품이고 그렇다. 데일리플라자(Daley Plaza) 앞에 서 있는 거대한 조형물은 피카소가 1967년 시카고시에 선물한 작품이다. 체이스타워(Chase Tower) 앞에 자리한 직사각형 모양의 모자이크 벽화는 샤갈의 작품. 시카고의 사계절을 몽환적으로 표현했다. 매일 샤갈 옆을 지나는 출근길이라니, 샘날 정도로 부럽다. 시카고 미술관에 가보면 시카고가 예술의 도시라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다. 피카소의 '늙은 기타리스트', 에드워드 호퍼의 '밤의 사람들'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그림을 볼 수 있다.
피카소가 1967년 시카고시에 선물한 작품. |
※ 취재 협조 = 미국관광청
[시카고(미국) = 고서령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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