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라호르박물관 보존…헬레니즘과 인도 불교 만나 탄생
원행스님 "20년만에 다시 봐도 경탄"…한국서 실물 전시 가능성 커져
석가모니 고행상 앞에서 합장을 |
(라호르[파키스탄]=연합뉴스) 양정우 기자 = 고행(苦行)은 처절했다. 뱃가죽이 등에 붙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피골이 상접해 보였다.
앙상하게 드러난 갈비뼈, 날이 선 힘줄과 핏줄이 그 위로 도드라졌다. 피부만이 남은 얼굴 위로 깊게 파인 두 눈이 가만히 앞을 응시하는 듯했다.
그래도 고행자의 자세는 흐트러짐이 없었다. 가부좌 자세는 꼿꼿했고, 두 손은 선정(禪定)에 들어간 듯 배꼽 아래에서 높지도 낮지도 않게 고요히 머물고 있었다. 가부좌를 튼 두 다리는 고행의 6년을 지켜왔을 것이다.
17일(현지시간) 파키스탄 펀자브주(州) 라호르박물관에서 마주한 석가모니 고행상. 84㎝ 높이의 고행상을 가만히 보고 있자니 묘한 감정에 휩싸였다. 말로만 전해 들은 석가모니를 앞에 두고 있기 때문일까. 경건함에 저절로 두 손이 모였다.
석가모니 고행상 |
이 고행상은 깨달음을 얻기 위해 하루를 좁쌀 세 톨로 버텼다던 석가모니를 가장 사실에 가깝게 묘사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는 간다라 미술을 대표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간다라 미술은 알렉산더 대왕(BC 356∼323)의 동방 원정으로 그리스 헬레니즘 문화가 고대 인도 북서부 지역인 간다라에 전해지며 생겨난 불교 미술양식을 말한다.
이날 고행상 앞에서는 파키스탄을 공식 방문한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 일행이 단정하게 가사장삼(袈裟長衫)을 갖추고 예를 올렸다.
파키스탄 정부 초청으로 라호르를 찾은 원행스님 일행은 합장한 채 입재에 들어갔다. 보통의 관람객이 많지 않은 이른 오전에 행해진 입재에서는 진경스님의 목탁 소리가 고요하게 울려 퍼졌다.
고행상 마주한 총무원장 원행스님 |
원행스님은 거의 20년만에 석가모니 고행상을 다시 마주했다고 했다. 2000년대 초반 조계사 순례단에 포함돼 이곳 라호르 박물관을 찾았을 때 고행상을 처음 보고서 놀라웠던 기억을 떠올렸다.
원행스님은 "그때 감명이 무척이나 깊었다"며 "다시 와서 보니 새삼 경탄스럽다. 간다라 미술은 불교 미술을 떠나 문화의 보고"라고 극찬했다.
조계종 중앙종회 부의장 법원스님은 방문단 일행이 전시관을 떠날 채비를 하자 이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 고행상 앞에서 조용히 삼배를 올렸다.
고행상 앞에서 삼배를 |
그는 "이곳에서 부처님을 만나뵈면 꼭 삼배를 올리고 싶었다"고 했다.
라호르의 석가모니 고행상은 한국의 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친숙하지만 아직 한국까지 발걸음을 한 적이 없다. 두 해 전 서울에서 열린 간다라미술전에서 이 고행상을 홀로그램으로 만들어 체감형 가상현실(VR)로 구현했을 뿐이다.
총무원장 원행스님 일행의 이번 파키스탄 방문으로 고행상의 국내 전시길이 열릴 가능성이 커졌다.
이어 그는 "그런 좋은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도 바랐다.
고행상을 마주한 한국 승려들 |
edd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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