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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연합훈련 전격 연기…北 대화복귀 마중물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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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외교적 노력 위한 선의의 조치…北 주저함 없이 협상에 돌아오라"

北 긍정적 반응 예상…최근 북미 간 의사교환 활발

'인권결의안 비난' 외무성 담화는 변수…시점상 北 의도에 촉각

'훈련연기'는 한미 공동결정…'통미봉남'에 미칠 영향도 관심

CBS노컷뉴스 홍제표 기자

노컷뉴스

(사진=국방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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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군사당국이 이달 중 예정됐던 연합공중훈련을 연기하기로 전격 결정함에 따라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 복귀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부 장관은 17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아세안확대 국방장관회의(ADMM-Plus) 참석을 계기로 회담을 갖고 이같이 결정했다.

에스퍼 장관은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외교적 노력과 평화를 촉진하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선의의 조치"라고 배경을 설명한 뒤 북한에 대해 "조건이나 주저함 없이 협상 테이블로 다시 돌아오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정 장관도 "우리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하겠다는 목표에 굳건한 의지를 가지고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외교적 수단이 최적의 방법"이라며 "현재 진행 중인 외교적인 노력을 계속해서 뒷받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 양국의 이번 결정에 대해 북측은 일단 긍정적 반응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북한은 지난 13일 국무위원회 대변인 담화를 통해 한미 공중연합훈련 재개 방침을 강력 비난하며 "더 이상의 인내를 발휘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며 수수방관 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이에 에스퍼 장관은 13일(현지시간) 한미안보협의회의(SCM) 참석차 서울로 향하던 기내에서 간담회를 갖고 한미 군사훈련 조정 가능성을 시사했다. 북측 담화가 나온 지 반나절 만의 일이다.

이러자 북한은 14일 김영철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 명의 담화에서 "미 국방장관의 이번 발언이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을 반영한 것이라고 믿고 싶으며 조미(북미) 대화의 동력을 살리려는 미국 측의 긍정적인 노력의 일환으로 평가한다"고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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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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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간 의사교환이 거의 즉각적으로 이뤄지며 대화 재개의 최대 걸림돌이 제거됐다는 점에서 북한으로선 더 머뭇거릴 이유가 사라졌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으로선 핵·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을 멈추고 경제건설총력노선으로 전환했음에도 미국이 대북제재는 물론 군사 압박까지 강화하고 있는 것에 대내적으로 체면이 깎인 상태였다. 북한이 대화 테이블에 나서기 위해 필요했던 최소한의 명분이 충족된 셈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 교수는 "평창 동계올림픽에 북한이 참가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있어서도 한미군사훈련 중단이 역할을 했고, 최근 북측은 우리가 성의를 보이면 협상에 나올 수 있음을 내비친 것으로 볼 때 이번 연기 발표는 긍정적 신호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이번 훈련 '연기' 결정은 북측이 요구해온 '중단'과는 미세하나마 온도차가 있기 때문에 북측의 반응은 여전히 예단할 수 없다.

북한은 14일 김영철 위원장 담화에서 "미국이 남조선과의 합동군사연습에서 빠지든가 아니면 연습자체를 완전히 중단하겠다는 취지로 이해하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한미 양국이 '연기'하기로 결정한 대상도 이달 실시 예정이던 공중훈련에만 국한됐을 뿐 키리졸브·독수리 같은 다른 대규모 연례훈련은 언급되지 않았다.

하지만 북한으로서도 연말 비핵화 협상 시한을 앞두고 초조감을 드러내는 상태여서 무작정 호기를 부릴 수만도 없다. 북미 대화가 재개될 경우 다른 한미군사훈련도 자연스럽게 유예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북한이 모르지 않을 것이다.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안보전략연구실장은 "그것을(연기와 중단의 차이) 가지고 문제 삼으면 미국은 북한의 협상 의지가 없다고 볼 것이기 때문에 북한도 그에 대한 고려는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북한이 17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최근 유엔총회 제3위원회에서 채택된 북한인권결의안을 강력 비난하며 미국과 "더 이상 마주앉을 의욕이 없다"고 밝힌 점이 주목된다.

담화는 "앞으로 조미대화가 열린다고 해도 우리와의 관계개선을 위해 미국이 적대시정책을 철회하는 문제가 대화의제에 오른다면 몰라도 그전에 핵문제가 론의되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라고 덧붙여 대화의 여지는 남겼다.

이번 담화는 한미 국방장관이 연합공중훈련 연기 결정을 발표한 직후 나온 것이다. 이 소식까지 북측 담화의 논조에 반영됐는지 여부는 현재로선 알 수 없기 때문에 북측의 추가 반응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번 훈련 연기 결정이 한미 협의 하에 공동 결정됐다는 점에서 최근 북한의 '통미봉남' 전략에 미칠 영향도 관심이다.

북한은 지난 15일 존폐 위기에 놓인 금강산관광 남북협력과 관련해 "남조선이 끼어들 자리는 없다"며 남측 배제 노선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앞서 14일 김영철 아태평화위원장 담화에선 에스퍼 장관의 군사훈련 조정 가능성을 평가하며 "이러한 결심을 남조선 당국과 사전에 합의하고 내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남조선 정계를 아무리 둘러보아도 이런 현명한 용단을 내릴 인물이 없기 때문"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결정은 북측 주장과 달리 지난 15일 한미안보협의회의(SCM)와 17일 한미 국방장관회담으로 이어진 한미 간 협의의 결과임이 명백해졌다.

양무진 교수는 "북한도 남측의 노력에 대해 어느 정도 평가해야 할 것"이라며 "따라서 북미대화에서 의미있는 결과가 도출되면 남북대화로도 이어지는, 즉 통미봉남이 아니라 선미후남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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